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19'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6.19 now comes the hard part. 1
  2. 2010.06.19 아직도...
  3. 2010.06.19 스물 셋에 다시 폭발한 진로 고민이라-
일기/everydaylife2010. 6. 19. 21:28


나를 마주하고 싶은 시간이다.
힘들고 아픈데, 외면하면 안 될 것 같은 시간.



바쁘게 살고, 그렇게 사는 법에 온 몸을 던져넣으면서 배운 거라곤,
이런 내 감정들, 내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정들에조차도,
관심을 끄고, 미뤄두고, 외면하고, 일단 '살아내기'에 급급하게 하는 것.
그렇게, 생존하는 방법. 그것만 배웠나보다, 대학 생활 몇 년 하면서.



..... 처음으로 맞는 것 같은 휴식 다운 휴식,
이 지점,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바라본 나의 모습,
나의 감정과 인식과 느낌들은,
눈 감고 달려오느라, 나도 모르는 새에 길을 한참 벗어나버리고는
그 사실을 막 깨닫고-
돌이킬 수가 없어 당황해버린 무책임한 어린아이와 다르지 않다.



답답해오고,
숨이 막히고,
떠나고 싶고,
1년을 쉬고 방에서 책만 읽어보고도 싶고,
그렇게 내 길을 찾겠다고 다 던져버리고도 싶고,
안절부절 못하고,
꼭 끌어안을 무언가가 필요해,
인형을 끌어안고서는 눈물이 천천히 차는 걸 느낀다.
불안감과 다급함...
무의미한 삶이란 이다지도 무섭다.



이전에는 '이렇게 살아가다보면 찾을 거야'라 생각했고,
대수롭지 않았고, 큰일 날 것이 없었지만-
지금은 무척이나 절박하고,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큰일 날 것만 같은 두려움까지 밀려온다.



하지만 일상은 참 일상답다.
청소와 빨래는 제때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간단한 식재료와 협소한 주방 도구들만을 가지고도
충분히 영양을 고려한 식사거리를 제때 챙겨먹고 있다.
설거지도 바로바로 해치우며,
뭐든 쌓이는 것을 보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지낸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평화로운 일상.
..... 그리고 여기에 공존하는 불안한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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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10. 6. 19. 15:54

... 라고 생각했는데.
1분도 안되는 짧은 곡이 영화의 오에스티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비포 선라이즈를 보고 오에스티를 비지엠으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게 생각났다.
.... 영화를 봤다.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사랑하는데 헤어져서,
10년동안 서로의 길을 가고 다른 사랑을 하며 살아가지만,
결국은 잊을 수 없는 운명.
운명이라는 게 있다면, 이런 거겠지.
1년, 2년, 시간이 계속 가고, 10년이 지난 뒤에라도,
한 마디 한 마디 나눴던 대화들의 힘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기적이 일어나고,
아무리 열정을 외면하고 냉정해지려 해도,
결국은 속일 수 없는... 그런 사랑.



너도,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구나.
아무리 '괜찮은 사람'을 만나 다시 사랑하더라도,
멋진 삶을 살아갈지라도,
가슴 한 구석에 채워지지 못한 채 남겨둘 수 밖에 없는 빈 자리.
다른 어떤 것으로 채울 수 없는,
고유한 무늬를 가진 음각의 흔적.
그리고- 정말로 우리가 운명이라면.
그 동안 다른 사랑을 하고 제 삶을 살아가더라도,
그래, 먼 훗날, 운명처럼 다시 마주칠 날이 오겠지, 라는.
그렇게 정말로 운명이라면,
그 때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거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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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10. 6. 19. 09:10

완전히 극복했구나 싶다.
이제 일말의 그 폭풍이 지나가고 정말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갔구나 싶다.
나도 딱히 그렇지 못한 게 아니니까, 별 생각 없을 줄 알았다.
근데 왠지 모르게 얄밉고 얄밉다.
...... 이게 맞긴 한데, 그러니까 너고 나인 거긴 한데,
그래도 왠지 얄밉다. 왠지 재수없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달려들 수 있는 전문 분야가 있어서 좋겠다.
무진장 부럽다.
나는 요즈음, 진로 때문에 머리가 깨져버릴 것 같다.
좌우뇌 통합형에, 시청각이 두루 발달한 흔치않은 인물인데,
에너지를 쏟아부을 초점만 찾으면 폭발시켜버릴 것 같은데,
그걸 못 찾아 이도 저도 못하고 겉돌고만 있는 기분이다.
미루어두었던 오랜 고민이 다시 떠올라와버렸다.
그걸 떠오르게 해 준 이번 이별이 어쩌면 고맙다.


우수 수업 사례를 듣고도 시큰둥한 것은 이 때문이다.
내가 진정 원하는 분야로 가고 있다면, 그런 이야길 들으면 심장이 뛸 것이다.
원하는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 거기에서 열정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니까.
하지만 엄청난 열정을 갖고 수업 하나에 온 에너지를 쏟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난 설레기보다는 힘이 빠지고 기분이 나빠진다.
내가 궁극으로 원하는 길이 아닌 것 같은데, 그 길의 끝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무의식중의 압박을 받는 것 같아서.
원치 않는 길로 떠밀리는 기분이 들어서.
'굳이 애들 즐겁게 해 주려고 그런 짓까지 해야 해?'
이런 생각이 더 먼저 들고,
'애들마다 러닝 스타일이 다른 것처럼 선생님마다 티칭 스타일도 다른 건데,
굳이 그런 것 무시하고 이상적인 수업이 있다는 기준 아래 평가당해야 하나?'
이런 생각까지 들어버린다.
난 저학년 수업에서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선생님들처럼,
오버해서 표정짓고 큰 소리 내면서 연극하는 거 진짜 젬병이고 병맛이고 오글거려서 못하겠다.
근데 그렇게 안 하면 안 된다고, 그렇게 하는 사람들만 잘 한다고 하잖아.
난 그런 사람 아닌데, 그렇게 해야 한다는 압박 느끼면서 나 아닌 나를 굳이 만들고 싶지 않다.
내 강점이 있고 내가 더 심장이 뛰는 것이 다른 어딘가에 있는데,
그게 아닌 분야에 온 에너지를 쏟지 못한다고 해서 열등감 갖거나 내 능력이 좋지 못하다고 느끼고 싶지 않다.



다음 학기에 실습은 나가고,
그 폭풍이 지나고 나면 곧 임고생인데,
인생의 목적이 어긋나는 기분으로는 도저히 임고에 에너지를 쏟지 못할텐데,
이 벼랑 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방학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
진로 결정에 있어서 시한부를 사는 기분이다.
 

기타를 칠 때만.... 가끔 이 기분을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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