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everydaylife2009. 4. 27. 02:17


어제였나......
참 이상한 날이었다.

재수 시절 내 삶을 완전히 파먹었던 그 스토커 녀석한테 문자가 왔다.
...... 2년 만인건가.......

공부 싫다고, 이러다가 학교 때려치우고 제과 기능사 따서 개업하는거 아닐까, 하고 문자가 왔다.
이게 뭐지 싶어서 누구시냐고, 번호가 저장이 안 되어 있다고 보냈어.
그랬더니- 나랑 동명이인인 사람한테 보내던 거였다고 미안하단다.
강대 같이 다닌 그놈이라고, 제 신분을 밝힌다.
...... 답장을 안 했다.
웃기는게, 답장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는 거.

내 인생의 바닥을 경험하게 해 준 놈이라 그렇게 증오하고 저주하고 미워했었는데,
2년이 지나니 그 기억들이 어떻게든 희미해졌나보다.

..... 아직도 네녀석은 그런 따위의 고민을 하고 있구나.
다방면에 모두 관심이 많고, 못하는 거 없고, 머리는 너무 좋은데,
하고 있는 공부- 의학-은 부모님의 뜻에 따라 억지로 '해 주고' 있는 것일 뿐이고,
삶은 갑갑하고 항상 탈출구-여자-를 찾는 그 생활. 말이야.


아까는 소중한 동기 하나가 울면서 들어왔다.
남자 선배에게 불려가서 으슥한 데서 떠밀리면서 윽박지름을 당하고,
그 남자의 여자친구- 이 녀석과 가장 친한 소중한 동기-에게 완전히 속고 배신당한 느낌에 충격받은 상태.
한참 같이 앉아있었다.
이녀석은 그 상황에서도 제가 만들던 와이어 고양이를 마저 만들고 포트폴리오까지 완성해야 잠들 수 있을 것이다.


응. 이상한 날이었어.
난 그 날 3시부터 기절을 했고,
밤에는 온라인 쪽지로, 동기한테 이런 말을 들었다.
- 왜 이곳의 남성들은 누나라는 원석을 지나치는 걸까. 원석은 누군가 발견하고 다듬어주어야 해. 그러니까 누나, 원석이 지니는 최소한의 광채만 뿜어줘, 그렇지 않으면 엄한 애들이 달려들 지 몰라.
그리고 나는, 적절하지 못한 응대를 했고, 그 전에 그 녀석은 나가버렸으며,
나는 '전혀 상처받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 하다 잠들었다.

지금도 이 녀석은 온라인이고,
나는 오프라인 상태로 방금까지 미술실기 포트폴리오를 끝내고,
교육철학 책을 펴고 듀이의 my pedagogic creed 를 더듬는 중이다.
1897년의 숨결을 느낄 수가 없다.
정신이 맑고 몸도 생생한데,
나는 귀에서 이어폰을 빼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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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