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
슬프다는 말을 하는 것도 죄가 되는 것 같아 쉽게 하지 못했지만,
............... 울컥하네.
나 잠시만 퍼부어도 될까. 그냥, 일차적으로 느꼈던 것들을 여과없이 얘기해보고 싶었어. 속 시원하게. 이 감정을 꽁하게 갖고있겠다는 것도 아니고, 휘둘리고 싶지도 않아 물론. 나도 기분 상할 권리가 당연히 있고, 그걸 종알종알 얘기할 권리도 있어..... 그것까지 부정하진 않을래.
넌 자꾸만 우울해져만 가는 것 같아. 블로그의 글들은 허무해져만 가고, 노래들도 채도를 잃어가고, 웹 상에서의 말도 예전과는 달라진 것만 같다. ... 이런 말을 하면, 잘못하면, 당신이 마음대로 표현도 못하고 내가 자길 조종하는 것으로 느끼고 힘들어할까 봐, 그래서 괜한 죄책감이 느껴지니까 , 그래서 말을 안 해. 사실은 그저, '관찰한 결과'를 얘기할 뿐이고, 그냥 그렇다는 것 뿐이고, 자기가 느끼는 게 그렇다는데, 어떤 터치를 내가 하려는 의도도 전혀 없고, 난 언제나 자기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인정하고 사랑하는데, 괜한 오해가 생길까봐, 그래서 말도 못하고, 답답했었어... 여길 자기가 모르니까 속 시원히 이야기 할 수 있는거다? ... 자기가 내 마지막 공간을 지켜준 것, 그래서 감사해...
알겠다. 멀어지고 싶을지도 모르지. 너무 가까우면 다치는 법. 일정 부분 남자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난 그럴 수도 있다고 되뇌며 이해하려 애쓴다. 나에게 기울여지는 관심은 걷혀만 가는 듯 하고, 내 존재가 그에게 처음 그랬던 것처럼 그리 크지는 않은 것도 같고, 혹은 그가 애써 그 크기를 줄이려 드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하고. 응. 그럴 때도 됐지. 라고 위로해보고. 이 사람, 일이 많아서 바쁘고 신경쓸 데도 많으니까, 라고 이해도 해 보고. 멀어져서 자기 시간을 갖고나면 전보다 더 깊은 애정으로 반드시 돌아올거야, 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보기도 하고. 그가 오해의 소지를 일으킬 수도 있는 어떤 표현을 하더라도 전혀 예민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가 무엇을 하든 지지하고 격려하고 애정어린 믿음으로 그저 지켜보고. 어떠한 지시나 청하지 않은 조언, 명령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 나 스스로가 그런걸 싫어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사랑하기 때문에, 또 당연한 욕구로, 사랑받고 싶어서, ... 그렇게 했어, '마냥' 즐거운 척, 기쁜 척, 행복한 척... 물론 자기랑 있을땐 마냥 그래, 정말 그래, 그걸 거짓표현한 건 절대로 아냐, .. 느낀대로 표현했고, 노력했어, 물론.. 하지만 정말로 끝까지 '마냥'이 아닌 이유는, 내가 당신이 어두울 때 그 감정을 존중하고 가만히 조심히 다루느라, 마땅히 존중받고 어루만져져야 할 불쌍한 나의 감정과 영혼은 차가운 곳에서 메말라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그래. ... 돌아와요, 자기 어서 돌아와... 날 이렇게 놓아두지 말고, 돌아와요, 어서... 그게 힘들다면, 나에게 이럴 수 밖에 없음을 자세한 설명따위 당연히 없어도 좋으니 예의바르게 이야기해주고, 기다려달라고, 다시 돌아오겠노라고 자상하게 얘기해줘요, ... 한마디 말이면 난 훨씬 더 고통스럽지 않게 믿으면서 기다릴 수 있어요.. 예전과 분명히 달라진 당신을, 그런 부분에 대한 대화도 전혀 없이 그저 지켜보면서, 내 신념 하나로, 사랑 하나로, 그렇게 믿으면서, 내 상처 혼자 악물면서 기다리는 것, 결코 쉽기만 한 일은 아니었어요.. , 한마디 말이라도 해 줘요, 아니면 어서 돌아와요, ... 내가 요구하지도 않고 이렇게 바라고 있는 것도 잘못일까요..? 큰 걸 바라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해야 하는 내가 또 버거워, 하지만 자긴 너무 바빠보여, 당장 처리해야 할 일도 너무 많아 보이고... 