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everydaylife2008. 11. 15. 00:17


수능 때라서 그런가.
나, 많이많이 아프다.
감기가 어떤건지 잊어버릴 정도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지내왔었는데.

수능 전날에 술을 마시고, 다음날에 심상치 않은 몸살기를 느꼈다.
몸이 좋지 않을 땐 많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종일 덮밥이며 쭈꾸미를 배터지도록 먹었다.
몸이 비타민을 원하고 수분과 당분을 원해서, 쭈꾸미를 먹고 돌아오는 길에 감귤을 4000원어치 샀다.
원래는 5000원이었는데, 아저씨께서 깎아주셨다. 내 수중에 그거밖에 없다고 했더니, 학생이라고 이렇게나 많이 깎아주신 거. 마음이 참 푸근했다.
그리고 어젯밤, 너무 아파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오늘 아침 일찍부터 수업이 있어서 힘든 몸을 일으켜 응용과학관으로 향했다.
응용과학관은 정말 춥고 황량했고, 나는 수업을 듣는 내내 고문당하는 기분이었다.
겨우 기숙사까지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와 곧바로 쓰러졌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점심을 먹고 돌아와,
친구들이 챙겨다 준 약을 먹고 오후 내내, 네 시간 넘게 침대에서 정신이 혼미하여 있었다.
저녁을 먹고, 약을 더 받아온 뒤 차가운 동방에서 기타를 두 시간 넘게 쳤다.
들어와서 씻고, 쌍화탕을 덥혀 마셨다.
음.. 그리고 지금 나 음악 들으면서 오랜만에 글 쓰고 있는거야. ...


눈은 떠도 감아도 매캐하니 아프고,
이와 잇몸 사이는 다 떠버린 것처럼 아리고,
코에서는 열이 나고, 묵직한 무언가가 누르는 듯 갑갑하다.
목은 칼로 긁는듯 쓰리고 거북해.
머리는 깨질 것처럼 멍하고, 미열기때문에 어지럽다.
귀가 먹먹해서 내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강박에 시달려온 뇌와 몸을 푹 쉬게 하려고,
그래서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로 몸이 스스로 죽어버린 것일까.
좀 쉬라고, 아무 생각 하지 말고, 푹 쉬라고.....

아니면, 작년 이맘때의 나를 상기해 낸 몸이,
별로 달라진 것도 없는 듯한, 여전히 혼란하고 불안한 현재에 소름이 끼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모르고 까무러쳐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웠는데, 이렇게 1년이 지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숨쉬는 것도 힘들어서 통풍이 되지 않는 좁은 방안에 하루종일 쓰러져 있었던 기억이 나.
서울의 날카로운 칼바람을 피한 작은, 먼지 투성이의 방.
몸도 고장나고, 마음도 엉망진창이었던 그때....
어떻게 살았었는지, 믿기지 않아, 살아있었다는 것이, 살아남아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이.

힘겨운 기침을 토해낸 뒤 눈에는 뜨끈한 물기가 고인다.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워서 베개를 베는 것도 부담스럽다.
뜨거운 물에 흠뻑 적신 수건을 머리맡에 놓고서야,
거기서 나오는 증기를 마시며 안정을 찾는다.


뭔가, 내가 찾아 헤매는 것이 있다.
벗어나 돌아가고 싶어하는 곳이 있다.
찾고싶어.
과거의 흔적이 떠올라 괴로워하는,
이런 불유쾌한 경험을 다시 하지 않으려면,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과거의,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했다는 답답함과 불안함,
현재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조급함,
흘러가는 시간과 속도에 대한 불안감, 우울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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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