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everydaylife2008. 8. 15. 16:29
그의 옛 사람



아아, 이 사람이구나. 이 사람이었구나.
난 잠시 심장이 놀라는 걸 느꼈고,
다소 아이러니하지만, 담담함도 느꼈다.
확. 흔들렸다가 채도를 급격히 잃어가는 내 기분.
이내 무채색. 차분함.  


아, 이 사람. 누굴까, 어떤 사람일까...
내 사람을, 불과 몇 년 전에, 가졌던 여자는 어떤 사람일까.
...... 아이디를 클릭해 들어간 이분의 블로그는, 놀랍게도 내가 언젠가 들어가봤던 그 블로그.
애프터센세이션... 크게 관심은 두지 않되, 그저, 아, 좀 독특하신 분이구나, 신기한(?) 친구분들이 많은 것 같아, 네게는, 이런 생각을 하며 그냥 좀 클릭하다가 나왔던.

... 처음 딱 뜨는 포스팅이 이거였다, 하필이면. 남자친구분이랑 600일 되는 날이라서, 자랑하려고 쓴다며, 짧게 남겨둔 글 하나. .... 문득 드는 생각. 그가 여길 이따금씩 들어올까. 이내 드는 생각. 그라면 아마, 그러지 않을 것 같아. 아주, 아-주 가끔 들어올 수도 있겠지만, 아마, 그라면 안 올 것 같아. 워낙에 깔끔한 성격이라, 웬만해선 마음에 담아두거나 필요 이상으로 아집을 가져 쌓아두는 일이 없는 사람이니까.



근데 이 분, 그가 한때 사랑했던 이 여자, 보면 볼수록 어찌... ...

말도 너무 거칠고....

상대를 배려해서 하는 말 따위라곤 눈에 띄지 않는 것 같고...

상대에게 끝없이 의무지우고 요구를 하는 것에 비해서는...

본인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고...

... 말을 너무 함부로 해...

사람을 무시하는 말을 어떻게 그렇게 함부로 하며,

... 너무 장난스럽다. ... 별명을 그렇게 함부로 불러대는 양이...

아무리 가까운 사이고 애칭으로 할 수 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존중감이 깊다면 ... 그런 식으로 말을 막 하지는 않을텐데...

블로그 활동 통계 자료를 내서 올려놓은 포스팅 정말, 내가 다 불쾌했다...

어떻게 이런걸 보란듯이 스캔해서 올려놓고, 닭도비라고 불러대며,

쓸데없는 의무감과 구속감, 비난당하는 기분을 거리낌없이 줄 수 있는지...

물론 나도 비슷한 걸 발견한 적은 있다, 문자메시지 통계.

이런걸 볼 수 있는지도 몰랐는데, 메시지커플제 가입해 놨더니 문자매니저를 공짜로 쓰게 해 주던걸.

그간 보냈던 문자 저장해두려고 들어갔다가, 지금까지 우리가 주고받았던 문자들을 고스란히 통계처리해 놓은 걸 보고 깜짝 놀라면서 스크롤 해 봤던 기억이.

... 거의 매일같이 내가 그에게서 받은 문자보다는 내가 보낸 문자가 더 많았고,

전체 통계를 봐도 내가 보낸게 훨씬 많았고. (...)

난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이유로, 어떤 걱정도 뒤로 미루고 전화기를 들지만,

그는 이성적으로 행동하며, ... 요금 걱정이 적은 집전화로도 전화를 먼저 해 주는 법이 별로 없었어...

... 내가 집전화번호 가르쳐줬던 문자도 아마 밀렸을 것 같고... ...

본인이 그렇게 얘기했던 것 같고... 다시 물어볼 생각도 .. 별로 없는 것 같고... ...

하지만 난 탓하지 않았고, 탓하고 싶지도 않고, 그저 기다릴 뿐...

멀어지고 싶을 때가 있을 테니까...

그대가 그런다면, 그럴 만한 연유가 있음이리니 하며, 그저, ..

감정이 예민해져서 아주 잠시 눈물이 날 것 같은 때가 있어도 참고 마는데...

