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오랜만에 진짜 재밌게 놀다 왔더니 속이 다 시원하다.
지금까지 갑갑했던 게, 제대로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노는 것도 아니면서 짜증만 나서 그랬던 것 같어. 정신줄 놓고 바보같이 떠들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막 놀았더니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 아니, 최근 들어 가장 기분이 좋은 상태다. 에너지가 돌아왔다. 무엇이든 다시 하고 싶다는, 할 수 있다는, 아무것도 무서울 것이 없다는. 그 태도, 젊음의 위풍당당함, 무모하지만 두려울 것 없는 자신감.
아-주 맛있는 리조또를 먹고 상쾌한 자몽주스와 오징어 먹물 소스를 발라 구운 마늘빵을 점심으로 푸지게 먹었어. 확실히, 번화가는 번화가더라. 내가 얼마나 오지에 사는지, 절실히 느꼈었는데 다시 한 번 느꼈어. 입맛이 하향평준화되어 살았지. 내가, 전에 먹었던 이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다시 찾아갈 정도인데, 친구는 음... 이보다 더한 음식들도 많이 먹어 본 모양이야 ㅎㅎ 행복이 상대적인 거란 걸 느끼면서, 나의 싱싱한 혀와 미신경이 전달하는 짜릿한 감각에 취해 한창 즐거웠다.
타로카드 점도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허허 아줌마, 진짜 거의, 너무 딱 맞추시길래 후덜덜이었다. 맞아요. 난 지금 내 맘을 모르겠어. 사랑하고 싶은 건지, (이따금씩 힘들고 외롭고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그리고 난, 스킨십 좋아해. 사랑하는 사람과 살이 닿을 적에 분비되는 호르몬이 얼마나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지는, 이미 학계에서 증명된 바 ..아니 경험상 지식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잖아 ㅠㅠ ) 아니면 아직은 때가 아니니, 이제 지쳤고 한참 지적 활동에 물이 올랐으니 일 년 쯤은 쉬어야 겠다는 생각이 더 확고한건지. 맞아, 또. 아줌마 말대로, 내 주변에 사람들은 좀 있지만 난 다 싫어. 다 모르겠고, 다 아닌 것 같아. 그쪽에서는 날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들어오고 있대. ;; 그것도 .. 냄새를 맡아보면 맞는 것 같아. 여럿 그런 이들이 있어도 그쪽에서 다들 먼저 포기하고 말아버린대. 근데 어쨌든, 내 쪽에선 다 아니야. 아닌데 어쩌라고. 2월에도 없고, 4월에도 좀 그렇대. 4월이.. 좀 나에게 힘들 수도 있겠다. 작년 4월도 그랬는데. ... 그러려니 하고, 잘 견뎌내야지. 3월엔 내가 맘을 좀 연다면 괜찮을거라는데, 어쨌든 이번에 나는, 열정으로 확 타오르고 싶지는 않아서. 사랑하더라도 내가 그쪽에 상처를 줄 것 같아서 확신이 안 선다. 뭐 -_- 그래, 올해 전반엔 다 필요없고 그냥 공부하는거다 -_- 딱 들어맞잖아, 내 맘대로 공부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서 이번에 18학점만 등록한거고, 그만큼 각오한건데.
고양이 카페에 갔다. 서울에 있었던 지오캣에 가 본 경험은 있었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우리 나라에 변변한 고양이 카페라고는 거기 뿐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어머어머 여기도 생긴 것이다 +_+ 그것도, 지오캣보다 훨씬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거기서 사람들은 각자 평화로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조용히 앉아 공부하는 사람들, 음악을 들으며 인터넷을 하는 사람들, 노트북에 다운 받은 영화를 함께 보는 연인들, 소설을 읽는 외국인들, 고양이를 끌어안고 노는 아이들, 편안히 앉아 족욕을 즐기는 사람들... 카페에서는 노트북도 제공했고, 음식도 참 다양했다. 샌드위치같이 제법 밥이 되는 맛난 음식들도 있었고, 커피는 물론 음료수들도 다양하게 갖춰져 있었다. 지오캣에서처럼 먹을 음료도 변변찮은데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음, 훨씬 나았지 ㅎㅎ 고양이들이 훨씬 적어서 분위기도 좋았다. 불쾌한 냄새가 나지도 않았고, 정신없지도 않았고, 고양이 털에 당황하지 않아도 되었고, 발싸개-_-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무엇보다도, 음악도 좋았고, 작은 카페인데도 참 조용했고, 정말로 예뻤다. 참 행복하게, 즐겁게, 그야말로 'free-stress chatting'을 나눴다.
