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30'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5.30 시작이 있었지.
  2. 2010.05.30 현실 인식
  3. 2010.05.30 이별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일기/everydaylife2010. 5. 30. 22:37


...... 멍청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연주회 동영상을 다시 보게 되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이지 이보다 아름다운 장면도 드물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만들어내는 기타의 선율-
따위의 식상한 표현으로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지.



그렇게 지켜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 장면을 지켜보다가 네가 나를 보게 되었었는데, 하고.
지금 바로 이 장면을...... 보다가.
그렇게 우리가 시작되었었는데.... 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장면인 것이다.
우리의 프로그램, 우리의 합주랄 것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환상, 천국, 하, 그 자체인 것을.
그 세계 속에 있을 때는 아무 것도 두렵지 않았는데.
힘든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도피처였지.



어느덧 공연은 막공을 앞두고 있고,
'우리'도 이렇게 끝인가 싶다.
이렇게 힘들고 거짓말같은데,
정말로 이렇게 끝나야 하는 것인가 싶다.
정말로,... 꼭 이래야만 하는 걸까.



꼭 이런 식으로 끝내지 않아도,
꼭 이렇게까지 아파하며 힘들어하지 않아도,
괜찮은 거 아닐까,
꼭 이러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닐까....
넌 나쁜 데다 바보같기까지 하다.
동시에 똑똑하고 따뜻하다. 
어쩌란 말이냐. 어떡하라고. 
멀쩡히 충만하게 행복하게 살던 날 이렇게 들쑤셔놓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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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10. 5. 30. 16:39


방법은 하나다.
진짜로 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거.
.... 그것이 가능할 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더 멋진 사람이 되고 더 잘난 사람이 되는 건 가능하다.
그거 하나는 자신 있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멋진 사람이거든.
이렇게 버려지기에는 너무 아까운 꽃인 거, 나도 너무 잘 알거든.
게다가 난 이미 머리 속에 수많은 생각들을 갖고 있다.
더 멋지고 좋은 사람이 될 화려한 플랜들이 수십 가지야.
하지만 나에 걸맞는 좋은 사람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
좋은 사람은 있을 지 모르지만,
나와 잘 맞는 사람, 나의 매력을 '볼' 수 있는 사람,
그 교집합에 해당하는 사람을 찾는다는 건
정말로 운명이 작용하는 일이라 믿기에....
'그것이 가능할 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넌, 정말로 나에게 못된 짓을 한 게 맞다.
못됐고, 못났다.
제대로 책임지지도 못할 것,
먼저 일을 벌여놓고 평온하던 내 삶을 이렇게 들쑤셔놓았으니.
나에게는 정말로 못할 짓을 했지. 사실이다.


하지만, 식상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나는 정말로 그를 이해한다.
....... 나라도 그렇게 했을테니까.

그게 그 사회에서의 그네들의 삶이다.
자신의 꿈을 향한 길의 존립 여부가 위협받고,
소중하고 꼭 지켜내야 할 것들이 불안해지는 상황이 닥쳤다면-
살아남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사사로운 정이나 인간적인 부분들을 냉정하게 끊어내야 하는.

사람을 살리는 따뜻한 의사가 되기 위한 길에서,
소중하지만 사사롭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감성과 이성의 위태로운 외줄타기.
그런 독기와, 중요한 가치를 위해 다른 것들을 칼같이 배제할 수 있는 냉정함,
이런 것들이 있기에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을 것이고,
- 나 또한 그렇게 올라갔었기에. 운명의 장난으로 의대 문턱에서 돌아와야 했지만-
그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니.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신과 자신의 소중한 다른 부분들을 잘라버릴 수 있는,
가장 냉혹한, 이성의 차가움....



- 문득, 그렇던 내 자신이 더 둥글어지고 더 따뜻해지게 한 내 전공이 고맙다.
  고마우면서도, 예전의 내가 그립기도 하고, 내 길이 혼란스럽기도 하다.



