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everydaylife2010. 6. 19. 21:28


나를 마주하고 싶은 시간이다.
힘들고 아픈데, 외면하면 안 될 것 같은 시간.



바쁘게 살고, 그렇게 사는 법에 온 몸을 던져넣으면서 배운 거라곤,
이런 내 감정들, 내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정들에조차도,
관심을 끄고, 미뤄두고, 외면하고, 일단 '살아내기'에 급급하게 하는 것.
그렇게, 생존하는 방법. 그것만 배웠나보다, 대학 생활 몇 년 하면서.



..... 처음으로 맞는 것 같은 휴식 다운 휴식,
이 지점,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바라본 나의 모습,
나의 감정과 인식과 느낌들은,
눈 감고 달려오느라, 나도 모르는 새에 길을 한참 벗어나버리고는
그 사실을 막 깨닫고-
돌이킬 수가 없어 당황해버린 무책임한 어린아이와 다르지 않다.



답답해오고,
숨이 막히고,
떠나고 싶고,
1년을 쉬고 방에서 책만 읽어보고도 싶고,
그렇게 내 길을 찾겠다고 다 던져버리고도 싶고,
안절부절 못하고,
꼭 끌어안을 무언가가 필요해,
인형을 끌어안고서는 눈물이 천천히 차는 걸 느낀다.
불안감과 다급함...
무의미한 삶이란 이다지도 무섭다.



이전에는 '이렇게 살아가다보면 찾을 거야'라 생각했고,
대수롭지 않았고, 큰일 날 것이 없었지만-
지금은 무척이나 절박하고,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큰일 날 것만 같은 두려움까지 밀려온다.



하지만 일상은 참 일상답다.
청소와 빨래는 제때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간단한 식재료와 협소한 주방 도구들만을 가지고도
충분히 영양을 고려한 식사거리를 제때 챙겨먹고 있다.
설거지도 바로바로 해치우며,
뭐든 쌓이는 것을 보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지낸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평화로운 일상.
..... 그리고 여기에 공존하는 불안한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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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