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everydaylife2009. 3. 11. 02:33

 
얼마전 개동때 결국은 죽었다.
아무도 나에게 술을 억지로 권하지 않았지만, 난 혼자 계속 들이켰고, 결국 엉망이 되었다.
술을 마시고 우는 사람들이 가장 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바로 내가, 그 전형이 되어 있었다.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만취 상태에서,
난 그저 울었다.
그것도, 아주 펑펑, 서럽디 서럽게, 한참동안.



모든 신경이 예민하다.
아주 작은 일에도 신경이 쓰이고,
마음은 차가워져 더이상 베풀 마음따위는 싹 걷히고 말았다.
마음껏 정을 주지 못하면서,
받지 못할 바에야 먼저 거두고 말겠다고 다짐하고,
그리고 그런 내 처지가 불쌍해 혼자 답답해한다.

내가 어떤 말을 내뱉고 어떤 행동을 할지,
나 자신이 두려워서 조심스러워진다.
한 마디 내뱉고 순간 행동한 뒤 한참동안 머리아프느니,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갑게 굳어있는 편을 택하고도 싶다.

무기력하다.
의욕에 차 넘치는 순간이 있다가도,
불현듯 엄습하는 두려움과 부족감에 소름이 끼치고 힘이 빠진다.

날 사랑하기가 쉽지 않다.
잘못 사랑하다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존감이 치솟아버릴 것 같고,
사랑하지 않으려니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고 불쌍하다.
내가 대체 어떤 동물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내 몸뚱어리고 내 마음인데, 내 것이 아닌 것 같다.

......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인데,
함부로 말을 걸 수도 없다.
없던 두려움이 앞서고, 보편적이지 않은 내 행동들을 자신있게 하지 못한다.


힘들어.
온 몸과 마음이,
얼음장같이 말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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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