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가가 손거울을 들여다보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작은 은반들은 비밀 서랍 속에서 보물이 되었다
아가의 주머니엔 언제나 햇살-이 가득하였다
조막손 위에서 눈부시게 찰랑이는 세상-
아가는 거울을 쥐고 온 세상이 저의 것이라 믿었다
어느날이었다
화들짝!
풋잠자던 아가의 손에 단풍물이 뜨끈하였다
아가의 눈동자에,
놀란 화인(火印)이 날개를 내리쳤다!
파드득!
흥건하여라,
수백만 물떼새 발떼 시체떼!
2.
바삭바삭
희미한 호수가 들러붙었다
아름다운 단장대에
다 큰 여자가 깊숙이 넋을 놓았다
비대한 물더미가 혼자 몫이던
소경 여자는 허공을 바라보다 낙엽처럼,
질식
하였다
끝없이 너른 수면 가까이서 아가의 주검이 얌전히 헤엄을 쳤다
고요하던 여자가 거울을
산산조각내었다
까르륵
아가 주머니만큼씩 입에 넣고
부서진 유리 조각들을
뽀드득
뽀드득
씹어 삼키었다
까르륵 까르륵 까르륵 까르륵
물큰 오르는 핏내!
새로 돋은 각막으로 아찔하도록 현현히 핥아내다-
여자는 문득,
새붉은 갓난아기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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