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육2009. 9. 1. 00:53







교수님! 정말 많이 보고싶었어요.

교수님께서 학교에 계실 때 수업을 꼭 한 번 더 듣고 싶어서 얼마나 몸이 달았던지!
매번 시간표가 안 맞거나, 혹은 교수님께서 수업을 맡지 않으시거나 해서 놓쳤었다가,
이번에 드디어,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너무 빡세서 그 자체로 고유명사가 된 초등과 2학년 2학기에,
야간수업을 불사하고 총알같이 신청한 서양미술개론.
처음으로 신청한 인원에 포함되었던 건 제가 행운아란 증거입니다.
1학년이 아니고, 미술교육과가 아닌 사람이 저 뿐이란 사실에 약간 기분이 이상해지기도 했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론, 전 지금 정말로 흠뻑 행복합니다.




전 교수님을 은인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꼬꼬마 시절, (그래보았자 약 1년 전이군요) 저를 뒤흔들어 놓으신 분이세요.
소경과도 같았던 제 눈을 뜨게 하셨지요.

길을 잃고 헤매던 제가,
영문도 모른 채 두 발 딛고 서 있던 초등교육의 길이
정말로 제 길임을 알아차리게 하던 첫 터닝 포인트가 되어 주셨지요.
제가 오랫동안 잃고 살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것을 왜 잃었었던지,
어떻게 찾을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이 어떤 것일지를 알게 하시고,
눈물로 그 감동의 밤을 보내게 하셨지요.
응어리진 것들을 토해내어 색채와 형태로 빚어내며,
기나긴 세월동안 얼어붙었던 것들이 한꺼번에 와르르 녹아내리는 충격으로
이상한 흥분과 서러움을 쏟아내던 그 날 밤, 그 날 밤들.





교수님을 다시 미술관 강의실에서 뵈니 정말 기적같았습니다.
공사가 덜 끝난 것 같은 회색 벽돌벽의 강의실,
그곳에 은은하게 퍼지는 주황빛 어두운 조명,
그리고 그 조명 아래 교단에 서 계시던 교수님.
예쁘다, 우아하다, 아름답다, 따위의 언어로는 도저히 형용되지 않았어요.
정말 기묘한 아름다움의 기운이 연기처럼 강의실을 채우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강의실은 흡사 마법학교의 지하 강의실같았어요.
신비롭고, 비밀로 가득 차 있으며, 아름답고, 차분하나, 이상하게 흥분되는.

아이같이 순수하신 교수님의 조근대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학생들이 졸고 있으면 교감이 되지 않아 말문이 턱 막혀버릴 정도로 예민하고 감성적인 교수님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몸이 노긋노긋하게 풀리고, 입가엔 저절로 미소가 흐르며, 정신도 완전히 열어놓게 됩니다.
아이처럼,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교수님, 다시 교수님과 한 학기동안 같은 공간에서 호흡할 수 있게 됨을 축복으로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휴. 말로 다 이 감정을 표현할 수 없음이 아쉬울 뿐입니다.







 
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