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 눈 밑의 다크써클이 만성피로때문이라고 하셨다.
그때는 동의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지금 내가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는 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오전 수업을 듣고나서, 꽤나 긴 오후 시간을 자유롭게 보낼 수 있었지만 나는 낮잠을 잤다.
할 일은 물론, 항상 많다.
요새는 잠을 자더라도 깊이 자지를 못한다.
뭔가 불안에 떨면서 자는 것 같다.
어젯밤에도 두 번이나 깼다.
새벽 네 시 반 쯤이랑, 일곱시가 되기 전이었던가.
보통은 정신없이 자다가 알람 소리를 듣고 깨는데.
낮잠을 잘 때도 마찬가지였다.
겨우 두 시간 남짓 자는데,
몇 번을 깼는지!
쫓기는 꿈을 꾼 것도 같다.
심장이 자꾸 불안하게 뛰었다.
점심때 내가 밥을 얼마나 많이 먹었는데!
한 것도 없는데 벌써 다 꺼져버리고 배가 고파.
소음공해 때문인지도 모른다.
요새 학교가 너무 시끄럽다.
기숙사 리모델링을 왜 대체 학기중에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아침부터 맨날 시끄러운 소리가 온 기숙사동에 울려펴져서,
주말에도 늦잠을 못 자고, 주중에도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다.
잠을 자도 양질의 잠을 자기는 힘들다.
안그래도 힘들다는 2학년 2학기인데, 이중고가 따로 없다.
겨우겨우 일어나서 커피고우 캔디를 하나 입에 넣었다.
정신이 좀 드는 것도 같지만 여전히 어지럽다.
소음을 막아보려 '핑갈의 동굴'을 재생해 본다.
햇빛 좋은 날이지만 창문을 열지 못한다.
저 반대쪽 사는 애들은 조용하다던데.
......... 생각을 계속하면 분노만 커지겠지.
난 가끔, 우리 학교에서 하는 일들에 수긍이 안 간다.
학생들 공부하는 기간에 이렇게 심한 소음공해를 뿌리는 것이나,
비교육적이기 그지없는 피구와 발야구를 과대항으로 시키는 거나.
오늘 오랜만에 '무소유'를 다시 읽었다.
그래. 뭐든 없는 게 나아, 지금은.
정말로, 나 하나 살아남기도 힘들다니까.
더 챙길 무엇이 생긴다는 건 뭐든 얽매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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