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력2009. 7. 16. 00:38





빈 시간을 활용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시간을 단축하는 잔머리 굴리기의 묘미!
빠른 시간 내에, 그것도 효율적으로 빵이나 케익, 쿠기를 구워내려면(다른 요리도 마찬가지지만)
어떤 재료에 시간을 주면서 다른 재료를 다루어야 하고,
비는 시간에 틈틈히 설거지를 해 두는 등,
내가 생각해도 똑똑한 타이밍이라고 느낄 정도로 순간순간 센스를 발휘하며 잔머리를 굴려야 한다.
탁탁 모든 게 맞아들어가고, 그렇게 준비된 두 부분의 재료들을 와장창 섞을 때는,
보이지 않는 물밑작업을 일주일 이상 한 뒤 폭발적으로 결과물을 하룻밤새 토해내던 페이퍼의 나날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완성한 페이퍼를 출력할 때의 그 쾌감,
인쇄기의 온기가 남아 있는 따끈따끈하고 두툼한 과제물을 손에 쥐고 스테이플러를 찍는 기분은 느껴본 사람만 알지. ㅎㅎ



△ 쿠키 굽는 오후



그리고 정확한 재료를 정확한 양만큼 준비하고 혼합하면서 느끼는 묘한 신비감!
쿠키나 빵을 구울 때 들어가는 본래 재료들은 어떤 것이든 비슷비슷하게 마련.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버터, 달걀, 이스트, 우유, 그리고 부재료들, 등속, 등속.
그러나 이것들이 이런 저런 배합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내는 자태는 실로 놀라운 것이다.
단순해 보이는 이 재료들은, 다양한 혼합 비율과 방법, 그리고 굽는 방법과 반죽을 밀거나 다듬는 방법에 따라
수없이 많은 종류의 다른 산출물들로 진화한다.
그렇게 변해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놀랍고 신비롭다.
별 것 아니던 가루들이 점점 뭉치면서 향긋한 내를 풍기기 시작할 때, 나는 가쁘게 설레오기 시작한다.



△ 뚜껑을 덮고 굽기 전 쿠키 반죽




또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 쿠키 굽는 키친의 주인이 되는 즐거움!
쿠키가 천천히 구워지며 몸통을 통통하게 살찌워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란 ㅎㅎ
정성들여 계량하고 반죽하고 다듬은 귀한 녀석들을 키우는 맛은 정말이지 쏠쏠하다.
적당히 열을 주고 가끔씩 신경써 줄 부분만 주의하면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으면, 알아서 잘 큰다.
그것도 반할 만한 향기를 진하게 발산하면서 말이다.
바로 지금 내가, 이 향기롭고 매혹적인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키친의 안주인이라고 느끼는 순간,
마음이 넉넉해지고 그 행복에 흠뻑 취하게 된다.

구워낸 쿠키를 창가에 두고 식히고 있을 때, 강아지가 환장을 하고 달려드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안 주고는 못 배긴다.
창가로 가지 말라고 하면 달려들다가 차마 끝까지 가지는 못하고,
돌아와서 낑낑대다가 내가 조금 떼어 주는 걸 받아먹고는 끝없이 환장을 하는데,
덜 식은 쿠키를 창가로 다시 돌려놓으면 녀석은 그쪽을 바라보고 앉아서 코를 연신 실룩댄다.
망쿠키석처럼 말이다. ㅋㅋ

구운 쿠키를 가족들과 나눠 먹는 행복도 빼놓을 수 없는 기쁨.
집에서 구운 쿠키는 밖에서 사먹는 쿠키와 달리 화학 첨가물이 거의 들어가지 않으니,
부담스럽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갓 구운 쿠키'를, 밖에선 정말로 구하기가 힘들잖아.
오래 보존하려고 첨가물을 잔뜩 집어넣은 쿠키들이 판치는 가운데,
유통기한 길어야 3일 정도인 깨끗한 쿠키를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먹고 있으면 참 맘이 여유로워진다.
같이 앉아서 '싸우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할 수 있고,
가족들을 위해 만든 음식이기 때문에 모두가 '가족'임을 새삼 다시 느끼며 화기애애해질 수도 있다.
남은 쿠키를 이렇게 저렇게 예쁘게 싸서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고 들려 보내는 기쁨도 쏠쏠하다.
동생 학교로 두 개, 아빠 회사로 두 개, 그리고 나와 친구가 먹을 것 두 개,
골라 싸고 나눠 싸는 재미, 참 그리던 즐거움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꽉 채워 사는 일상.
요즈음, 또 다르게 즐거움을 만끽하며 잘-, 자알 지내고 있다.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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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