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everydaylife2008. 12. 19. 01:51







오랜만의 글이지.
그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어서 밀린 이야기가 참 많은데, 그래도 그걸 다 쓸 수는 없지.
무엇보다도, 나는 '현재'를 살고 있기 때문에.

음... 어쩌면 단지 이런 시간이 무척이나 그리웠던 건지도 몰라. 가만히 앉아서, 어두운 방안에서 혼자 조용한 음악에 몸을 맡기고, 내 의식이 흐르는 것을 고요히 좇아가는 시간. 참으로 오랜만에, 난 다시 그런 시간을 갖고 있고, 음.. 그래, 참 행복하다고.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밤입니다.
지성은 언제나 날을 세우지는 않기 때문에, 참으로 오랜만인 이 때에 그 날로 책이며 노트들을 잔뜩 긁어놓는 편이 현명하다고 속으로 외치고는 있지만, 이럴 때마다 느끼곤 한다, 난 어쩔 수 없는,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오늘, 어떤 검색어로 서핑을 하다 우연히 그 사람의 블로그에 들어가게 되었지. 더이상 궁금하지도 않고, 알고싶지도 않아서 찾아가지 않았던 곳. 근데 말야, 조금 이상했어. 이제 어떤 흔들림도 없이 담담하게 그 사람을 대할 수 있다고 믿었었지. 오히려 경멸과 분노가 솟구칠 수는 있다해도 말이야. 글쎄, 그랬던 것이, 학기중 생명에 위협이 가해질 정도로 몸이 아플 때까지 나를 돌보지 않게 했던 시퍼런 지성의 칼날 때문이었을까. 이 푸른 기운이 조금 사그라들고 나니, 차갑게 얼어붙었던 내 마음도 다시 말랑했던 촉감을 되찾아가는 것 같았어. 화는 더이상 나지 않더라... 여전히, 얼굴을 보고싶지도 않은 건 그대로지만, 예전처럼 못견디게 싫지는 않았어, 그리고, 이것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리 쉽게 지워낼 수 있는 기억은 아니었다는 걸 다시 깨닫고..
방학 중에 학교에 산다는 걸 알게 되었어. 음... 나 학교에 좀 자주 갈 것 같은데.. 마주칠 수도 있겠네. 물론 그럴 확률도 상당히 낮은 편이긴 하지만. 하지만 만에하나 마주친다면, 그러니까, 길에서 아주그냥 딱, 마주쳐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전엔 그냥, 굳은 표정으로 별 말 없이 돌아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의 느낌으로는, 글쎄, 그냥 울어버리고 도망쳐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 몰라, 모르지, ... ㅎㅎ...... 아마 그렇진 않을거야, 그냥, 당황하겠지,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겠지, 뭐. ..


그 사람이 그리운 건 절대로 아닌데, 그냥, 사랑이 그립다. 진심으로 받아보지 못했던, 내가 원하던 사랑... 날 소모품으로 여기지 않고 진심으로 안아줄 수 있는. 이기심과 자기만족이 목적이 아닌 이타적 사랑. ... 내가 주었던 그 사랑. 주기만 해 보았던 그런 사랑..을 받고싶은 것이다.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뜨끈한 마음이. 날 포근하게 안아주는 가슴과 팔이.. 내 볼을 양손으로 감싸고 키스해주는 다정함이.. 날카롭게 빛나는 지성 뒤에 감춰진 연하고 말랑말랑한, 다치기 쉬운 나의 감성과 여린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줄 사랑이.. 실핏줄이 선연한 맑고 부드러운 피부를 감추기 위해, 정련된 쇠붙이로 빈틈없이 바깥을 견뎌내고 있는 나를 진심으로 아껴 뜨겁게 녹여줄 사랑이....

어디 있나요, 날 뜨겁게, 하지만 은은하게 사랑해 줄 그 사람은... 그 사람이 보고싶다. 너무나 보고싶다. 난 사랑과 정에 굶주리다. 난 왜, ... 이렇게 정이 많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 아낌없이 비워내고, 이따금씩 죄도 없이 괴로워해야 하는건지 ... 한없이 강하고 차가운 모습으로 반동형성을 하기도 하지만, 원하는 만큼 받아보지 못한 사랑의 흔적은 언제든 나를 이렇게 아프게 한다. 울고 싶다. 서럽게, 슬프게 울고 싶다. ..... 누군가의 품에 안기면 눈물을 더 잘 흘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하지만 어쨌든 난 그럴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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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