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습하고 찬 날이었다
벗은 팔뚝께가 선뜩-
급히 와버린 가을이 낯설다
차가움에 흠칫한 심신이 문득 어린아이가 된다
아직 어두운 새벽에 묻히어 나는 오래도록 세안을 하였다
첫새벽에 얼굴을 삼키는 정수(淨水)-
나의 안(顔)에는 연붉고 촘촘한 그물이 돋았다
새까맣고 차가운 진공의 밀실에
찰랑찰랑, 물 흐르는 소리와
물과 얼굴이 교합하는 감각만이 존재하였다
감각기관만 남은 단순한 유기체로 회귀하는 순간-
나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태아(胎兒)를 추억한다
36.5도의 따스한 양수에
홍진을 보지 못하여 가장 깨끗한 얼굴을 파묻은,
생명 가진 것의 고요한 환희!
아직 어두운 새벽에 묻히어 나는 오래도록 세안을 하였다
오래도록
오래도록
세안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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