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육2009. 7. 2. 17:09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마지막 미술실기 강의. 첫시간부터 시작되었던 고민은 마지막까지 그칠 줄을 몰랐고, 결국은 한 학기 내내 욕만 하다가 끝난 수업이 되었다.

이전 미술실기 수업이었던 미술실기2의 교수님이 너무 좋아서였는지, 이번엔 정말 에이투 제트, 불만 뿐이었다. 아주 조금 얻은 것도 있긴 하지만, 그건 정말 일부분이야. 내가 진짜 어디에서든 장점을 찾아내는 눈이 있기 때문에 찾아냈다고밖엔 봐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결국 나는 강의평가날만을 손꼽아 기다렸고, 몽골에 다녀오자마자 날 기다리고 있던 성적을 보기 위해 강의평가를 해야 했는데, 다른 강의평가는 평소와 달리 아주 대충 (...) 하고 넘어갔으나(성적을 빨리 보기 위해 =_ㅜ) 미술만큼은, 진짜 한참동안 잡고 앉아서 글을 썼었다. 결국은 200자 제한 때문에 매우 강도가 낮아진 비판만 넘기고 말 수밖에 없었지만. 그 rough하기 짝이 없는 강의평가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_-




  과제물 평가 기준은 철저히 교수님만의 것(많은 이들이 동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특히 문제)이었다. 학생들의 개성이나 미적 감각의 다양성을 전혀 수용하지 않았고, 교수님의 생각에 맞출 것을 강요했다. '점수를 잘 받으려면' 창의력보다도 일단 크기, 화려함 등에서 '눈에 띌' 것이 요구되었다. 특히 어머니께 부탁해도 된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무엇을 평가하시려는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했다. 
  
  획일적 기준에 맞춰 완성도 있게 표현하는 작품이 아니라, 다른 면에서 더 중요한 목표를 가지는 초등미술교육의 성격에는 전혀 맞지 않는 강의였다. 특히 우리 분반은 전에 '점, 선, 면, 양'을 주제로 한 번 수강한 적이 있었기에 이번 학기에 좀더 그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지만, 더 깊이있는 이해는 불가능했다. 첫시간에 나누어주신 이론자료는 매우 거친 번역본이라 주의깊게 정독하여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수준이었으며, 수업 시간에 각 요소의 특징을 깊이있게, 통찰력있게 언급하신 적도 없다. 한 학기동안 실기 한 과목을 수강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이 상당함을 고려하면, 같은 내용을 수강하면서 더 깊은 이해도 할 수 없었다면 우리 분반 학생들에게는 사실상 많은 손실이었다.
  
  초등교육을 아시는 교수님인지 수강 내내 의문스러웠다. 학생들의 작품을 줄세워 낫고 못함을 절제되지 못한 언어로 공개적으로 따졌던 평가 방법에도 모든 학생들이 불만을 가졌다. 초등미술교육에서 우열을 가리고 줄세우는 방식 자체가 바람직하지 못하며 미술에 대해 편견을 갖게 함은 자명한 것인데도, 우린 이런 방식으로 평가받았고 그 절차 중 교수님께서 공정치도 않은 기준으로 학생들의 작품을 깎아내리고 비하하는 발언을 그치지 않으시어 많은 학생들이 힘들어했다. 우열은 가려야 하게 마련이지만, 그것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준에 따라야 하고 적어도 '미술' 수업시간에는 '우열'이 있다는 의식과 열등감 등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런 인식이 미술을 싫어하는 아이를 만들고 자유로운 의식의 진행을 막는다.

  수업 준비물의 경우에도, 지금까지는 교수님께서 특정 준비물의 공동구매를 지시하거나, 혹은 교수님께서 직접 준비하시는 등의 방법이 활용되었고 학생 개인 준비물에도 충분한 안내가 있어 준비 비용에 큰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알아서 준비'해오라는 것이었다. 그 정도가 사실 너무 방임적이어서, '좋은 학점'을 위해 아주 비싼 재료를 동원하는 학우들도 많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준비물 준비에 들어간 비용이 이번 학기만큼 컸던 적이 없다. 각 조형 요소를 이해하게 하려면 한정적 재료를 갖고도 충분히 깊이있게 이해하도록 강의가 진행될 수 있었을텐데, 정작 본질을 파고드는 데는 소홀하였다.









