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 있잖아. 여기저기서 상처받고 더이상 어떤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되어서, 가만히 있으면 눈물만 날 때. 그런데 그, 혼자 있는 시간, 그걸 갖기가 그렇게 힘들었어. 난 집에서 매일 겉돌기만 했어. 편하게 앉아있을 공간 한자리가 없어서, 내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면서 이리저리 서성였다. 하지만 매일매일은 끝까지 다른 사람들에 치이면서 지나갔고, 그러면서 끝났고, 그나마 편하게 자고 싶었던 잠도 방해받으면서 답답한 일정속에 날 끼워맞추며 살았다. 숨막혔어. 탁탁.
내가 아빠한테 상처 받으면서 가슴 속이 난도질당한 핏덩이로 차있었던 날들을 잠시 잊고 살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져보는 것만 같은 행복한 순간들에 힘들었던 기억들을 (어쩌면 애써) 지우며 지내느라고. 그리고 오늘, 다시 생생하게 상기했다. 고맙게도. 아빠, 고마워요. 잊어버릴 뻔 했어, 하마터면.
아까 방에 침입해서 이러고 나갔다. 공부도 안하고 있으면서 뭐하냐고. 이상한 말 많이 했는데 기억은 자세히 안나. 내가 과거에 청하지도 않은 양보를 많이 받았다고, 지금 내 모든걸 포기한 채 날 죽이며 살아야 하고, 내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있다면 그마저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거지. 그래, 그렇다는 거지. 응. ......... 나가. 다 나가. 나 이 상태로 더 나돌다간 어떻게 될지 몰라. 심장이 너무나 불안하게 뛰고 어찌할 바를 몰라 눈물이 계속 나서 미칠 것 같았어. 당장 다 나가버려. 사라져.
그냥 울면서 위로받고 싶어. 뚜렷한 이유가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슬픈데는. 그냥 울고 싶고, 속에서 살얼음물이 벽을 긁는 걸 온전히 느끼면서 터지기 직전의 상태로 얼어있는 나를, 그런 내 뒷모습을, 내 쓸쓸한 어깨를, 따뜻하게 누군가 감싸주었으면 좋겠다. 온몸이 시려서 칼이라도 배에서 끄집어낼 수 있을 것 같은 내 이 상태를, 그대로 내버려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가 생각나. ... 이게 죄가 되는건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는 내가 너무 싫고, 비참해. 당장이라도 전화를 걸어 네 목소리를 듣고 싶고, 청주까지라도 달려가서 10초라도 좋으니 따뜻하게 날 안아주는 널 느끼고 싶고, 괜찮아, 내가 있잖아..., 처음 했던 약속처럼, 내가 널 지켜줄테니, 마음 놓고, 내게 기대오라고, 그렇게 따뜻하게 얘기해주는 네 눈을 바라보고 싶고, 그 목소리가 바로 내 귓가에서 울리는 걸 느끼고 싶고, 불안이 아닌 안정으로 다시금 살아 뛰어오는 박동을 네 품안에서 확인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곁에 있다고 해도 그럴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은 내가, 내 마음이, 시리고 아픈 나의 방의 긁힌 자리가, 두렵기만하고, 그저 피하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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