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옛날에 친구였던 녀석의 공간에 들러보았다. 즐겁게 잘 살고 있었다. 자신의 적성에 딱 맞는 전공 분야에서 나날을 벅차게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이런 저런 끼를 모두 접고 교사가 되는 정도를 밟고 있다. 분명히, 학창시절까지만 해도 우린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똑같은 유형의 입시제도 하에서 그녀석은 열등감에 반동을 형성하기도 했다. 어쨌든 그 끔찍했던 과정을 둘 다 어떻게든 통과했고, 1년이 지난 지금 우린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나의 길인지. 분명, 적성에 맞기는 할 테지만- 못다 펼친 내 끼와 능력들은 다 어디로 잠적할 것인지, 불안감에 숨도 고르게 쉬기 어렵다. 분명, 분명 우린 그리 다르지 않았는데.
달랐다 하더라도, 나의 성장 배경과, 날 억눌렀던 제도와 환경들이 자꾸 고개를 든다. 지금의 나는, 나 자체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 어우러져 형성된 product다. 진짜 나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또, 지금의 환경에서 어떤 실체로 재구성되는 중인 걸까.
녀석은 아직도 큰 꿈을 품고 있었다. 내 꿈은 모두 어디로 날아간 걸까. 너무 일찍 리얼리스트가 된 것이 아닐까. 체 게바라의 말처럼, 리얼리스트가 되되 가슴에는 불가능한 꿈을 품어야 할진대, 무모할지라도 큰 뜻을 품었던 어린 마음은 나도 모르는 새 조로하고 말았다. 다 던져두고, 훌쩍 여행이나 떠나고 싶다. 숨쉬기도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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