다음에 간 곳이, 외국인 바. 오늘, 그리고 우리가 간 시각이 매우 이른 시각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처음 가는 나에게는 외려 더 좋기도 했지만! 이런 분위기의 술집, 구경도 못했었지. ;;... 있어야 가지 말이다.-_- ... 이런.. 난 정말 문명-_-의 뒤안길에서 자연과 함께 매우 조용한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3m 전방에 청설모가 뛰어다니고, 새소리에 잠을 깨는 웰빙라이프!! 이런 컴컴한 클럽+바를 상상할 수 있었겠냐고 흑흑 ㅠㅠ 친구하고 처음으로 다트게임을 했는데, 이것 참, 왜 이렇게 신이 나던지, 난 처음 하는데도 불구하고 센터에 팍 꽂아넣기까지 했고, 너무 깊이 꽂아 둘이서 용을 써야 뽑힐 정도로 박아버리는 기염도 토했다 -_-... (그동안 정말 갑갑했나봐... ;;) 신나게 박아넣다가 게임이 끝나고, 우린 포켓볼을 쳤다. 사실 쳤다기 보다는 우리 마음대로 프리볼을;; 당구 큐대도 처음 만져보는 나로서는 그저 신나기만 하더라 +_+ 끄덕끄덕 하면서 친구한테 여러가지 배우고, 친구가 가르쳐주는 대로 이렇게 저렇게 쳐봤다. 그게, 의외로 탁탁 맞으면서 잘 들어가는 것이, 그리고 통쾌하게 쏙 들어가서 우당탕탕 쿠르르륵 내려갈 적에는 진짜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_-... 허헝 아빠 나 아빠 딸래미 맞나봐 +_+ 막 혼자 좋아하면서 ... =_=... ㅋㅋㅋ 당구의 세계는 오묘하고도 복잡하겠지만, 공부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물큰물큰 .. ;ㅅ; 가장 쉬운 것 몇 번 넣어봤다고 -_- ;; 그러나 모든 것의 시작은 이런 법이니 ㅋ 쨌든 오랜만에 탄산 땜에 싫어했던 맥주도 잘 넘어가고, 얘기도 재밌었고, 정줄도 많이 느슨해졌었고, 좋았어. 보드게임이 2층에 있다는데 그것도 못해보고 일찍 돌아와야 했고, 왁자지껄 낯선 사람들 틈에서 먹고 마시고 춤추고 어울리며 놀아보지도 못했지만 어쨌든 지하의 컴컴한 바에서 조촐하게 맥주를 나눠 마시며 친구랑 둘이 새로운 게임을 하고 약간 모자란 사람처럼 떠들어대며 긴장을 확 풀었더니 정말로 지금, 기분이 좋다. 담에 이 녀석의 외국인 친구들하고도 만나게 될 텐데. 학기 중에 영어공부하는 맛이 훨씬 감칠맛이겠네. 호호.
확실히, 내 두뇌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고 정신과 육체도 많이 굳어있었나보다. poor.... ㅠㅠ 새로운 자극과 완전한 탈긴장 상태에 대번에 충전되는 걸 보면. 개강 준비 잘 해 놓고, 합숙 가서 실-컷 즐기다 와야지. 아이 좋아라.
아, 그리고, 탈긴장, 탈긴장, 탈긴장해야지. 타로 아줌마한테 '그런 소리' 들은 것도, 다 계기라 생각한다. 난 이목에서 벗어나 당당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할 수 있어. 그런 나를 내가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더 깊이있는 행복의 길에 발을 들일 수 있으리라 생각해. 그리고, 필요없는 긴장상태가 얼마나 바보같은 것인지는, 지난 학기의 경험을 통해 내가 더 잘 알지. 필요없는 것들에 집중력을 분배하면 본질을 놓치기 때문에 모든 게 훨씬 재미 없어져. 불필요한 상황에서 썼던 수많은 페르소나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한 해가 되기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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