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한동안 멀리했던 내 애인이 그리웠다.
아니.. 애..인이 아니라 애'물'인가. ㅋ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던, 말없는 영원한 내 분신, 이자식, 이리와.
하하, 그런데 이것 참,
손톱이 어찌나 건반에서 따닥대는지...
게다가 건반 사이 사이에 끼기까지 하는거야.
그냥 그러려니, 하고 적당히 타협하곤 했었는데, 오늘은 도저히 안되겠는거야.
이 정도 치는 것 갖고는 생의 감각이 살아나지 않거든.
두어 시간 정도, 손가락이 풀릴 대로 풀리고 단단해질 대로 단단해 질 때까지 쳐야 하거든.
그리고 쓰레기같은 감정들이 자유자재로 음률에 실려나와, 그대로 공기 속으로 퍼져나가 소멸될 때까지 쳐야 하거든. '자유자재'로 실려 나오려면, 완전히 몰입해야 하거든. 땀에 폭 젖고 손가락을 의식이 아닌 무의식으로 움직이게 될 때까지 쳐야 하거든.....
그래서, 난 잠시의 주저도 없이 손톱을 잘라버렸어.
애지중지, 이제나 저제나 길기를 기다려서 다듬고 관리하던 손톱이었는데,
그냥 순식간에, 몇 개월의 시간을, 쇠날을 몇 번 딸각여서 없애버렸어.
와, 그런데, 갑자기 적응이 안되는 거야.
난 내 손을 보고 깜짝 놀랐어.
분명, 오른손 손톱을 자른 것 뿐이고, 왼손 모양이랑 같아진 거거든?
근데, 그 모양이 전혀 익숙하지 않은거야.
매일 보던 왼손 모양이 된 것 뿐인데 이게 너무 이상해서 잠시 무섭기까지 했었어.
손가락이 잘린 것 같았거든.
손가락이 뚝 잘려나가서 정상인의 손이 아닌 것처럼 보였어.
이상하기도 하지.
분명 내가 그렇게 애타게 그리워하던 바로 그, 20년간 바뀌지 않았던 내 손모양을 몇개월만에 찾은 건데 말이야. 반갑고, 괜히 기특하고, 사랑스러워야 하는데 당황스럽게도, 난 '내 손'을 보고 놀라고 말았지.
건반에서 나의 '새 손'을 움직이는데, 그 느낌은 더 당황스러웠어.
이상해-
계란을 쥔 모양으로 항상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던 내 손이었는데 말야,
스케일이 아무리 빠르고 연타가 잦아도 결코 구부러지지 않던 내 손가락들의 첫째 마디가,
그냥 힘없이, 아무 생각없이 픽픽 김빠지면서 굽어버리는거야.
그 낯선 기분에, 몰입도 할 수 없었고 감정도 빼낼 수가 없었어.
손가락은 '배출 통로, 매개'일 뿐이라서 그래.
내가 완전히 몰입해서 피아노를 치는 동안은 본래 손가락을 전혀 의식할 수가 없거든?
그런데, 매개물에 불과한 이 손가락들이 갑자기 내 것이 아닌 양 불편하고 휘청대니까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는거야.
손톱 밑자리가 발갛게 붓기 시작했어.
그러고보니, 갓 태어난 아기처럼 철저하게 보호받던 부분이었구나.
몇개월간 햇빛도 못보고, 딱딱한 것에 닿지도 않았던 곳이구나.
내 몸의 일부인데도 낯설었다.
몇개월새 부쩍 보들보들해진 이 살점들은,
비자기물질에 면역 반응을 일으켜 저항하는 양,
그간 건반에 닿지 못한 한풀이라도 하듯 유난히 발갛게 되었다.
이거 봐, 건반 못본지 너무 오랜만이다. 건반.. 얘 누구야? 누구? 응?.. 공격해!!...
<- 뭐 이런 식으로. ++...
아니.. 애..인이 아니라 애'물'인가. ㅋ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던, 말없는 영원한 내 분신, 이자식, 이리와.
하하, 그런데 이것 참,
손톱이 어찌나 건반에서 따닥대는지...
게다가 건반 사이 사이에 끼기까지 하는거야.
그냥 그러려니, 하고 적당히 타협하곤 했었는데, 오늘은 도저히 안되겠는거야.
이 정도 치는 것 갖고는 생의 감각이 살아나지 않거든.
두어 시간 정도, 손가락이 풀릴 대로 풀리고 단단해질 대로 단단해 질 때까지 쳐야 하거든.
그리고 쓰레기같은 감정들이 자유자재로 음률에 실려나와, 그대로 공기 속으로 퍼져나가 소멸될 때까지 쳐야 하거든. '자유자재'로 실려 나오려면, 완전히 몰입해야 하거든. 땀에 폭 젖고 손가락을 의식이 아닌 무의식으로 움직이게 될 때까지 쳐야 하거든.....
그래서, 난 잠시의 주저도 없이 손톱을 잘라버렸어.
애지중지, 이제나 저제나 길기를 기다려서 다듬고 관리하던 손톱이었는데,
그냥 순식간에, 몇 개월의 시간을, 쇠날을 몇 번 딸각여서 없애버렸어.
와, 그런데, 갑자기 적응이 안되는 거야.
난 내 손을 보고 깜짝 놀랐어.
분명, 오른손 손톱을 자른 것 뿐이고, 왼손 모양이랑 같아진 거거든?
근데, 그 모양이 전혀 익숙하지 않은거야.
매일 보던 왼손 모양이 된 것 뿐인데 이게 너무 이상해서 잠시 무섭기까지 했었어.
손가락이 잘린 것 같았거든.
손가락이 뚝 잘려나가서 정상인의 손이 아닌 것처럼 보였어.
이상하기도 하지.
분명 내가 그렇게 애타게 그리워하던 바로 그, 20년간 바뀌지 않았던 내 손모양을 몇개월만에 찾은 건데 말이야. 반갑고, 괜히 기특하고, 사랑스러워야 하는데 당황스럽게도, 난 '내 손'을 보고 놀라고 말았지.
건반에서 나의 '새 손'을 움직이는데, 그 느낌은 더 당황스러웠어.
이상해-
계란을 쥔 모양으로 항상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던 내 손이었는데 말야,
스케일이 아무리 빠르고 연타가 잦아도 결코 구부러지지 않던 내 손가락들의 첫째 마디가,
그냥 힘없이, 아무 생각없이 픽픽 김빠지면서 굽어버리는거야.
그 낯선 기분에, 몰입도 할 수 없었고 감정도 빼낼 수가 없었어.
손가락은 '배출 통로, 매개'일 뿐이라서 그래.
내가 완전히 몰입해서 피아노를 치는 동안은 본래 손가락을 전혀 의식할 수가 없거든?
그런데, 매개물에 불과한 이 손가락들이 갑자기 내 것이 아닌 양 불편하고 휘청대니까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는거야.
손톱 밑자리가 발갛게 붓기 시작했어.
그러고보니, 갓 태어난 아기처럼 철저하게 보호받던 부분이었구나.
몇개월간 햇빛도 못보고, 딱딱한 것에 닿지도 않았던 곳이구나.
내 몸의 일부인데도 낯설었다.
몇개월새 부쩍 보들보들해진 이 살점들은,
비자기물질에 면역 반응을 일으켜 저항하는 양,
그간 건반에 닿지 못한 한풀이라도 하듯 유난히 발갛게 되었다.
이거 봐, 건반 못본지 너무 오랜만이다. 건반.. 얘 누구야? 누구? 응?.. 공격해!!...
<- 뭐 이런 식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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