  아무튼, 이번 교수는 진짜 개념이 없어도 한참 없는 사람이었다는 걸 아주 부드럽게 적어놓은 거임. 저기다 못 적은 것도 많아. 체형이 통통한 여학생이 좀 늦게 온다고, '걔는 살이나 좀 빼라고 그래라, 그러니까 빨리 못 움직이고 늦지' 따위의 발언을 하는 건 예사. 큰 것, 반짝이는 것, 화려한 것, 돌아가는 것, 움직이는 것이면 무조건 좋아했으며, 학생만의 독특한 생각 따위는 항상 무시했다.
 

'이런 걸 **라고 만들었냐? 이런 걸 시장에 갖다 내 놓으면 누가 사 가겠냐? 상품가치가 없잖아 상품가치가!'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이런 걸 만들어 놓으면 야구 빠따 감이었어 임마'
'내가 언제 이렇게 하라고 했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란 말이야, 시키는 대로.'
'저거 봐라, 내가 진작 말하는 대로 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끝까지 저렇게 하다니. 당장 내려!' .......


  아....... 어록을 만들자면 진짜 끝도 없겠다. 그걸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비판할 여력도 없다. 초등미술교육의 관점에서 비판하자면 정말로 더욱 끝이 없다. 


  예전 교수님은 초등교육을 학부에서 전공하신 후에 유학을 다녀오셨기 때문에 초등교육, 그리고 미술 '교육'의 관점을 정말 명확히 갖고 계신 분이었다. 나는 교수님 밑에서, 10여년 간 잘못된 교육을 받으며 뿌리깊게 내 안에 자리잡았던, '미술' 자체에 대한 왜곡된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것을 느꼈고, 교육의 관점에서 미술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관해서도, '실기' 수업이었지만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을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특별한 기법적 특훈을 받은 것이 아니었음에도 실기 능력은 나날이 향상되었다. 관점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별히 이론적으로 주입시킨 적도 없으셨지만, 그 때 조근조근 알려주셨던 화가들이며 사조들, 우리 미술에 대한 지식들은 '느낌'과 '생각', '통찰'의 자취로 마음 속에 선연히 남아 지금도 끊임없이 지적 호기심의 발을 낳고 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된 것. 이것 자체가, 정말 10여년 이상의 세월동안 내게 전혀 불가능했던 생각이었기에 내게 일어난 변화는 특별한 것이었다.

  ...... 그에 비하랴. 미친 교수.





  그래. 그럼에도 얻은 걸 좀 정리해보자면 이 정도가 있을 거다.

  취미 생활의 다양한 가능성을 엿보는 계기가 됐어.
  그래서 이전에 알지 못했던 미감을 계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

   수업 준비 하나 없이 맨몸으로 와서 막말만 하다가 가고, 대놓고 '인터넷에서 찾아서 해 오란 말이야' 라고 떠드는 통에, 인터넷 검색 기술은 늘고 또 늘고. 평소엔 검색해 볼 기회가 없었던 키워드들로 검색을 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된 사례가 많다. 

