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허무하다가, 그래도 괜찮다가, 결국은 또 허무하다.
밤이 되니 몹시도 추웠다.
아침부터 무척 피곤했다.
점심때는 입맛이 하나도 없어서 국물만 몇 숟가락 떠 먹다가 모두 남겨버렸다.
낮잠을 자려 했는데 원인 모를 불안 때문에 한 시간동안 잠에 들지도 못했다.
영어교육론 시간에, 결론도 없는 이론들을 주입당하며 힘이 쭉 빠졌다.
체육교육론 시간에, 빈 속에 두유를 조금씩 빨아먹으며 허무한 발표를 들었다.
그래, 서론은 어찌나 거창하던지.
체육교과를 없애자는 '윗사람'들에게,
체육과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데, 어떻게든 그 사태를 막아야 하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하면 말이 통할까.
학생들을 인류의 공적 문화유산인 체육문화에 입문시켜야 해요.
학생들은 체육교육을 받아야 진정 인간답게 사회화될 수 있습니다.
............. 속이 뒤틀리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저런 말이 먹힐 사람들이었으면 그딴 소릴 지껄였었겠나.
절대로 먹히지 않을 공허한 이론들이 유인물에서 화석같이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아아........... 참으로 감동적이다.......
정말 이상적이고 본질적이다.
그 자체로 완벽하고 황홀하다.......
그러나 그 뿐인걸...
아이들에게 '체육을 통해 보도록' 하는 참교사가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발표자의 결론이 썰렁한 강의실에 꿈속같이 메아리쳤다......
교수님께서 체육교육의 목적과 내용, 그리고 방법을 설명하셨다.
듣는 내내 눈물이 나다가, 갑갑하다가, 축축 늘어지곤 하였다.
교수님께서는 안목으로서의 내용과 보도록 하는 것으로서의 방법이 현장에서도 무시되고 있다고 하셨다.
의미없는 이상향.
책과 강의를 통해 전수받는 가치들과 지식,
치열한 고민, 창의적으로 고안해보는 모의수업들.....
이 모든 게 허무하기만 해 몸이 시간에 끌려다닌다.
수업은 늦게 끝났다.
저녁 시간을 놓쳐서 라면을 샀다.
일교차는 매정하리만치 컸다.
방에서 혼자 입속에 집어넣는 라면 소리가 꾸역꾸역하였다.
오늘 처음으로 뱃속에 들어간 '끼니'는 편하게 자리잡지를 못한다.
........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고,
곧 또 조모임을 하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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