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everydaylife2010. 6. 19. 09:10

완전히 극복했구나 싶다.
이제 일말의 그 폭풍이 지나가고 정말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갔구나 싶다.
나도 딱히 그렇지 못한 게 아니니까, 별 생각 없을 줄 알았다.
근데 왠지 모르게 얄밉고 얄밉다.
...... 이게 맞긴 한데, 그러니까 너고 나인 거긴 한데,
그래도 왠지 얄밉다. 왠지 재수없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달려들 수 있는 전문 분야가 있어서 좋겠다.
무진장 부럽다.
나는 요즈음, 진로 때문에 머리가 깨져버릴 것 같다.
좌우뇌 통합형에, 시청각이 두루 발달한 흔치않은 인물인데,
에너지를 쏟아부을 초점만 찾으면 폭발시켜버릴 것 같은데,
그걸 못 찾아 이도 저도 못하고 겉돌고만 있는 기분이다.
미루어두었던 오랜 고민이 다시 떠올라와버렸다.
그걸 떠오르게 해 준 이번 이별이 어쩌면 고맙다.


우수 수업 사례를 듣고도 시큰둥한 것은 이 때문이다.
내가 진정 원하는 분야로 가고 있다면, 그런 이야길 들으면 심장이 뛸 것이다.
원하는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 거기에서 열정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니까.
하지만 엄청난 열정을 갖고 수업 하나에 온 에너지를 쏟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난 설레기보다는 힘이 빠지고 기분이 나빠진다.
내가 궁극으로 원하는 길이 아닌 것 같은데, 그 길의 끝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무의식중의 압박을 받는 것 같아서.
원치 않는 길로 떠밀리는 기분이 들어서.
'굳이 애들 즐겁게 해 주려고 그런 짓까지 해야 해?'
이런 생각이 더 먼저 들고,
'애들마다 러닝 스타일이 다른 것처럼 선생님마다 티칭 스타일도 다른 건데,
굳이 그런 것 무시하고 이상적인 수업이 있다는 기준 아래 평가당해야 하나?'
이런 생각까지 들어버린다.
난 저학년 수업에서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선생님들처럼,
오버해서 표정짓고 큰 소리 내면서 연극하는 거 진짜 젬병이고 병맛이고 오글거려서 못하겠다.
근데 그렇게 안 하면 안 된다고, 그렇게 하는 사람들만 잘 한다고 하잖아.
난 그런 사람 아닌데, 그렇게 해야 한다는 압박 느끼면서 나 아닌 나를 굳이 만들고 싶지 않다.
내 강점이 있고 내가 더 심장이 뛰는 것이 다른 어딘가에 있는데,
그게 아닌 분야에 온 에너지를 쏟지 못한다고 해서 열등감 갖거나 내 능력이 좋지 못하다고 느끼고 싶지 않다.



다음 학기에 실습은 나가고,
그 폭풍이 지나고 나면 곧 임고생인데,
인생의 목적이 어긋나는 기분으로는 도저히 임고에 에너지를 쏟지 못할텐데,
이 벼랑 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방학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
진로 결정에 있어서 시한부를 사는 기분이다.
 

기타를 칠 때만.... 가끔 이 기분을 잊는다.





'일기 > everyday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now comes the hard part.  (1) 2010.06.19
아직도...  (0) 2010.06.19
나의 길은 어디에  (0) 2010.06.17
영화같은 만남과 이별  (0) 2010.06.13
비포선라이즈  (0) 2010.06.13
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