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everydaylife2009. 4. 11. 21:32


어젯밤, 일찍 자려고 누웠는데 결국 깊이 잠들진 못했나보다.
알람 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뒤척이다 화들짝 놀라 깼다.
악몽을 꾸던 중이었다.


요즈음, 뭔가 머리 쓰는 일을 하려 하면 자고 싶고 피곤해진다.
현실 도피성 기면증인건지-.


맞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랑하는 중인 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앞으로 뭘하며 살아야 평생 후회하지 않을지,
그것에 대한 고민이 가시지 않아-
다 손 놓고 휴학해 버리고 싶은 욕망이 수시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나날들.

과거가 미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어떻게 살아내는가가 미래를 결정한다는,
상투적인 어느 전언이 정수리를 친다.

ㅎㅎ... 알아요.
나도 어쩔 수 없는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자꾸, 괴로웠던 과거로 회귀하게 되고,
그 시절을 상기하게 하는 물건들을 중독자처럼 찾아나서는걸. ㅎㅎ
힘들면서도, 그 때가 떠오르게 하는 것들을 찾게 되는 이유가 뭘까.
...... 한참 답을 찾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미스테리일 것 같았는데,
방금 대답이 생각났다.

친구를 찾고 싶은거야.
나의 괴로운 현재를 온전히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그보다 더한, 혹은 유사한 상황 속에 온전히 파묻혀 본,
과거의 나_ 뿐이니까.

그러다보면, 결국은 더 괴로워질 걸 알면서도.
빠져나올 수 없는 덫이야.
딱히 다른 탈출구가 없어서, 괴로움 속에 침잠해버려.

앞이 보이지 않고 괴로운데,
그게 다 혼자 몫이니까,
.... 결국은 날 조건없이 조용히 안아줄 사람을 찾게 되는거야.
많은 게 필요하지 않다.
난 항상 그랬었다-
그저, 따뜻하게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이따금씩 사랑의 표시로, 사랑스러워 못견디겠다, 의 표시로,
편안하게 안고 키스해주면 되었다.

사랑받고 있다는 기분.
그거면 충분했다.



그리고,
그런 날들에의 기약도,
불안하고 불투명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아,... 괜찮다, 음, 내가 이상한거야, 이렇게 그런 따위 이유로 힘들어하는 게. -
라고 되뇌면서, 애써 부인해보고,
다시 숨막히는 현실로 돌아오고-

결국 손에는 또다시 아무것도 잡히지 않고,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시끄러운 음악에라도 몸을 맡기고 미친듯이 춤추고 싶어지는 것이다.



아- 아무리 조심스럽고 신중한 성격이라 해도,
그런 회포 쯤은 시원하게 말로 끄집어낼 호탕함이 있어야지-
바보같은 놈.......

......... 당장 멱살이라도 잡고 키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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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