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everydaylife2009. 5. 10. 22:07
조각조각.
그 동안에도 일이 많았지만, 그냥 쭉쭉 지나갔네.

아무튼, 그 사람은 내게, 다시 몽골에 가겠다고 문자로 통보했다.
난 결코 이 기회를 내 손으로 버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린 거기에 같이 가게 됐다.
이제, 체념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싶고, 싫은 감정을 갖는 것 조차도 피곤해서 무심해져버렸다.
그 사람이 얼마나 내게 이기적인 제안을 했던 것인지 상기하는 것도 이젠 에너지가 달려서 그만뒀다.

나와 새 시작을 할 듯도 했던 사람들은 결국엔 모두 아닌 것으로 판명(?)났고,
내 두 번째 마니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채 역사 속으로 묻혔다.
하지만 이제 다시 그녀석과는 어색하지 않게 지내게 됐다.
여전히 녀석은 귀엽고 착실했으며 예의발랐다.

우리 지난 공연팀은 이번 대동제때 우리 동아리 대표로 공연을 다시 하게 되었다.
다른 팀도 한 곡 하기로 했었는데 그 팀이 취소되는 바람에 우리가 두 곡을 해야 한대.
지난 공연때 올렸던 곡 중 하나인 사브레 댄스와, 옛적 작은 연주회때 했던 사방 중 북쪽을 올리기로 했다.
바쁜 와중에 맡게 된 것이라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맘에 부하가 많이 걸리지는 않는다.
이미 했던 것들이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다시는 뭉칠 일이 없을 것 같았던 우리는, 다시 무대에 함께 서게 됐다.

서울교대에 재학중인 친구녀석이 어제 우리 학교에 찾아왔다.
정말 많은 걸 보여줬고 이것저것 소개해줬다.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갔고, 나도 즐거웠다.

대형 세계지도를 거금을 들여 질렀다.
지리부도와 역사부도, 세계사, 세계지리, 한국지리 교과서도 샀다.
이비에스 라디오에서 맘에 드는 영어 프로그램 이용권도 샀고,
다큐멘터리 이용권도 샀다.
커피 밀폐 용기도 드디어 샀어.

얼마 전 어린이날에는 색동 어린이 잔치가 있었다.
우리 과 행사였는데 우리 심화 포스트가 너무 인기가 많아서 힘들어 죽을 뻔 했다.
느낀 것도 많았는데.
애들도 연령따라 각양각색이고, 부모들도 너무나 각양각색이었다는 거.
그리고,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는 거, 진짜 어려운 일이라는 거.
'구조', '분리' 따위의 단어들이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서 '순화(?)' 시키느라 혼났네.

대형 발표를 끝내면서, 무척이나 힘들었는데 아무튼 끝나기도 했다.
매우 친하고 우호적이라 믿었던 동기 언니와 미묘한 균열이 생겼다.
나는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하면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야 했고,
아무튼 결과물에서도 나는 생각보다 활약하지 못했다.
골자를 구성하긴 했지만, 눈에 띄는 건 오히려 그 언니였고 난 어색했다.
내 발표 능력에 회의가 생기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에도 고민이 다시 불거졌다.
억울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작은 미움도 자리잡아 날 괴롭혔다.

그러다 강연을 두어 개 듣게 되었다.
하나는 필수라 들었던 강연이었는데- 리더쉽, 커뮤니케이션 능력, 성공학 등을 주제로 한 것.
또, 내가 찾아가 들었던 건물 개소 기념 초청 강연- 설득력 있는 프레젠테이션 스킬.
내 고민거리들을 찔러주는 주제들이 마침 열려서 적합했지.
생각거리가 생긴 만큼, 더 고민하고, 행동으로 노력해야 할 때란 것만 알아. ...

어린이날 전날에 엠티를 갔었어.
난 축구를 못했고, 괜히 혼자 짜증도 나고 자괴감도 들었어.
엠티 장소는 예뻤고, 나는 이곳 저곳을 다니며 작은 것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프레임에 맵시 있게 담았지.
사진 공부가 몹시도 하고 싶은 요즈음.
그리고, 열등감과 내 성격에 대한 고민으로 괴로운 나날.

또 얼마 전에는,
동방에 잠시 모였다가 동방 옆 세미나실에서 음주가무를 즐기고 있는 흑인음악 동아리를 방문했었다.
동기가 있기도 했는데, 그녀석은 우릴 위해 노랠 하나 더 불러줬다. 멋진 놈. ㅎㅎ
거기서 마신 맥주가 도화선이 되어, 동아리 후배 하나와 나, 동기 한 명은 그대로 정문으로 직행, 맥주를 샀다.
별이 보이는 언덕에 올라 달빛 아래서 우린 맥주를 마셨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삘받은 내가 기숙사에서 기타를 가져왔으며,
그래, 거기서 우린 기타를 치고 이야기하며 놀았어.
술, 달빛, 기타, 그리고 사람.




그냥 막 쓴 건데, 불과 일주일 남짓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
하나 하나 사실 다 포스팅 거리가 되고,
올릴 사진도 많지만-
보다시피 나, 지금도 과제가 많은데 잠시 주체 못하고 글 쓰는 중인거야.
그것도, 정제되지도 않고 체계도 없는 '막글'을.
쌓인 포스팅 거리들이 많은데 이렇게라도 남기고 넘어가야지.

블로깅을 제대로 하기에는, 사실 너무나 바쁜 나날이다.
... 그래도, 그것도 내 생활의 일부니까.
노력해야지.



오늘은, 혼자 동방에서 기숙사로 돌아오는데 꽃향기가 무척이나 짙었다.
아카시아 향, 야래화 향, 그리고 흙냄새-
아찔하게 매혹적이면서도 슬픈 여름 향기.
임의로 죽여 놓은 사랑의 감정이 다시 물큰 솟아오르는 것을,
나는 입술을 앙다물고 다시 구겨넣었다.
....... 사실, 구겨넣기도 힘들어서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는 거야.

곧, 돌아가야지. 이럴 새도 없이.
바쁜 일상으로.
내 태도와 감정을 잘 조절하면서.


응. . . 나는 할 수 있어.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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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