  - 선 조형 포트폴리오 기간 : 와이어 공예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생각보다, 훨씬 예뻤고 실용적이었다.
  - 면 조형 포트폴리오 기간 :건축과 학생들은 항상 설계와 모델 제작에 쩔어서 살지. 그들의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고 한 달이나마 그 고민을 함께해 본 계기가 되었음. 사실, 이래서 초등교육과가 만능이라는 거다. 모든 분야를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것이, 어찌 전문성이 아니라고 하는가. 근거가 빈약해 보이지? 그래봤자 깊이는 모르지 않느냐고 말이야. 말하자면 길다. 일단은 패스.
  - 면 조형 포트폴리오 기간 : 종이공예가 취미인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행복하게 자신의 예술적 마인드를 표출하며 산다. 원하는 스타일로, 무언가를 창조해내고 그것으로 주변을 채우는 사람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들.
  - 양 조형 포트폴리오 기간 : 옷을 리폼하거나, 천조각과 미싱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 퀼트, 자수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 세계 또한 굉장히 매력적이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자유롭게 옷가지며 가방, 소품들을 만들어 직접 사용하는 즐거움은 거기에 빠져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으리라. 예쁜 천과 실에 열광하고, 그것들을 고르는 재미에 푹 빠진 사람들. 사 놓은 옷감과 도구들을 바라보며 창조적 사고를 하고, 남은 천이나 소품들을 보고도 어떻게 하면 창조적으로 센스있게 가치를 살려낼까 고민하는 사람들. 요리의 매력과 비슷해 보이는군.
 - 면 조형 포트폴리오 기간 : 조립 모형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성당 모형같은 아름다운 건축물 모형에 열광하는 사람들. 이들만을 위한 전문 외국 사이트들도 많다. 한 채의 모형을 짓기 위해 몇 달을 투자하고 거금을 들이는 것도 마다않으며, 이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도 꽤 많다는 거. 미술실기 3를 수강하는 과정이 아니었으면 모를 뻔 했지 ....

  그래서 나도 그들이 열광하는 것들에 한 달 씩이나마 열광해보고, 직접 뛰어들어 체험도 해 보게 됐다. 나도 천조각만 전문적으로 파는 쇼핑몰에 들어가서 몇 시간동안 천 사진들을 들여다봤고, 종이공예 도구들을 사고 싶어 안달도 해 봤다. 내 스타일에 딱 맞는 색감과 느낌의 천조각이나 물건을 보면, 그리고 그게 싼 가격에 판매되는 걸 발견했을 때는 환장하면서 광클을 해 보기도 했다. 업으로 하는 사람은 아닌데 그쪽 쇼핑몰에서 '덤'까지 주면서 예쁘게 만들라고 작은 메시지까지 담아 보내주는 물건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헤벌쭉 웃으며 창조의 신을 접신한 적도 있고.


음.......... 그리고, 하루만에 무언가를 해 낼 수 있는 능력 무한 업그레이드.

네 작품 모두, 거의 하루 만에 만들어 낸 것들이다. 내가 이런 걸 붙잡고 일주일 한 달씩 공을 들일 시간이 있었어야 말이지. 언제까지 1/2 완성해 오라니 어쩌니 하는 교수 말 다 무시하고 그냥 완성 날짜만 꼬박꼬박 지켰다. 포트폴리오도 두 시간도 안 걸려서 와장창 완성하고 그랬으니까. 미술실기3 따위는 내가 신경써 줄 가치가 있을 만큼 교수가 되어 먹은 인간도 아니었고, 실제로 다른 과제와 공부, 일정 때문에 시간을 들일 수 있는 과목도 아니었다. 이 네 작품 다 합쳐 보아야 1학점이었는걸 ;; 개고생해서 만든 한 작품당 0.25학점. -_-.........................

그래서 사실 포트폴리오에 헛소리도 많다. 꿈보다 해몽. 무진 애써서 만든 작품들인 양.. =_= ㅋㅋㅋㅋㅋ 특히 파리가 내 동경의 대상이었느니 적어놓은 세 번째 포트폴리오 ㅋㅋㅋㅋ 내가 읽어도 오그라든다 ㅋㅋㅋㅋㅋ 로망은 무슨 로망 -_- ... 난 유럽에 대한 동경같은 거 품고 사는 사람 아니다 ㅋㅋㅋ 뭐라고 쓰긴 써야겠고 할 말은 없어서 써 놓은 거임. 아... 그런거 진짜 많다... =_= ㅋㅋㅋㅋㅋㅋㅋ





