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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6 [음악실기3] 감상 - Danse Macabre
초등교육2009. 7. 6. 22:52

Danse Macabre



 

  스트레스가 심한 날, 옥죄어오는 스트레스의 압박에 저항하는 방법을 여러 가지 마련해 두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음악을 듣는 것이다. 그냥 음악이 아니라, 활로 켜는 현악기의 소리가 가슴을 후벼 파내어 주는 음악을 들어야 한다.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들이나,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같은 음악들. 그리고 이 까미유 생상의 Danse Macabre도, 내가 가슴이 답답할 때 즐겨 듣는 음악 중 하나다.
 

  모든 악기들이 각자의 독특한 음색을 갖고 있지만, 바이올린이라는 현악기가 지닌 음색이 힘겨운 내게 건네는 위로에는 여느 다른 소리들과는 다른 묘미의 '저미는' 것이 있다. 아픈 곳을 가만히 울리고 증폭시켜 청승맞은 눈물을 내어버리기 보다는, 격정적으로 몰아치는 현실 속의 나를 부정하지 않고, 그것이 가슴을 어느 정도 도려내도록 놓아두게 하는 데서 오는 묘한 안정감이다.

 
   바이올린 소리를 들을 때의 느낌을 언어로 형용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언어라는 매개 기호물이 지니는 본래의 한계 탓인지, 나의 거친 구사력 탓인지 분간할 길이 없지만- 음악을 들을 때 느껴지는 온 몸의 반응과 감정의 동요는 정말이지 고유하고 특별한 미감이다.


  Danse Macabre, '죽음의 무도'라는 뜻이다. 작곡자의 생각에는 관심 가지지 않고 일단 나에게 느껴지는 대로만 받아들이는 데 습관 들어 있다가, 감상문을 쓰려고 자판을 잡으면서 갑자기 이 표제에 관심이 생겨 검색해 보았다. 나름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추상적인 감각으로만 존재하던 느낌이, 갑자기 생동감 있는 시각적 영상으로 발현된다. 피아노 소리(목금으로 연주했다고 하는데, 내가 주로 듣는 음원에서는 피아노로 반주된다)는 타건이 유난히 굴러가는 듯 튀어대어, 뼈들이 부딪치는 소리 같다. 깜깜하고 습습한, 서늘한 묘지에서, 죽음의 신의 신호에 이끌리듯 뛰쳐나와 해골들이 흥청흥청, 춤추는 모습. 바이올린 소리의 유연한 격정이 더욱 그들을 무아지경으로 이끄는 듯하다. 산 사람들의 춤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묘한 미감이 있다. 죽은 자들의 무도를 지켜보는 내 얼굴에 미소는 떠오르지 않는다. 둥둥 떠오르는 듯한 분홍빛 기쁨과 즐거움은 없다. 그러나 냉정하고 이성적인 쾌감과 황홀경은 하얗게 빛을 발하는 뼈대로 남아 격정적으로 춤춘다.


  나는 Danse Macabre의 선율을 따라가며, 앉아있던 의자에 몸을 쭈욱 기댄다. 눈을 감은 나의 몸은 어느덧 존재를 잊고, 영혼이 박차고 음률 속으로 뛰쳐나간다. 나의 영혼도 죽은 자들과 함께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하얗게 빛나며, 째질 듯 흩날리는 현악기의 파장에 휩싸여 차가운 춤을 춘다. 이미 흠뻑 취해버려, 도저히 그 춤을 끝내고 싶지가 않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고개를 들어보니 한 시간 쯤 지난 것 같다. 어느덧, 도려내어진 한 쪽 가슴 속으로 시원한 한 줄기 바람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