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은 다름아닌 그것이야, 익숙하기 그지없는. 모든 즐거움을 가리고 있는 것. 진정으로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게 하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것. 주객전도.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안타까운 극치. 10년간 날 잠식하여 결국은 극단의 바닥으로 내쳤던 그것. 나는 나일 뿐이야. 타자는 결국엔 부차이고. 아무리 세상이 결과중심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난 세상의 모순에 더이상 놀아나지 않는다. 내 눈을 가리던, 내 목을 옥죄던 그 모든 것들, 목적이 아니야, 수단이야, 뒤는 생각하지 마. 즐겁고, 의미 있다면 이미 충분하며, 만끽했다면 결과는 저절로 따라온다. 설사 따라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나에게 어떤 악한 힘을 갖고 감히 영향을 미치겠는가. 내가 나를 사랑하는 에너지로 충만하여 있는데. 결코, 작은 것만 보는 콩알만한 눈에 과량의 ATP를 제공하느라 큰 것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진 않으리라. 사필귀정. 인생은 길고, 삶은 평범하며, 나도, 평범하다. 하지만, 나는, 나이기에-, 특별하다, 삶이란 누구에게나 본질적으로는 같은 몫으로 주어지는 것이기에, 누구나의 삶과 같이 나의 삶도 평범하지만, 이것은 그 누구의 삶도 아닌 나의 삶이기에, 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나'라는 아름다운 존재가 살아내는 온전한 나의 것이기에, 어떤 이의 것보다도 고귀하고 특별하다. 행복한 현재를, 축복받은 지금을 바라보는 것, 세상이 던지는 fake 홍수 속에서도 평정을 잃지 않고 내가 믿는 온당한 기준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세상 속에 파묻힘을 택하지 않고 세상 위에 서서 조망하기를 택하여, 여유있게 살아내는 것,.. 그것이, 지금의, 상처 투성이였던 내가, 딱지 앉은 껍질을 벗고 돋아오른 새 살을 어루만지며 발견한 것, 평정에의 희망, 기쁨, 빛.
비로소 나는 나를 한 층 더 온전하게 대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영원히 자라는 '중'일 것.
자기이해 인지능이 또 한 단계 도약했구나, 하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밤.
또 하나의, 굉장히 두껍고 단단하게 나를 틀어쥐고 있었던 굴레를 벗어던지는 밤.
'일기 > everyday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0) | 2008.10.19 |
---|---|
The new cornea. (0) | 2008.10.19 |
방법은 하나야 (0) | 2008.10.18 |
익숙한 불안 (0) | 2008.10.18 |
"잘 그린 그림이란 없습니다." (0) | 2008.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