뭔가 비화들을 적으면 재밌을 것 같다. 매우 적나라하군ㅋㅋㅋㅋㅋ

1. 점으로 표현된 조형 : 봄나비 Quartet

  이거 만들던 날, 새벽 4시 반까지 착한 내 동아리 동기 동생 녀석이 함께 핀셋을 들고 깨를 붙이며 도와줬었지. ㅠㅠㅠ 다음날이 동아리 정기연주회라서 둘 다 바빠도 오나전 바빴던 그 때. 난 과제에 허덕이면서도 중간에 선배들이 부르면 나가야 했고, 피로와 술에 쩐 몸으로 어찌 되었건 과제는 해야 했기에 눈물을 머금었었다. 기적처럼 나타나 도와줬던 천사 동기님, 진짜 사랑한다. ㅠㅠ 이번 합숙때 밥 맛나게 먹여줘야지, 진짜.

  새벽 4시 반에 녀석이 자기 방으로 돌아가고, 나는 밤을 샜다. 잠깐 자고 일어나서 공연 리허설 들어가기 직전까지 계속 모래를 쏟고 풀칠을 했다. 리허설 들어가기 직전에 포트폴리오를 출력하고, 그렇게 첫 프로그램 공연을 올리고, 씁쓸한 뒤풀이를 갔었던 기억. 그 기억이 서린 작품이다. 봐, 제목도. 봄나비 Quartet. 그땐 봄이었고, 우린 봄을 주제로 공연을 했었고, 우리 팀은 Quartet이었어. 머리 속에 온통 공연 생각 뿐이었기에, 작품 제목도 저렇게 나왔었지 ^^




2. 선으로 표현된 조형 : shiny flower stand

  이것도 하루만에 만든 작품. -_- ... 사실 이거 만들기 전 사전 작업은 꽤 길었다. 와이어 공예 책자를 빌리려고 무진 애를 쓰기도 하고, 인터넷을 뒤져 여러 재료를 구하는 데도 만만찮은 돈이 들었다. 처음엔 진짜로 전구를 연결해서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전구랑 전선, 콘센트같은 전기 부품들도 철물점까지 가서 사왔었다. -_-....... 그러나 결국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걸 알았고 그냥 장식용 스탠드로 얼버무린 것. 니퍼며 드라이버같은 공구도 없는 상황에서 수위아저씨께 사바사바까지 해 가며 그런 짓을 할 만큼.. 학점의 노예가 아니었기 때문에 -_-.. 게다가 그렇게 만들었다간 소요시간이 3배로 불어나면서도 작품은 더 못나질 게 뻔해서 ㅋㅋㅋ 잔머리의 신은 그냥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ㅋㅋ

  이거 만들고 세워놓았는데 동기 한 명이 자기 동아리에서 안 좋은 일을 당하고 울면서 막 들어왔었어. 한 시간 정도 함께 있으면서 이야기를 듣고 진정시켜주고 하느라 맘도 씁쓸하고 같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날 그 녀석은 제가 만들던 와이어 고양이를 완성해야 했고, 거의 못 한 상황에 불려나갔던 거라 더 힘들어 했었지. 결국 몸체까지 만들지는 못하고 머리만 만들어 갔었고.. 이랬던 그날 밤의 기억이 서린 작품. 지금은 우리 집 TV 옆에서 제 자리를 찾은 녀석이다.




