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고 있지? ^^
나야 ..^^ !
지금 한국은 오후 10시 20분..
거긴 아침이겠구나. 화안-한.. !
난 평소같으면 이 시간에 동방에서 공연 연습에 여념이 없었겠지만,
오늘은 기숙사에서 이렇게 쉬고 있단다.
어제 연습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오다가, 오토바이에 치이는 작은 사고가 있었거든..
오늘 아침에 수업 빠지고 병원까지 나갔다 왔고,
(시골 교원대에서 큰 병원 한번 가려면.. 정말 쩜쩜쩜... 이야.. ㅋㅋ)
일 이주일쯤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애기 듣고, 진통제 타 왔단다. ^^
금방 나을 것 같아, 다행이야..
많은 사람들이 날 걱정해줬고, 챙겨줘서 어찌나 고마웠던지.
김선우 님의 시처럼,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았단다, 행복했단다.
나, 추석 마지막 날이었던 월요일에, 남자친구와 헤어졌단다.
시작한 지 149일 되던 날이었지.
추석 내내 밥도 제대로 못먹고, 토하도록 술만 먹으면서 밤새 괴로워하느라 피부가 엉망이 되었네.
이야기를 하자면 참 길고도 길어서, 메일로 다 전할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지만,
그래, 나 너무 사랑하다가 다쳐버렸단다, 못된 사람이었단다, 그 사람...
그래도 웃으면서, 행복했다고, 빛나던 그 시간들 만큼은 섬뜩하도록 현현한 사실이었노라고 말하며,
그렇게, 울면서, 웃으면서, 그렇게, 헤어졌단다, ........
오히려, 상처받던 사람이라 나는 생각보다 회복이 빠르구나.
원망스럽지만, 그 사람이 날 미워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마음이 편안하단다.
그럴 수 밖에 없었기에 선을 그어야 하는 현실이 못견디게 괴롭고, 가슴이 찢기게 아파서 울고 또 울던 몇 날이 지나고,
그래 지금도,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모든 장소와 물건들과 시간들에 가슴 속을 베이듯 이따금씩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처음보단 훨씬 나아졌단다, 응, 난 편안하단다.......
몸도 많이 아프고 기력도 다 빠졌지만,
헤어진 바로 다음날 오토바이에 치이고 너무 놀라고 서러워서 지치도록 우느라 또 한번 힘들었지만,
난, 이제 괜찮구나,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날 사랑해주는 많은 사람들과,
둘이 함께가 아니라 나 혼자 있을 때 가질 수 있는 더욱 풍요로운 시간들.
그리고 아픔, 뒤에 필연적으로 따라올 또 한번의 성숙까지.
이렇게 말하더라도 이따금씩 못견디게 괴롭고 아파올테지,
가을이 무르익을거야, 올해 가을은 아주 농익은 녀석이 되지 싶구나.
바람은 이마에 차가워올테고, 나뭇잎들은 핏물빛으로 모래빛으로 물들어갈테고, 낙엽은 떨어질테고, 하늘은 날카로운 색으로 짙어져만 갈테다.
그런 시간들, 몇 달쯤이 걸릴까, 어떤 칼날같은 기억이 스치더라도 덤덤하게, 그리고 조용히 웃을 수 있게 되려면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아픔 견디며 굳어가는 나뭇결처럼, 그렇게 나도 변해갈거란 사실은 알겠구나,
그리고 그 후, 또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것도.
내 이야기가 길었구나.
한 달이나 이국 땅에서 지낸 너도, 할말이 참 많겠지.
듣고싶네, 비록 우리말로 되지 않은 글이라 할지라도,
네가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는, 우리의 마음이 더 잘 포착해내서 알게 되지 않을까. ^^
기다릴게, 시험도 끝나고 편안한 시간 생길 때, 언제든지 메일 보내주렴!
한국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