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everydaylife2008. 8. 15. 17:18
사랑합니다






내가, 과거 이야기를 할 때 굳어버린 적이 있었기 때문에
당신은 이 기억과 관련된 어떤 얘기도 더이상 하지 않겠지요.

하지만 내가 그때 듣고 당황했던 과거 이야기는,
이 분과의 이야기가 아니라, ... 자기가 나 말고 '선택'할 뻔 했던 다른 사람에 대해 했던 이야기였어요.
나를 '선택' 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누군가와 '이런' 생활을 하고 있었을 거라는,
이 행복한 생활을 함께 하고 있는 상대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 이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뉘앙스의 이야기. ...

'당신'에게 가장 특별한 애정을 힘 닿는 데까지 몽땅 쏟고 있었던 나에게,
자기가 나에게 주고 있는 애정이, 상대가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었다는 식으로 들리던 그 이야기는,
정말 나에게 치명적으로 못되고도 가슴아픈 말이었어요.
자기가 그런 의도로 말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떤 여과장치나 방어도 없는 상태에서 그 얘기를 들은 내가 곧바로 우울해진 것은,
다른 것이 아닌 당신의 '표현 방식'이 조금 부주의했을지도 모른다는 걸 의미하고...
내 마음을 찌를 수 있는 표현 방식을 선택한 자기는 분명 그때 내 맘을 아프게 했어요..

물론 당신은 정말로 괴로워하면서 미안해했고,
괴로워하는 당신을 보는 나도 마음이 정말 많이 아팠고, ...
나도 더이상 생각하지 않고 모든걸 잊고 당신을 다시 통째로 사랑했지...



자기,

내가 당신한테 모든 걸 말하지 않았듯이,
당신도 나에게 모든 걸 말하지 않았죠. 당연히.
그리고, 전의 일 때문에 어떤 이야기는 꺼내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우리에겐 우리의 영역, 어떤 사람도 침범할 수 없는 곳이 있어요.
나도 그곳을 당신에게 들키고 싶지 않고,
당신도 나에게 결코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을 거야..
너무나 당연한 본능이고, 자연스런 욕구이며, 안정적인 존재를 위한 원동력이지요..

언제까지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당신이 먼저 말을 꺼내기 전에는 어떤 터치도 하지 않을거에요, 난.
언제나 난 당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합니다.

다만, 표현 방식에만 주의해서,
내 맘을 아프지 않게 하기 위해서 꼭 해야 하는 말이 있다면
내가 오해하거나 거부할 지도 모른다는 염려는 버리고 -
맘 툭 터놓고 이야기해 주기를.

제대로 표현되지 않고 쌓여가거나,
해결되어야 하는데 함께 대화하지 않은 탓에
에둘러져 표현되고만 있는 병든 메시지는 ..,
오해와 눈물을 감춰두고 평화를 가장한 냉전을 예비한 것과 많이 다르지 않을 겁니다.

당신이 지금 그렇다, 그러니 어서 고쳐라, 따위의 요구나 불만 표시, 조종, 의무감 부여가 절대로 아니에요.
지금 혹시나 느껴지는 바가 있다면 , 그냥 그런 것일 뿐이며,
훗날에라도 내 이야기가 다시 읽힐 때가 있다면 있을 것이지요.




응, 다소 직설적이고 명료하게, 하나만 덧붙일게요. 난, 당신이 나에게서 잠시 거리를 두고 싶어서인지, 그냥 기저에서부터 늘 존재할 수밖에 없는 회의와 외로움 때문인지, 곳곳에서 묻어나는 허무와 슬픔을 보며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물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이 그렇게 느낀다면 느끼는 것이고, 그것을 표현하며 당신 세계를 탐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그런 많은 시간 중 어떤 것이, 과거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괴로움 탓인 것이 있다면(물론 그럴 수 있죠, 난 절대 터치 안해요..), '그런데' 혹여 나와 나누고 싶은데도 나의 과거 반응 때문에 나누지 못하고 있다면-,(이게 초점인 거 알겠어요?..) 그럴 필요 없다는 것, (물론, 이것에 당신이 그닥 동의할 것 같진 않지만.. 나와 나눌 필요 없는 이야기일 지도 모르니까. 혹은 나누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지요, 아니면 또 다른 이유들..) ... 을 말하고 싶었어요. 당신의 과거 모습을 우연치 않게 들여다보고 아픔에 공감한 뒤 몇 점의 살이 더 붙은 내 생각이야. 그리고, 내가 당신의 허무하고 우울한 모습에 상처받을 지도 모른다는 거 고려해주고, 내가 당신의 그런 시간을 배려하는 만큼만, 날 안심시키고, 진심어린, 속 탁 터놓을 수 있는 대화를 함께 해 주세요... 몇마디 말이면 충분하니까... ... 돌아올 거라고 기다리고 지켜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하며 속 알게 모르게 앓아가는 것, 힘들답니다... 아, 지금 당신이 그렇다는 게 절대 아니라고 얘기해놓고는, 또 마치 그렇다는 듯, 결국 어떤 의미에서 요구가 되어 버렸네. 하지만 자기, 슬기롭게 받아들여줄 것을 믿어요. 난 부담같은거 절대 주고 싶지 않아. 탓하거나 원망하지도 않아요. 사랑해요. 그냥, 내 생각 좀 종알대 봤어요. 사려깊게 들어주고, 이해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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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