3. 면으로 표현된 조형 : the Eiffel Tower

  이것도 하루 만에 만들었음. 하루 만에 만들지 않은 작품이 사실 없음. 아....... 기존 모형을 본따서 만들었기 때문에 창조성 제로. 하지만 제일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 그래서 난 이 미술교수를 더 싫어해. 나에게 좋은 소릴 하든 싫은 소릴 하든, 그건 내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아니다. 사실 내게 나쁜 말을 한 적은 별로 없다. 내 작품에 대해 혹평을 한 적도 없고. 하지만, 난 그 인간이 내게 어떤 평가를 내리든 싫기는 마찬가지다. 나의 창조성이 제대로 평가받은 적도 없고, 내 창조성이 전혀 깃들지 않은 작품에도 좋은 평가를 내린다면, 그 사람은 어쨌든 이 분야에서 수준 미달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난 정말로, 직위나 나이 따위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철저히 능력과 됨됨이를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서..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암튼 진짜 허섭하게 만들었다. 완벽하게 자르지 않아서 딱딱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에, 스티로폼 전용 풀로 매끈하게 붙이는 건 불가능했다. 그걸 완벽하게 맞추려고 하루 이상을 들이며 끙끙대는 대신, 난 보이지 않게 스카치 테이프를 쓰는 편법을 썼다. 물론 들키지 않았고, 검사만 받고 이 작품은 내 방에서 알아서 자연분해되기 시작했다. 내가 오며가며 밟기도 했고, 점점 무너져내리는 꼴을 끝까지 보지 않고, 결국 난 내 손으로 완전히 없애버렸다.



4. 양으로 표현된 조형 : Natural Vintage Blue Jeans Bag

  그래도 나름 애정이 깃든 작품이다. 재봉틀만 있었어도 단단하게, 더 간단하게 만들 수도 있었을텐데 두꺼운 청지를 손바느질로 한 땀 한 땀 박는다고 진짜 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내 스타일이 깃든 작품이라 정이 많이 간다. 이 작품을 위해 애꿎은 엄마 청바지 한 벌이 희생했다. 엄마는 안 입는 거라고 하셨지만, 사실 내 맘이 괜히 많이 아팠다. 
 
  양 조형 평가때 애들이 가져온 작품들은 진짜 가관이었다. 엄마들이 아주 그냥... 총동원 되었더라. 못 봐주겠더라. 완전 기성품 수준에, 애들 손은 전혀 가지 않은 게 정말 티가 났다. 엄마께 죄송하고 부끄럽지도 않냐, 못난 놈들아. 나보고 입는 옷 괜히 찢은 거 아니냐고 비아냥거리던 언니 얼굴도 생각나는군. 언니야 뭐 항상 그런 식으로 사니까. -_-.... 학점의 노예 같으니 ...... -_-

  이 수업에서 난 양심따위 지키지 않았다. 지켜줄 필요가 없는 부분은 나도 지켜주지 않았다. 난 정말... 가차없는 사람이란 걸 느꼈어. ㅠㅠ 서열을 매길 수 없는 이 작품들에 혹평을 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단 걸 저도 깨달았던지 교수는 조용히 혼자 '점수를 매겼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무리 보아도 나만큼 자기 색깔이 묻어나는 작품을 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혼자 착각했지만, 어쨌든 Best input 뿐, Output 은 기대하지 않는 내 원칙에 따라 그냥 신경을 껐다. 만드는 과정이 즐거웠으면 된 거였다. 집에 가면 천조각으로 나만의 물건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망, 살림 할 때에도 알뜰하고 센스있게 '이런 짓'을 많이 해 보고 싶다는 동기가 불끈 불끈 생겨난 것만으로도 수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다사다난했던 '1학점'짜리 마지막 미술실기의 성적은 비쁠. 지금껏 미술실기 에이쁠을 한 번도 놓쳐 본 적이 없었건만. 결국 이 인간은 내게 비를 날리는구먼. 이번학기 과목들 중 최저이기도 하다. 이번에 수강한 과목 10과목 중 비는 유일하게 미술실기 한 과목에서만 출현. 

  아무튼 무념무상이다. 결과에 대한 감정은 없다. 되먹잖은 교수가 준 점수에 왈가왈부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으니까. 나도 그만큼 열심히 학기 내내 보이지 않는 보복을 했으니 되었다. 

 
아......... 힘들어
이것으로 미술실기3에 대한 종합을 마치고자 한다. 그만! 저장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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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