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2008. 12. 28. 14:58


 

  2008년 태어난 나의 소중한 티스토리 블로그. 



  이런 글을 등록할 만한 카테고리가 딱히 없어서 공지에다 돌려놓아 버릴 만큼, 내 블로그는 타인을 거의 신경쓰지 않는 블로그였다. 어딘가에 다녀왔거나, 좋은 것을 보았을 때 이들을 소재로 '어디 어디 다녀왔습니다', '이런거 이런거 보고 왔어요' 따위의 보고성 글로 만들어 게시물 수를 늘리려 하지 않았다. 댓글이나 방문자 수를 의식하여 임의로 하는 포스팅도 없었고.

  난 블로깅을 하기 위한 경험, 사진 찍기, 글쓰기를 혐오했고 무가치하다 생각했었다. 나중에 보며 기록성에 의미를 두고 읽을 수도 있겠지만, 난 기본적으로 '현재, 지금 이 순간'의 행복한 느낌과 즐거움을 소중히 여긴다. 어딘가에 올리기 위해, 나중에 보기 위해 찍거나 그리거나 글 쓰는 것이 싫다. 다른 목적을 생각하다 보면, 순간의 몰입에서 얻을 수 있는 미감과 진정 느껴야 할 감각, 하게 되는 생각들에 집중할 수 없다. 몰입하다가, 반짝, 하고, 아, 쓰고 싶다, 찍고 싶다, 그리고 싶다, 의 직감이 꽂혀올 때가 있다. 그 때가, 내가 블로깅을 하는 순간이 된다.
  
  그리고- 그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내 욕구를 풀고자 시작한 블로깅이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나의 가장 사적인 모습을 들여다보고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 대는 것이 싫었다. 무엇보다도, 내 안의 가장 벗은 것들을 풀어내려면 감시자를 떨쳐내야 했다. 감시자란 이런 것들이다. '누가누가 이 글을 읽으면 뭐라고 생각할까? 누가 나를 이렇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내 생각을 이렇게 써 놓아 버리면 안 되겠지..?' 여기서 완전히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티스토리로 이사 왔다. 전에 다른 블로그에서 완전히 비공개 처리를 해 두고 나를 배설했었다. 거기서 공개 처리를 해 두었더니 아는 사람들이 놀러오는거야. 큰 포털 사이트의 서비스여서 아는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그러면 나는, 다시 그 블로그를 오픈 처리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티스토리에는 날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내 나이에 전문적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도 거의 없을 뿐더러(티스토리에는 전문 유저들이 많은 편이니까-), 또래들은 거의가 네이버나 다음의 서비스를 쓰거나 싸이월드를 주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이용한다. 비공개 블로그는 아무래도, 갑갑하기는 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는 싶은데 아는 사람들에게는 털어놓기 어려운 가장 적나라한 것들, 이들을 비공개 처리하자면 답답했다. 그냥, 날 모르는 익명의 다수들이 내 글을 읽어주고 공감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큰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생각했었다. 실제로, 티스토리 블로그를 하는 동안 몇몇 분들이 내가 정말 힘들었을 때 쓴 글들에 댓글을 달아주셨다. 많이 아팠던 때에, 알지 못했던 사람들인데도 지나가다 읽어주시고 공감하시어,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시는 다정함에 크게 감동받았고, 정말 감사했다. 나도 그분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공감했고, 보이지는 않지만 온기있는 소통의 끈이 몸을 휘감는 기분에 행복했었다. .. 이렇게.. 이런 저런 이유로 선택한 티스토리, 만족한다. '캐' 만족한다.

  내 블로그를 구독하는 사람이 있어 그를 위해 꾸준히 포스팅을 해야 한다, 따위의 압박감 따위는 내게 없다. 특별히 다른 이들을 위한 정보를 주는 글을 힘들여 포스팅하지 않기에, 굳이 구독하려는 사람도 없다. 한 개인이 자라는 과정, 세상을 보는 방식이 흥미로워 조용히 지켜보는 거라면 또 모를까. (실제로 나는 몇몇 사람들을 그렇게 지켜보고 있어서. ㅎㅎ)

  난 그저, 내가 하고 싶을 때 글을 썼다. 글을 쓰지 않고서는 견디기 어려울 때 글을 썼다. 음악과 아름다운 그림을 보며 얻는 위로와 미감, 이것을 붙잡아두고 싶을 때, 구체적으로 사고하고 싶을 때 포스팅했다. 블로깅은 나의 가장 정적이면서도 적극적인 휴식의 수단이었고, 나와 대화하는 방법이었고, 나를 알아가는 방법이었다. 내 블로그엔 사실 딱히 주제가 없지만, 그래도 주제를 잡아본다면 '나'가 될 것이다. 모든 글들이 나와 대화하는 과정이고, 기억의 재구성이며, 나를 알아가려 노력했던 흔적들이고, 순간 순간의 나를 화석처럼 박아 둔 아름다운 편린들이기에. 