내가 뭐라고 언급하면 그게 곧, 의무감 지우려는 요구로 들릴까봐,

그래서, 혹시나 신뢰받지 못한다는 기분에 괴로워할까봐,

구속하려 들고 조종하려 든다는 느낌을 받고 더욱 멀어져서 날 부담스러워 할까봐,

... 나 사랑받지 못할까봐, ...

...............



이분, ... 이 사람한테 그렇게 막말할 만한 인물도 아닌 것 같은데... (...)
<- 아래 관점에서 볼 때. ... 우위 열위 가릴 수 있는 기준은 없다고 믿지만, 어쨌든 아래 관점에서 얘기할 때 말이야. ... 감히 이런 보석같은 사람에게 그런 말 따위를 할 자격도 없는 사람으로 보였다는 말이야...
'이 사람에게'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기에 더욱 기분이 좋지 않네...

심한 윽박지름이나 비난은-

전적으로 '내가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며 상대의 기분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 데서 나온다는 건 확실하다고 믿는 나이기에, ... 그런 그 분의 태도가 상당히 언짢고 보기에 좋지 않았다. ...












.... 공개되지 않은 포스트와 흔적들도 얼마든지 있겠지.



과거엔 가족들에게 외면당할 때 죽고 싶단 생각이 들었고, 지금은 현재 사랑을 잃을 때 그런 생각이 들 거라고 말했던 당신... 그렇게 순수하게 사랑하고, 사랑을 주고, 노력했지만, 많이 아팠을 것 같아, 매번... 솔직한 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아픈 기억 갖고 살아가는 당신 생각하면 나도 마음이 많이 아파요... 내가 당신과의 관계가 끊어질 때 감당할 수 없을 충격에 정말로 죽고 싶을 거거든... 나 정말 상상도 할 수 없거든, ... 어떤 상처도 견딜 수 있지만 그런 상처는 정말 견딜 수 없을 것 같거든요........ 아아, 미칠 것 같아. 그러게, 그렇게 아프고 힘들 거, 왜 하필이면 그런, 당신 가치도 제대로 몰라보는 사람을 사랑했냐고, 토설해보고도 싶지만, 그마저도 원망으로 들릴까 봐, ... 안타까워 하는 것도, 당신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봐, 나 혼자 괜히 울 것 같아서, 아무 말도 못하겠어요, ... ... 괜찮다고, 다 잊었노라고, 내가 있어 행복하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게 웃으며 날 오히려 토닥여 줄 당신을 생각하면 절대 그럴 수 없어요... 물론 난 믿고.. 당신의 어떤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 사랑하니까... 게다가, 심지어 그 분도,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이니까... 아무리 부정적인 느낌이 들더라도 난 온전히 그 느낌을 받아들일 수도 없어요...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이니까..., 내가, 고작 글 몇개, 댓글 몇개로 느낀 그것이 분명 다가 아닐 것이고,... 분명, 분명 매력있는 분이고, 사랑스런 분이었을테니까...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이니까...


그런데, 그런데, 이따금씩 과거 생각에 우울해지고, 과거의 기억이 주는 괴로움 때문인가요... 소통의 부재를 노래하거나 외롭기 그지없는 노래들과 상념에 자주 젖어드는 것은. 내가 이렇게 애정을 표현하려 해도 당신은 자꾸만 외로운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당신의 옛 사람이 당신에게 그랬던 것 같은데... ... 설마 나한테 그걸 도로 무의식중에 돌려주고 있는 건 아니겠지요... 아니라고 믿어요... 사랑을 주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나요, 혹시나 거부당하지나 않을까..? 하고 ...  여자들이 사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본능적인 두려움을 가지듯이, 남자들은 사랑을 주는 것에 대해 본능적으로 두려워한다고 하지요... 과거의 기억이 당신의 본능을 더욱 강화시켜버린 건가요, ........


'일기 > everyday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늘한 날씨의 축복  (0) 2008.08.16
생각 자르기. 4.  (0) 2008.08.15
생각 자르기. 2.  (0) 2008.08.15
생각 자르기. 1.  (0) 2008.08.15
장중득실  (0) 2008.08.15
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