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everydaylife2009. 4. 15. 13:23

비지엠. 정말 없었는지. - 장기하와 얼굴들



봄비가 온다.
일교시가 휴강되어서, 느즈막히 일어났다.

오랜만에 진한 회색 톤의, 짧은 치마를 입었다.
흰 바탕에 검은 세로 스트라이프가 그려진 남방을 위에-
그 위에 연하늘색 가디건을 걸쳤다.

회색 우산만 있으면 완벽한데.



점심을 먹고 들어왔는데,
룸메가 침대에 엎드려서 음운론을 공부하고 있다.
라디오를 틀었더니 홍진경의 가요광장이, on air !
2부 마지막곡으로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말 없었는지'가 흐른다.

담백하고 깔끔해서 들어도 들어도 귀가 피곤하지 않다.
간결하고 절제된 듯하면서도 풍부한 기타 소리와 그의 목소리가,
촉촉한 공기에 섞여든다.
그 간간한 여백에 차분한 서정이 넘치는 것이,
아주- 이 봄비 오는 날과 기막히게 들어맞더라.

비도 오겠다,
전기 포트의 스위치를 툭 치고, 프레스에 커피를 담았다.
아, 역시!
비오는 날의 커피 향기만한 것이 없다.
강하면서도 부드럽게 온몸을 휘감아도는 그윽한 향!
그리고 그의 목소리와 나의 영원한 사랑 기타 소리까지........
완벽한 오후다.



심장이 밝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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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