너로서는, 성숙한 인간으로서 합리적인 판단을 한 것인 것이다.
네가 지켜야 하는 중요한 것을 지켜내기 위해 선택을 해야 했고,
그 선택의 과정에서 나를 버린 것이지.
선택이라는 것은, 어느 한 쪽을 버리게 된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고.
네가 나를 버렸다기보다는,
나와 관련된 이 상황을 선택하지 않고 포기한 것이지.
나는 그 상황 속에 포함되어 있던 사람이었던 거고.
나에 대한 행동은 아니었다, 고 생각하려 한다, 나는.
견디기 위해서.


너는 합리적인 판단을 했을 뿐이지.
하지만 물론 나에게 못된 짓을 한 것이 맞지.
아주 몹쓸 짓, 못나고 못된 짓을 한 거지.
하지만 그건 내 입장에서 못된 짓인 거고,
네 입장에서는 가슴아프지만 합리적인 판단을 한 것이지.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기에...... 나는 미워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세상이, 상황이, 거기에 연루된 것이 나라는 것이,
원망스럽고 답답하고 아플 뿐.



.... 냉정함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았던 네 모습이 아련하구나.
끝까지 넌 사계절같은 사람이었지.
못할 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끝까지 아픔을 가능한 한 짊어지려 했던 너의 배려와-
차가운 말을 냉정하게 뱉어내면서도, -내가 원망할 수 있게 하려고-
하, 하지만 내 눈에, 웃으면서 그 말을 하는 네 모습이 참 아팠었지,
확고했지만, 사람인 이상, 많이 아픈 일이었지.
넌, 가슴 따뜻한 의사가 될 거야,
넌 냉정했지만 따뜻한 사람이었어.
..... 그리고 그런 자질은, 아무나 갖출 수 있는 자질이 아니야.
난 알고 있지.




.... 그래서, 달라지는 게 무엇일까.
냉철한 현실 인식.
우리가 어떻게 손 쓸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것.
그러니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넌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걸 너무 잘 알고 있는데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
... 남는 것은 답답함과 아픔 뿐인가.
... 그러니까, 더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지내라고 하는 거였겠지.
정말이지,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을 뿐.
아이고, 아이고.... 헛.



진심, 뭐 이렇게 잘난 이별이 있냐.
뭐 이렇게 수준 높고 아픈 이별이 다 있냐.
돌겠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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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10. 5. 30. 16:02


잘 알지요.
어떻게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픈 만큼 분명히 성숙할 것이고,
더 좋은 시간은 분명히 찾아올 것이고,
그제서야 서러웠던 시간들이 나를 위무할 것이다.


이별했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만큼, 슬퍼할 이유가 있음을 받아들이고 실컷 힘들어하고.
소중한 나를 위해서 이런 나를 수용하고......


게다가 잘 알고 있다.
나에게 소중한 수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걸.
그리고 그들은 늘 그 자리에 그대로라는 걸.
.... 네가 말 해 주었듯이.
너를 그렇게 소중히 길러주신 할머니,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서.
나 만나러 다니느라고.
내가 그렇게 하라고 그런 건 아닌데,
나는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여전히 잘 하고 있었는데,
그래, 바보같이 그런 균형 하나 못 잡았으면서,
남녀간의 이런 지극한 사랑이 결국 확장되어서 온 세상에 대한 사랑으로 발전하게 마련인데,
그렇게 승화시키고 순수한 사랑의 가치를 깨닫는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고서,
연애와 사랑의 휘발적인 속성에 더 크게 주목해 나같이 소중한 사람을 버렸지, 그랬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굳이 그에게서 그런 말을 들은 이후
내 소중한 사람들을 바라보기가 부끄럽고 힘들다.
슬프고 서럽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 잊게 되는 것.
정석이지만 나에게는 적용되기 힘들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완벽한 상태의 연애였고,
그는 나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상대였기 때문에.
일말의 트러블도 느껴 본 적이 없는 상태로 서로를 끊어내야 했기 때문에.
그래서 이 이별이 힘들다.
힘들어해서는 안 되는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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