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everydaylife2008. 9. 15. 13:57

마음 독하게, 많이 독하게 먹었다.
그래도 방에 혼자 들어와 오늘 밤부터 있을 일들을 생각하니 감당이 안되고 힘들기만 하구나.

울기 싫다.
그동안 내가 흘린 눈물 다 돌려주고 싶어서라도 난 이제 더이상 울면 안되는데.
잔인해져야 하고, 냉정해져야 하는데...

이봐, 어차피 이렇게 될 거긴 될 거였어.
그 시기가 지금이 된 것 뿐이야.
언제까지나 이런 대우 받으면서 살 수 없다는거 너무나 잘 알고 있잖아.
남들이 눈이 휘둥그래져서 바라보는,
잠깐 스치고 지나가도 맞지 않아보이는 그런 사람,
나 혼자의 믿음으로 그렇게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면서 같이 다니기가...
힘들다, 솔직히, 정말.

결혼할 것도 아니잖아, 당연히.
네가 나보다 좋은 어떤 걸 갖추고 있는게 하나라도 있느냐고...
그럼 그걸 알고 정말 극진히, 잘해줘야 할텐데,
그거 하나 믿고 오케이했었고, 지금껏 있어왔는데,
오히려 어이없는 이사람은 거만해지기나 해서,
내 존재따위에 마땅히 써야 할 신경 정도도 쓰지 않는다.
그 마지막 믿음마저 저버린다면,
당연히 난 굿바이를 고할 수밖에 없다.

난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해.
물론 그사람도 좋은 사람이었지만,
............ 그건 내가 아닌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였지.
내가 다른 사람이었을 땐 분명 좋은 사람이었지만,
우리가 함께 보내는 시간 속에서 난 무의식속에 확신을 키우고 있었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사진을 한장씩 지웠다.
내일 지우면 더 고통스러울 것 같아서...
환하게 웃고 있네, 둘 다, 사진 속에서.
응, 행복했었어, 온전히 행복한 순간이었어, 진심으로...
바닥으로만 내닫는 내 인생에서, 진심으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
그 웃음.., 정말 몇년만에 그렇게 환하게 웃어봤는지 몰라,
구김 하나도 없이, 가슴 저 바닥에서부터 차오르는 행복으로 웃었던 순간-이었어....
그렇게 웃게 해줘서, 즐거운 시간 함께 보내줘서, 고마워, 고마웠어, 행복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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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