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시간으로,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세 달을 안고 있었던 시들을 나의 밖으로 풀어내었다.
그 시간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마음 깊이 한 자락씩 접혀가던 나이테는 시간의 흔적으로 곱게 다듬어져갔다. 안으로 고르던 언어들을 고이 감춰 두었다 꺼내보고, 또 꺼내보고, 수줍게, 정성껏, 매만지고, 쓰다듬고 하던- 그 시간들이 켜켜히 묻어있는, 내 자식같은, 나의 일부가 소중한 모양으로 동그랗게 빚어져 있는 이것들을 클릭 한번으로 저 너머로, 세상 밖으로 보내버리고 나니, 갑자기 세상이 캄캄하고 온몸이 허실비실하다. 내 몸을 지탱하던 무언가가 갑자기 쑥 빠져버린 기분. 온몸이 관성의 법칙을 이기지 못하고 출렁인다. 속이 메슥대어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았고, 머리가 깨질 듯 멍하고 심장은 정신을 잃고 제맘대로 뛰어제껴서, 주변이 온통 노란 공기로 뒤덮인 듯 하였다. 나의 몸, 나의 혼의 일부를, 심한 진통으로 기진맥진한 뒤 해산한 기분. 지독한 난산이었기에 이토록 후유증이 심한 것인지 모른다. 고(苦)를 함께하였기에, 보내야 할 찌꺼기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분리할 수 없는 일부가 되었고, 치러야 할 일을 견뎌내고 난 뒤에도 충격을 이기기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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