일기/everydaylife2010. 6. 8. 12:54


우리 분반 사람들에게는 에너지가 넘친다.
시험 기간이 무색하게도, 대충 차려입은 사람들도 없고 다들 웃음이 넘친다.
교수가, 시험 기간인데 대체 어디서 이 반 학생들에게는 이런 에너지가 나오느냐고 묻는다.
나도 이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놀랍다.
'시험 기간' = '힘든 기간' 이라는 등식은 사라져버렸다.
치열하게 준비하되 펼쳐내는 시간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프로페셔널함.


아울러, 오늘 모두들 정말 잘 했다.
수업시연을 하는 강의 시간이 되면, 살아있음을 느낀다.
여전히 나의 진로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지만,
'수업하는 것'은 정말로 하나의 예술과 같아서-
좋은 수업, 훌륭한 수업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수업을 잘 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힌다.
좋은 수업이 펼쳐지는 역동적인 강의실에 앉아,
동기들의 수업을 보며 '학생이자 분석자'의 입장으로 그 자리를 하다 보면,
내 전공에 대한 복잡하던 생각은 잠시 잊어버리고-
정말 내가 전문적인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기분,
배움의 기쁨과 희열, 세미나를 할 때 느낄 수 있는-
공유와 상호 건설적 비판의 지적 희열감이 밀려온다.


다른 사람들의 수업을 분석하고 관찰하면서,
배울 점, 좋은 점들을 캐치하는 것은 아주 즐겁다.
다들 현장에서 빛날 선생님들이 될 것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프로페셔널한 동기들의 수업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이렇게 좋은 pool에 속해 있는 것이 복되다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먹기에 따라 이 곳이 나를 키우는 완벽한 곳이 될 수도 있고,
군계일학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대로 썩게 만드는 곳이 될 수도 있다.


어느 풀에 속해 있든,
-그 풀이 얼마나 화려한가에 관계없이-
개개인에게 부족한 점은 있게 마련이고
좋은 집단 내에서 개인이 느낄 수 있는 자괴감은 어쩌면 한이 없을 수도 있다.
남들이 보기에 더없이 멋진 조건을 가진 사람이라도
그 사람은 군중 속에서 고독을 느끼며 생을 마감할 수도 있듯이.
좋은 집단에 속해있는 사람들이 아무리 화려해보이더라도,
그 안에서 개개인이 느끼는 갈등과 고통은 인간이라면 다 똑같다.
하지만 로저스가 인간주의 심리학을 주창하며 말했듯이,
나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내어 실현시키는 것이 자아 실현 아니던가.
좋은 자극을 받고, 좋은 영향을 받으면서,
내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면서 완벽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삼인행이면 그 가운데 반드시 스승으로 생각할 만한 사람이 있듯이.
좋은 마음을 갖고 살아가면, 살아가는 모든 과정이 즐겁고 복되고 충만해진다.



단지 이번 학기에 좀더 충실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집단과 개인에 대해 바람직한 생각을 갖고,
겸손과 자신감을 함께 겸비한 채 지내며-
똑똑하게 프로다움을 유지했어야 되었는데.
다른 부분에서 크게 얻은 것들이 있는 반면,
역시 삶은 공평하기 그지없어서
모든 것에서 완벽한 성취를 거두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까지 보아온 수많은 아이디어들,
충실히 모으고 정리했다면 지금쯤 꽤나 큰 자료가 되어 있겠지만,
모으기만 하고 정리는 하지 않았거나,
남아있기는 한데 갈무리를 하지 않은 것들이 푹푹 쌓여있다.
쉽게, 편하게 살아간다는 핑계 하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 내가 잡을 수 있는 것들을
야무지게 잡고 가지 못한 것,
마음의 부담을 벗어내고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과 프로다움,
을 잃어버린 것, 이 아쉽고 안타깝다.


매번, 어떤 형태로든 좋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이 시간에 감사한다.
학생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을 믿고 늘 격려하며,
깔끔하고 명쾌하며 역동적인 특유의 강의 스타일로-
매 순간 몰입을 경험하게 해 주시는 교수님을 존경한다.
살아갈 마음가짐 중 큰 것을 깨달은 오늘이 복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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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