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everydaylife2008. 9. 28. 11:29

이병우, 혼자 갖는 茶시간을 위하여




공중에서 쏴아- 하고, 뜨끈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그 아래서, 오랜만에 몸을 풀어주었다. 추위로 움츠러들었던 몸에 짜르르...하고, 따뜻한 피가 붉은 그물을 그렸다. 하얀 김으로 가득찬 작은 샤워실에 나 혼자 서 있었다. 나는 양쪽 샤워기를 모두 위에 걸어놓고, 한꺼번에 물을 틀었다. 여러 갈래 물줄기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내가 있었다. 뼈들이 새근, 저린 듯 하더니 이내 포근한 기분으로 느즈러진다. 좋아라 하는 바디샴푸로 온 몸을 문질렀다. 샤워실에 향긋한 꽃향이 가득, 옅은 분홍빛이 된다.

샤워실에서 방으로 돌아오는 잠깐의 시간동안, 물이란 물질의 기막힌 기화열 탓에 몸이 다시 사르륵 움츠러든다. 서둘러 포근한 긴팔 옷으로 갈아입고선 창문을 열었다. 아아, 따뜻한 것이 그리워. 내 손은 오랫동안 닫아두었던 서랍을 당기고, 쓰지 않으려 넣어두었던 분홍 동그라미 무늬 머그와 핫초코를 집어들었다. 오랜만이다. 핫초코는 정말 춥고 몸이 새근댈때만 본능적으로 찾게 되는데, 몸이 이런 것이 어언 몇개월 만인지. 보들보들 달콤한 초콜릿 향과 내 몸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꽃향이 어우러져 가을 향이 된다. 온몸에 연붉고 촘촘한 그물이 다시 짜르르르르,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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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