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everydaylife2008. 9. 27. 03:07


일주일간 기타 연습하느라,
수업 충실히 들으려 애쓰느라,
여러 생각들과 싸우느라,
꽤나 지치고 답답했던 터였다.

갑자기,
포근한 털실로 짠 겉옷을 입을 수 있을 만큼 부쩍 가을다워진 날씨가,
차암, 기갈난 사람이 약수터를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어찌나 어찌나 반갑던지.
응. 기분이 차암 좋았다.

땀, 날 괴롭히던 그 지긋지긋한 녀석이랑 이젠 안녕이니까.
다만, 이젠 차디찬 내 손발과 6개월간 티격태격해야겠구나.
그래도, 날 탈진시키는 발한과 싸우는 것보단 훨씬 나아, 암, 그렇고 말고.

하늘이 파란 수채화 같았다.
미술실기 시간엔 하늘처럼 파아랗게 서늘한 옷자락을 느끼며 붓을 물감에 함뿍 적셨다.
오랜만에 피아노도 만졌고, 기타 소리가 가슴에 공명하는 것도 느꼈다.
사랑하는 동아리 사람과 오붓한 시간도 가졌다.

고생한 나에게 보상하고 싶었다.
오늘만은 보상해주고 싶어서,
아무 걱정 없이 몸을 바쁘게 움직였다.
사람들도 만나고, 사람이 아닌 친구들도 만나고.
쓸데없는 고민 없이 내 욕망이 닿는만큼 배도 채워보고, 목도 축여보고.

나 오늘은,
정말 아무 걱정 없이 포근한 내 이불에 감싸여 쌔근쌔근 푸욱 잘거야.
마침 방에 나 혼자니까, 아침에 누가 먼저 깨어서 나도 같이 깨는 일도 없을거고,
가을 아침 날씨가 쌀쌀하면, 이불속에 더 들어가 있어도 괜찮아, 수업이 없으니까.
아침 공기에 찹찹해진 이불을 이리 감았다 저리 감았다 하며 느끼는 촉감을, 난 참 좋아한다.
볼에, 다리에, 이마에, 팔에,
가을 하늘 촉감의 이불 바깥천과 완전히 내 편인 양 포근하고 따스한 안감을,
번갈아 감았다, 풀었다, 넣었다, 빼었다, 비비적대다 하며
잠이 달아나고 기분이 말갛게 될 무렵 일어나는 것을,
참, 차암 좋아한다.

행복하다, 이런 기쁨이 바로 지금, 내 것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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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