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일어났다.
그냥 하루가 싹 증발해버린 기분이다.
속이 상한다.
나도 한가해서 엠티 간 것 아닌데.
아- 진짜 속상해.
어제 꼴딱 밤 새고, 새벽에 그대-로 출발해서 금천중까지 갔다가 수학 수업 보조교사로 일하다 왔다.
세팍타크로 공 만드는 걸로 진행됐는데 애들보다 내가 더 못해서 가르쳐 줄 수가 없었다. -_-
아무리 해도 자꾸 중간에 와르르 풀리거나, 접착제가 약해서 투두둑 떨어지는 걸. ㅠㅠ
밥 시간도 놓쳐서 학교 근처 밥집에서 덮밥 하나 겨우 먹고,
씻고 세 시쯤 잠들어서 지금, 그러니까 열두 시 반에 일어났다.
사실은 저녁에 일어나려고 했다.
그래야 계산이 맞았는데.
미술 선 조형물도 만들고, 과학교육론 보고서도 쓰고, 무엇보다도, 단소 연습도 하고!
....... 그 모든 게 싹 날아갔다.
한창 기절 상태에서 헤매고 있는데 어둠 속에서 내 이름을 부르며 점호하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게다가, 오늘 점호 시각은 12시란 걸 깨닫고 한 번 더 놀랐다. -_-
1학년들 얼굴 외우고 이름 서로 안 것으로 의의를 찾아야 할 것이긴 할진대,
그래도 뭔가 우울해.
아마 녀석도 그랬을 걸.
이상하게, 계속 말이 없었다.
................ 그래.
마니또도 밝혀야 했는데, 안 가르쳐주던데.
아- 어색해.
그동안 쌓인 말도 많고 풀어놓을 거리도 많은데,
이런 숨막히게 몰아치는 일정이 날 가만히 두질 않는다.
그런데, 또 반 엠티를 주중에 간단 말이지. -_-
간만에 여유있는 그 시간들마저 '공적인' 일로 '허비' 해야 한다니.
반 엠티는 진짜............ ㅠㅠ
참가비가 5만원이 뭐야............................
그 다음주에 있는 발표, 너희가 그만큼 책임감있게 도맡아서 준비할거야?
그것도 아니면서, 대책없이 휴일이란 휴일은 다 잡아먹고.................
내 뜻대로 하고 싶은 일정은 정말 사치로 여겨지게 만드는구나.
나 이 주에나 좀 여유가 생기나 싶어서 이 때 무슨 일이 있어도 혼자 여행 떠나려고 했었어.
...... 근데 이런 따위의 일들로 내 소중한 여행 일정은 파기해야 하는 거냐고..........
뭔가 나를 좀먹는 기분이야.
날 아껴주지 못하는 기분.
그래서 속상해.
......... 밥을 못 먹어 허기진 배가 날 더욱 허전해지게 만드네.
우유라도 한 잔 마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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