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왜 이렇게 무거운지 모르겠다.
삼수를 한 친구를 만나고 온 길이다.
문과 녀석이었는데 한의대생이 되었다.
난 내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있었는데,
요즈음, 허전하고 우울하다.
녀석은 어떤 사람들에게도 무시당하며 살지 않을 것이다.
비록 제 생활이 다채롭지 못하고 아주 만족하며 살 수는 없을지라도.
결코, 무시만큼은 당하지 않고 살 것이다.
한도 있고 슬픈 일 괴로운 일도 있었을 법 한데
그런 이야기는 둘 사이에 전혀 오가지 않는다.
..... 그래. 모든 건 결과로 보상받게 마련이다.
타인이 비난하거나 무시할 수 없게 만드는 마스크를 갖고 있다면
어떤 불만도 일단은 잠잠해지게 마련이다.
세상 모든 한을 나 혼자 짊어진 기분이다.
그것도,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누구도 결코 알아줄 수 없는.
내가 살아온 20여년이 결코 평범한 사람들의 그 시간과 같지 않은데,
.... 그래. 그만 해. 본래 내가 이런 말 하지 않는 사람이란 거 알잖아.
또 너희는, 고생하지 않고 산 사람 어딨냐고, 그렇게 쏘아붙일테지.
하지만, 정말 괴로움에 닳고 단 사람이라, 그 고통 속에 성숙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항상 웃고, 과거에 매여 토로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며,
현재를 살며 진심으로 행복해 할 줄 알고, 타인의 고통에 가슴 깊이까지 공감할 수 있으며,
상대의 토로에 나의 경우와 비교하고 재는 일은 결코 없고,
진심으로 어떤 이야기든 '경청'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쏘아붙이는 당신들부터. ... 이미, 나만큼 닳은 사람이 아닌거야.
.... 아무도 오지 않는 블로그라 이런 말이라도 털어놓는다.
내 분신, 블로그, 너 없었음 나 어떻게 살았을지, 정말로 아찔하다.
요사이, 많이 예민해져버렸다.
예전엔, 그저 내가 행복하면 됐지, 하고 웃고 말았었는데,
넘을 수 없는 갑갑한 벽과 완전한 소통이 불가능한 세상을 마주하다,
외로움과 갑갑함을 주체할 수 없는 것이다.
날 전혀 알지 못하면서
자신들의 아래로 날 밀어넣고 깔보는 족속들에 잦은 빈도로 시달렸더니.
더이상 말 할 힘도 없고, 의욕도 없고, 그저 괴롭기만 하다.
체념한 채 혼자 갑갑함을 삭히며 우울함에 잠기는 것이다.
괴롭다.
주의를 딴 데로 돌리려 애써보지만,
그것이 해결할 길 없는 문제를 외면하려는 발버둥일 뿐임을 알기에,
더 침체되고 씁쓸해지기만 할 뿐이다.
친구들은 내가 10년 뒤 쯤에나 갈 수 있을까 꿈만 꾸고 있는 나라들로 여행을 떠난다.
필사적인 심정으로 모든 걸 쏟아부었다 결국 실패해 완전히 에너지를 소진한 나.
내 의지와 상관없이 완벽한 죄인이 되어 평생 죄의식에 시달려야 하는 나...
안정적이고 평안한 분위기에서 죄의식 따위 없이 기복 없이 준비할 수 있었던 친구들.
그리고, ... 비난이 아닌 환대와 사랑, 인정과 지지를 받는 사람들.
불가항력적 상황으로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심정이 되어 본 적이 없었던 사람들.
...... 난, 왜 그렇게 되어야 했는지, ....
나는, 왜 하필 나는, 그런 일들을 겪어야 했는지...
왜 하필이면 내가, 왜, 왜, 다른 사람들이 아닌 내가,
그런 일들을 겪어야만 했는지, ...
왜,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들을 겪고,
어떤 정황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무참하게 뜯김당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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