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everydaylife2009. 4. 8. 02:43

작은 여유조차 갖기 어렵게,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과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행복한 일들이 생기를 주곤 한다.

오늘, 일주일 내내 줄기차게 준비해 온 사회교육론 발표를 성공리에 끝냈다.

지난 일주일간,
체계적인 목표를 세워 부지런히 모이고,
'이 재미없는 내용'을 어떤 그릇에 담아 제시할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게, 효과적으로, 친숙하게, 피부에 와닿는 예를 들어,
우리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 머리를 모으고 모으고 또 모았다.

그동안,
내가 독단적으로 대부분의 틀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것은 아닐까.. 맘이 많이 불편했었다.
다른 조 사람들이, 우리 조보고 왜 이렇게 빡세게 준비하고 자주 모이냐고 물어볼 때도 그랬다.
내가 불필요한 완벽주의로, 내 욕심으로 조원들을 괴롭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녀석들은 내 의견, 즉 '열심히 해 보자'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해 주었고,
내가 제시하는 새로운 내용 제시 방식에 공감을 표시하며 함께 고민해.. 아니, 적어도 귀찮아 하지는 않았었다.
.....그래. 그것만으로도 고마웠다.

그리고 믿었던 대로, 우리는 발표를 잘 끝냈다.
사실 결과에는 욕심이 없었다.
최선을 다했고, 그 과정에서 배울 점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았다.
- 비고츠키의 비계, 또래와의 상호작용 모형! 그 위력이 피부로 느껴지는 시간들이었고,(스터디의 위력.)
  효과적인 내용제시방법, 조직 방법을 고민하면서 얻은 것이 많다. 
  주변의 모든 소재가, 발표의 효율성과 전달성을 높이는 데 창의적으로 변용되어 쓰일 수 있었다.
  '정보를 전달하는 말하기'는 딱딱해져 청중이 외면하기 가장 쉬운 유형의 말하기다.
  이를 잘 해내기 위한 방법들을, 책을 읽으면서까지 연구했고, 실제로 적용하는 실습까지 마친 셈이 되었었다.
  청중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고자 노력했는데, 사실 나는 대중문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 아이디어가 쉬이 떠오르지 않았었다. 그 때마다 조원들이 '최근'의 생생한 예들을 제시해 주어, 발표에 한층 더 단 당의가 곱게 씌워졌다.
그걸로 충분했고, 원없이 열정을 쏟아부어 보았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경험이었다.


파일이 열리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해 한참 고생한 끝에 발표를 했고-
실로 우리의 발표는, 정말로, 우리도 꽤나 만족했을 정도로, 아트였다. ^ ^


우리의 발표에 학우들은 박수로 화답했고,
교수님께서도, '매우 흡족'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 깐깐하시던 최용규 교수님께서!

학우들의 반응이다.
- 한 시간동안 발표가 아니라 무슨 수업을 하나 들은 것 같아. (무려 네 명의 학우로부터 들은 말!)
- 언니, 졸았었는데, 발표 듣다가 잠이 다 깼어. ^^
- 언니 무슨,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누드교과서 같아.
- 정말 준비 많이 했더라.. 준비도 잘 했고, 발표도 정말 잘 했어. 정말 공부를 많이 했더라.
- 다른 조에게 해악을 끼치는 발표였어. ㅋㅋ 다른 조는 이제 어떡하라고.
- 언니, 진짜 쏙쏙 다 이해됐어!
- 휴, 언니네 발표 땜에 우리조 부담이...... ㅋㅋㅋ 아우!!!
- 오늘 짱이었어 언니 ^^*

교수님께서는-
- 발표한 학생들, 목소리도 참 좋고, 발표도- 선생님의 자질이 보입니다. 참 잘했습니다.
라고도 말씀해 주셨어.





결과에 대한 욕심은 없었는데,
다들 지금까지의 우리의 노력을 인정하고 아낌없이 감탄해주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물론... 그렇지 않고, 모두 웃으며 발표를 지켜봐 줄 때 썩은 표정으로 관조하는 학우들도 있었다.
내가 그 심리를 알지. (...)

다시 맘먹어본다.
다른 사람들이 무언가를 잘 해냈을 때,
시기와 질투와 열등감으로 입다물고 인색해져 있지 말 것.
알고 있다.
자유롭게 칭찬하고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 자유롭게 자기 안의 능력을 꺼내어 빛낼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는 걸.
내적 열등감과 완벽주의의 늪에 빠진 사람들은,
결코, 자신보다 나은 결과를 낸 타인을 진심으로 칭찬하고 인정하지 못하게 마련이다.



뿌듯함.
찰나의 여유.
그리고, 다시 숨가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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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