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everydaylife2008. 12. 3. 19:16


아침 메뉴였던 모카빵도 포기한 채 거의 아홉 시가 될 때까지 침대 위에 기절해 있었다. 겨우 일어나서 30분만에 모든 준비를 완료하고 (세수, 이 닦고, 머리 감고, 옷 입고, 머리 말려 정리하고, 화장하고, 가방 챙기고, ..... 까지를 말한다. -_-) 음악관으로 향했다. 거의 30분동안, 디피를 미친듯이 두드렸다. 아니, 몸 가는 대로 치면 되던 곡들이 시험 본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잘 안되잖아. 뭐 여튼 열심히 손가락을 풀어서 컨디션이 최상으로 치달아 있을 때 시험을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긴장이 많이 되는 건 왜인지, 아.. 나도 내가 의문스럽더라. 얼마 전 작은연주회때 큰 긴장 없이 잘 해냈던 게 생각나서 이번에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이목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 일에, 편안하게 연습처럼 즐겁게 몰두하고 있으면, 그 모습이 가장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걸 깨달았었어. 나 작은연주회 동영상만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고 거기 계속 빠져 있잖아. 4분 정도밖에 안되는 영상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을 흘리지 않고는 볼 수가 없다. 우리 조원들, 모두 사랑스럽고, 우리 함께 숨쉬며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가슴 떨리고 벅차던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마지막에 꿈에서 깨어난 듯 어리둥절하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소리에 활짝 웃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예쁜지 모른다. 영상을 보고 있으면, 그 흥분과 감동이 고스란히 되살아나서 한없이 행복해진다. 나도 모르게 무한반복하게 되고 말이지. 음... 어쨌든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차분히 내 할일을 즐기는 것이 내 마음에도, 모든 결론으로도 좋은 방향이라는 걸 알았었지. 암튼 그랬다고. 근데 오늘 생각보다 긴장해서 연습때만큼 못 쳐낸 것이 많이 당황스러웠던 거야. 교수님께선 '피아니스트가 될 뻔했던 학생이 여기 앉아 있었다'며, '자유곡을 안 시켰으면 큰일날 뻔 했다'고까지 칭찬해 주셨지만 그래도 내 성에 안 차는 것이 못내 아쉬웠어. 하지만 그 기분까지도 떨쳐내야 했지. 난 그러는 법을 배우는 중이었어. 

외국어 시험까지 보고 와서, 잠시 여유롭게 카푸치노 한 잔을 마셨다. 핸드 드립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교육의 목적과 난점' 19장을 읽어내려갔다. 그런데, 막 잠이 오는 것도 아닌데 무척이나 피곤한거야. 엎드렸다가, 일어났다가, 아무것도 못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피곤하게 보내다, 침대에 올라가서 5시 넘게까지 누워있었다. 잠을 잔 것도 아니었어. 예의 그 카페인 증후군이 발현되었던 거다. 심장은 미친듯이 뛰고, 심장이 뛰는 박자와 호흡은 엇박으로 계속 엇갈리고, 안정은 커녕 불안만 증폭되고, 아주그냥 미치겠더라. 위장에 천공이라도 생긴 듯 뱃속이 허하고 역겨웠다. 밀가루를 막 집어넣고 싶었는데, 과자를 좀 먹고 나니 그것마저도 메슥댔다. 밥을 먹고 나서 겨우 다른 것을 먹고 싶은 충동이 가라앉았다. 

정신이 가장 명료해지는 때가 자정이 넘어간 새벽이라는 것이 조금 맘에 들지 않는다. 가장 편안한 생활 패턴, 언젠가는 찾을 수 있겠지. 뭔가 정신 없었던 하루, 맘을 다스리기 위해, 또 차분하게 공부를 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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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