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everydaylife2008. 9. 21. 23:57



갑자기 패닉 상태에 빠져서 어쩔 줄을 몰랐다.


입속에 넣을 수 있는 것들을 다 집어넣고 한참 우적대고도 꽤나 시간이 지난 뒤,
조금씩 가라앉고나니 여러가지 일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하나.
나, 오토바이에 치이고 위자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괘씸한 놈. ... 사람을 쳐놓고, 정신적으로 그렇게 설상가상의 충격을 줘놓고, ...
딱 병원비만 주는, 몰상식하고 어이없는 사람....
남자가 다 싫다, 요즘은.
생각들이 다 왜 그런거야.
.....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해 준 게 남동생들이긴 하지만. ...
아가들이 심하게 분개하는거야, 이 일에...
그 사람이 날 쳐놓고 한다는 첫마디가, '왜 안 피했어요?' 였거든? 어이없게도 말야.
거기에 같이 화내더니, 어떻게 딱 돈을 그만큼만 주냐고, 10만원은 적어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제 일들인 마냥 떠들어대는거야.
하도 종알종알들 대서, 난 정말 갑자기 얘들이 왜이러나.. 싶었다니까.
근데 생각해보니 그게 맞아서 그렇게들 떠들었던 것도 같고.
아니, 이런 어리숙할 데가....

결핍감.




.
맨 앞에 앉아가지고선 뭔가 제대로 못한 것 같아서 스스로에게 화가 난 것.
뭐라고 혼낸 선배들은 없었는데도 괜히 부끄럽고 짜증이 치미는 이유가 뭔지.
프로그램 오디션 보는 것 지켜보면서 자꾸 나를 대입하게 되었고,
내가 몇 년 뒤에는 얼마나 할 수 있을까, 를 떠올리면서 기대 반 불안감 반의 심정이 되었었어.
오디션 뒤에 있었던 게 합주여서, 거기서 느낀 좌절감이 미래와 무의식중에 연결되었었던가봐.
나에게는, 자신에게 하는 실망만큼 크고 좌절스러운 게 없기 때문에,
순간 다소 심한 우울함이 밀려온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 아냐, 넌 그러면서 자라 왔고, 앞으로도 자랄 거야.

동시에, 날 학창시절 내내 괴롭혀 온 쓸데없는 최고에의 강박증이 살아나는 것인가 싶어서-,
두렵고 두렵고 또 두려웠던 것.
............ 아아니, 적어도 그걸 숨기는 법을 배우고 있잖아. 점점 나아지고 있는거야.
나중엔 훨씬 부드럽게 이런 감정을 처리할 수 있게 될거야.

결핍감.




셋.
더없이 보기좋은 언니 오빠네와, 아직도 좋아서 떨어지기 싫어하는 동생네를 보고 느끼는 묘한 기분.
나는 저럴 때도 완전히 저런 기분을 누려보지 못했었어. 와 같은.
난 나를 세뇌시키며 사랑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세뇌일 뿐이라는 걸 알기에 마음 한켠은 언제나 답답했다.
그리고 그걸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에, 이렇게 되기 전까지 늘 그 세뇌의 강도를 높여가기만 했었지.
그 시간들, 나의 그 당의정같던 시간들이 순간 스쳐가는 것이었다.
아아, 지독하게 경험하여 다시는 아쉽지 않은 것이 아닌 것이 아니구나, 하는,
갑자기 밀려오는 공허와 허무감.

결핍감.



넷.
너 왜그래.
아무한테다 다 그렇게 들이대고 스킨십하니?
...... 원래 난 정 많고 거절을 잘 안하는 성격이지만,
어쨌든 함부로 건드려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는 기분이 들어 매우 감정이 상하는 바.
그러나, 과거의 것이 어떤 것이었든, 현재의 부재감을 더욱 강화시키는 일이었기에 어쨌든 기분은 더욱 패닉.

결핍감.




다섯.
하루가 꼴딱 가버려서 정신이 더욱 없는 것.
뭔가 할 일이 많았고 나 자신에 몰두하면서 충만해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덜컥 하루가 끝나버리고, 지금은 더군다나 열두 시가 되었고,
ㅎㅇ.... 감당이 안되고 정돈도 안되는 상태.
이런 상황, 그리 달갑지 않아......

결핍감.









패닉의 이유는 결핍감이었구나. 어떤 것에 대한 결핍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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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