  
  그래서 내 블로그는 자유롭다. 소 쿨하다. 가장 적나라한, 가장 솔직한 내가 있어 좋다. 페르소나를 쓰고 살 수밖에 없는 일상의 갑갑함에서 완전히 벗어난 내가 있어 가장 편안하고 쿨하다.

  글이 100개가 넘어가면 뭔가 분류를 해야 할 것만 같은 강박에 한 블로그를 오래 운영한 적이 없었지만, 이제 200 포스트가 목전이다. (나 비공개 포스트도 좀 있어서 ㅎ 너무 심하게 적나라한 이야기들은 몇가지 감춰뒀다. ㅎ) 아니, 이 포스팅이 딱 200번째네! ^^* 정말 의미 깊은걸요.. :) 

  어떤 강박에서도 벗어나 자유롭게 운영하고 있는 나의 블로그. 1년이 흘러 꽤 많은 이야기를 담게 되었다. 대학 1학년 시절, 길고도 길었던, 나의 찬란하면서도 어두웠던 역사를 끝내고 새 시기를 시작하며 겪었던 여러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경계에서의 혼란, 다른 극단으로의 도피, 사랑, 열정, 이별, 아픔, 극복, 회귀, 또다른 경계, 이런 나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수만가지의 '나'. 애초에, 주제같은 걸 잡아 글을 쓰면 못 쓸 것 같아서 카테고리를 두 개만 만들어 두고 다 휘저어 담았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정체성이 생기겠지. 그리고 1년이 다 된 지금, 꽤나 커진 내 블로그가 제 모습을 갖춘 것을 본다. 음.. 어떤 의미인지 또 막 생각하면서 쓰다보면 머리아파지겠지? 강박이야 ㅎㅎ 더 쓰지 않을란다. 소 쿨~ 하게 ^^ 







  2009년을 맞이하며.



  계절학기에, 새로운 경험들에 잔뜩 긴장한 나인지라 이번 연말에는 별 생각 없이 일단 새해를 맞기로 했었는데, 또 쓰게 되네.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에 국한해서 간단하게 생각해보고 끝내야지. :)

  1년간, 꽤 많은 공부를 했고 많은 글을 써 왔다. 이들을 하드에 담아두면 언제 날아가 버릴지 모르니 블로그에 곱게 담아두고 싶었다. 그러나 이게, 또 분류화 작업을 좀 거쳐야 되는 것이어서 놔 두었었는데, 이번 방학때 올해 공부한 것들을 블로그로 옮기는 작업을 좀 하려 한다. 또.. 이것들, 다음 해 들어오는 후배들의 자료로 악용되지는 않겠지? -_- ... 그게 좀 걱정되기는 하지만. 사실 이것들, 성적 꽤나 잘 받은 것들이다. 다음에 이 근질근질한 소식을 포스팅 할 것이지만서도, 나 이번에, 학점, 무려 4.5 만점에 4.42가 떠서 과탑을 바라보고 있다.

  그 외의 방침(?)은 2008년과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네. 아, 이번 방학땐 정말로 포토샵 다루는 기술을 공부할 건데, 그러면 좀더 부지런을 떨어서 사진과 그림들이 많아질 지도 모르겠다. 아니, 언제나 그러고 싶었는데 넘어갔던 거야. ㅎㅎ 사실 글 만으로는 충분히 재현하기 어려운 느낌과 감정들이 있잖아. 여러 매체를 활용하는 기술을 익히게 될 거고, 그럼 글로 부족했던 부분을 더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겠지. :)

  다른 계획은 하지 않으련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시간의 흐름 속에 내 블로그는 또다른 자신을 갖춰가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끝으로 이 인사는 꼭 하고 싶다. 이렇게 편리하고 깔끔한, 내 취향에 꼭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 주시는 티스토리 운영자 분들, 오며가며 글 읽고 한 마디씩 건네주셨던 티스토리의 아름다운 블로거 님들, 정말 감사드린다. 모두모두, 연말의 은혜 남김없이 듬뿍 받아 이웃들과 따뜻하게 나누시고, 행복한 2009년 맞이하셨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