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everydaylife2010. 5. 30. 16:39


방법은 하나다.
진짜로 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거.
.... 그것이 가능할 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더 멋진 사람이 되고 더 잘난 사람이 되는 건 가능하다.
그거 하나는 자신 있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멋진 사람이거든.
이렇게 버려지기에는 너무 아까운 꽃인 거, 나도 너무 잘 알거든.
게다가 난 이미 머리 속에 수많은 생각들을 갖고 있다.
더 멋지고 좋은 사람이 될 화려한 플랜들이 수십 가지야.
하지만 나에 걸맞는 좋은 사람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
좋은 사람은 있을 지 모르지만,
나와 잘 맞는 사람, 나의 매력을 '볼' 수 있는 사람,
그 교집합에 해당하는 사람을 찾는다는 건
정말로 운명이 작용하는 일이라 믿기에....
'그것이 가능할 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넌, 정말로 나에게 못된 짓을 한 게 맞다.
못됐고, 못났다.
제대로 책임지지도 못할 것,
먼저 일을 벌여놓고 평온하던 내 삶을 이렇게 들쑤셔놓았으니.
나에게는 정말로 못할 짓을 했지. 사실이다.


하지만, 식상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나는 정말로 그를 이해한다.
....... 나라도 그렇게 했을테니까.

그게 그 사회에서의 그네들의 삶이다.
자신의 꿈을 향한 길의 존립 여부가 위협받고,
소중하고 꼭 지켜내야 할 것들이 불안해지는 상황이 닥쳤다면-
살아남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사사로운 정이나 인간적인 부분들을 냉정하게 끊어내야 하는.

사람을 살리는 따뜻한 의사가 되기 위한 길에서,
소중하지만 사사롭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감성과 이성의 위태로운 외줄타기.
그런 독기와, 중요한 가치를 위해 다른 것들을 칼같이 배제할 수 있는 냉정함,
이런 것들이 있기에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을 것이고,
- 나 또한 그렇게 올라갔었기에. 운명의 장난으로 의대 문턱에서 돌아와야 했지만-
그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니.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신과 자신의 소중한 다른 부분들을 잘라버릴 수 있는,
가장 냉혹한, 이성의 차가움....



- 문득, 그렇던 내 자신이 더 둥글어지고 더 따뜻해지게 한 내 전공이 고맙다.
  고마우면서도, 예전의 내가 그립기도 하고, 내 길이 혼란스럽기도 하다.



너로서는, 성숙한 인간으로서 합리적인 판단을 한 것인 것이다.
네가 지켜야 하는 중요한 것을 지켜내기 위해 선택을 해야 했고,
그 선택의 과정에서 나를 버린 것이지.
선택이라는 것은, 어느 한 쪽을 버리게 된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고.
네가 나를 버렸다기보다는,
나와 관련된 이 상황을 선택하지 않고 포기한 것이지.
나는 그 상황 속에 포함되어 있던 사람이었던 거고.
나에 대한 행동은 아니었다, 고 생각하려 한다, 나는.
견디기 위해서.


너는 합리적인 판단을 했을 뿐이지.
하지만 물론 나에게 못된 짓을 한 것이 맞지.
아주 몹쓸 짓, 못나고 못된 짓을 한 거지.
하지만 그건 내 입장에서 못된 짓인 거고,
네 입장에서는 가슴아프지만 합리적인 판단을 한 것이지.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기에...... 나는 미워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세상이, 상황이, 거기에 연루된 것이 나라는 것이,
원망스럽고 답답하고 아플 뿐.



.... 냉정함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았던 네 모습이 아련하구나.
끝까지 넌 사계절같은 사람이었지.
못할 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끝까지 아픔을 가능한 한 짊어지려 했던 너의 배려와-
차가운 말을 냉정하게 뱉어내면서도, -내가 원망할 수 있게 하려고-
하, 하지만 내 눈에, 웃으면서 그 말을 하는 네 모습이 참 아팠었지,
확고했지만, 사람인 이상, 많이 아픈 일이었지.
넌, 가슴 따뜻한 의사가 될 거야,
넌 냉정했지만 따뜻한 사람이었어.
..... 그리고 그런 자질은, 아무나 갖출 수 있는 자질이 아니야.
난 알고 있지.




.... 그래서, 달라지는 게 무엇일까.
냉철한 현실 인식.
우리가 어떻게 손 쓸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것.
그러니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넌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걸 너무 잘 알고 있는데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
... 남는 것은 답답함과 아픔 뿐인가.
... 그러니까, 더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지내라고 하는 거였겠지.
정말이지,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을 뿐.
아이고, 아이고.... 헛.



진심, 뭐 이렇게 잘난 이별이 있냐.
뭐 이렇게 수준 높고 아픈 이별이 다 있냐.
돌겠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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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