집에서 상대적으로 편하게 있는 것처럼 보일 나의 작은 감정 소용돌이따위에 귀 기울여줄 여유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 어쩔 수 없어요... 물론 그런다고 당신이 내 감정을 묵살하진 절대로 않겠지만, ... 아니, 전에 한번은 그랬었어, 한없이 다정하고 자상했던 자기도 내 감정이 '이래선 안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고,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서로 속상해했던 일이 있었어... 그래서 난 더 무서워, 우린 대화가 필요해, 진지한 대화가... ... . 자기, 언제쯤 괜찮아질까. 자기 교육활동 끝나고 엘티도 끝나고, 남은 열흘정도 개강 준비하고 방학 마무리하면서, 합숙가서 나도 소식이 어쩔 수 없이 뜸해진 사이, 그때 다시 애정넘치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 ...
연락도 먼저 쉽게 하지 못하고, 내 어두운 모습을 보이기 힘들어하는 건, 자기가 나에게서 멀어져가는 걸 느끼면서 내가 그렇게 하면 안될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요.. 일도 바쁘고 나에게서 멀어져 있고 싶은데, 내가 자꾸 연락하면 더 멀어질 것 같아서. 내게서 멀어지고 싶어하는 때가 되었는데, 내가 어두워지면, 자기가 자기 탓인 걸로 느끼고 나를 더 힘들어할 것 같아서. 내가 말없이 즐겁게 기다려야 더 빨리 돌아올 것 같아서. 그래서 기다리고 있지만, 힘드네요, 자기야,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네, 혼자 울면서 이렇게 모니터랑 대화하고 있는 것이...
이런 얘길 하면 자긴 부정할지도 몰라, 내가 언제 너한테서 멀어지려고 했냐고... 남자들 스스로는 모를지도 모르지만, 여자는 알아, 남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당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본능적으로 그렇게 된다는 걸, 난 알고 있어요.. 결코 당신 탓이 아니라는 것도. 본능이라는 것, 본능은 죄가 아니라는 것, 자각하지 못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기도 한다는 것도. 내가 느끼는 게 괜히 만들어내서 뭘 뒤집어씌우는 건 아니잖아. 느끼는 게 있으니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거야, 멀어져간다는 느낌... 내가 어떤 모습으로 자기한테 뛰어들어도 활짝 열린 채로 받아줄 수 있을 거라고 느꼈던 옛날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느낌, 뭔가 어떻게든 일정 부분 닫혀있고 당신 세계를 다시 탐구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
어떻게 해야 할까. 나 계속 기다려야겠죠. 힘들어도, 그런 자길 인정하고, ... 나에게 한마디 말을 해주기 바라지만, 그것도 사실 힘든 일이라는거 아니까, 혼자 즐겁게 잘 지내고 있어야겠죠. 즐겁게, 열심히. ... 어쩔 수 없겠죠. 집에서 치이고 내 공간이 폐허가 되어 바닥을 보이는 잠시 잠시의 순간들이 있어도, 그래서 계속해서 눈물이 나고 속이 부대끼더라도, 세월이 약이겠거니, 하고, 방학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겠죠. 언젠가는 우리, 대화할 수 있겠죠, 좀더 서로를 덜 힘들게 하면서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결코 싸우거나 감정 상할 일이 아닌데 어쩔 수 없이 힘든 것은 부인할 수 없고, 그래서 그저 눈물흘리며 괴로워해야만 하는 이런 상황에 좀더 능숙하게, 따뜻하게 대처하고, 서로를 편안하게 어루만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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