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everydaylife2008. 10. 8. 15:25


기분을 바꾸면 이전엔 미처 느끼지 못하던 것들을 느끼고 볼 수 있게 된다.

그날 아침의 기분에 따라 직감적으로 하루의 스타일을 결정하고,
그 분위기에 맞추어 모든걸 즉흥적으로 고려해 준비를 마친다.
옷, 신발, 귀고리, 머리 스타일, 머리핀, 헤어밴드, 화장, 그리고 분위기에 어울리는 향까지.
아침에 준비하면서 듣는 음악, 장르가 바뀜은 물론이고,
비슷한 장르의 음악이라도 그 음악의 작곡가가 매번 바뀌곤 한다.
읽는 책과 보는 그림, 사진이 달라짐도 물론이다.

큰 노력이 들지 않는 작은 변화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크게 좌우하곤 하는데,
그런 지점을 놓치지 않는 작은 센스를 발휘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그렇게, 색다른 자신감과 달라진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세상은 매일 새로운 얼굴로 나를 대면한다.
때로는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편안하게 나를 감쌀 때도 있다.

매 순간이, 매일이, 변화와 새 발견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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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8. 10. 8. 01:53
BGM : Scaborough Fair, Sarah Brightman


차암, 흘러보내기 아까운 계절.

나를 더 사랑해주고 싶어지는 계절,

다른 사람의 존재로 풍요로울 수 있는 시간보다는,
나 자신의 깊이를 더하고 -,
향기가 더욱 그윽해지도록 하는 데에
더욱 공들여 시간을 기울이고 싶은 계절.

입을 다물고 좀더 침잠하여,
마음 저 안쪽이 통통하고 단단한 모양으로 살오르는 소리를 듣고픈 계절.

냉철하고 영민하게 이성의 두뇌가 작동하는 떨리는 희열과,
금방이라도 파스스 부서져버릴 것 같은 감성의 가슴이 아려오는 아픈 카타르시스가 공존하는 계절.
그리하여 혼란과 안정이 고리를 이루어 아름답고 슬프게 옅은 진주빛을 내는 계절.

눈물이 안으로 스며들어 서늘한 미소가 되는 계절,
빛나던 것들이 차가워져 채도 낮은 파스텔색으로 바래는 계절...

휴대폰의 차가운 플라스틱 보호 케이스를 사람 촉감 재질의 것으로 바꾸고픈 계절,
커피향과 따뜻한 호두, 잣, 율무, 호박차가 몹시도 좋아지는 계절,
차가운 펜이나 날카로운 샤프를 놓고 나무 연필을 만지고 싶은 계절.

사람의 포근한 향기가 그립고,
동시에,
스스로 깊어지고 싶은 본능적 욕망 탓에
가까워오는 사람을 밀어내고 싶어지기도 하는,
아이러니하고 고독한 계절,
혼자서 풍요롭고 동시에 외로운 계절.


아, 슬퍼서 아름다운 계절,
(삭제)
, 가을, 가을, 가을... .

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8. 10. 5. 16:28

def. of LOVE

사랑은 결코 정의될 수 없는 형이상학의 한 분야일 것이다.
콜링우드의 규정처럼, 절대수준의 논리적 가정일거야.

하지만 사람들은 이것의 실체를 너무나도 궁금해했기에,
손에 닿지 않는 것을 어떻게든 느껴보려고 갖은 애를 써왔지.


아무튼, 그 수없는 시도들 중 한 가지를, 어제 강연에서 들었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소유, 지배, 사랑.
그러나 소유욕도, 지배욕도, 사랑욕 앞에서는 무너진다.
사랑한다면, 소유욕과 지배욕은 타인에게 양보하고 관조하게 된다.
모든 것을 내어주고, 가난한 자가 될수록 사랑은 본질에 가까워진다.
정말 사랑한다면, 소유와 지배는 내가 아닌 당신을 위한 것으로 모두 내려놓게 될지어.
그리고 진정 만족하여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 될지어다.





My painful truth

나는 사랑했다.
어떤 원인에서 흘러나왔든, 그런 것 따위를 모두 차치하고,
나는 그 순간 순간, 궁극적으로 어떻게든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리고, 그는 나를, 좋아했다.
예의 형이하학적 명제에 따른 사랑의 관점에서,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행복과 사랑에 관한 강연을 듣던 중의 단 몇 초의 찰나에,
내 머릿속을 칼같이 뚫고 지나가던 잔인한 진실이 바로 이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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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8. 10. 5. 13:36



어제 썼던 글에 더 생각난 부분을 추가해서 갱신했다.

오랜만에 커피가 당겨오는 상쾌한 날.
하늘이 청명하진 않지만,
약간의 습기와 적당한 온도의 공기가 커피향을 어찌나 설레게 하는지.

점심때 가져온 우유를 실온에 살짝 데워두었다.
블랙커피를 붉은 톤이 도는 머그에 담고 우유를 살짝 부어넣었다.
좀더 보드라운 맛이 났다.

커피가 식어갈 때,
우유를 조금씩 더 부었다.
색깔이 시시각각 곱게 변해가는 걸 내려다보았다.

문득, 작년 이맘때쯤이 생각났다.
몸도 마음도 완전히 지쳐 있었던 그때,
커피는 나에게 일종의 자학적 채찍이었다.
커피를 마시면 몸이 더욱 힘들어질 거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도,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기에 달고 살았었다.

아침에 학원에 갈 즈음엔 편의점에 들러 꼭 커피 한잔씩을 사 들었다.
오전수업 내내, 조금씩 마시면서 정신을 집중하려 애썼고,
점심식사 후에도 항상 한잔씩 마셨었어.
가을과 겨울의 그 우울했던 커피향이 아른아른.
나는 그 커피향을 맡으며 발 디딜 틈도 없는 내 골방으로 숨어들어갔다.
좁은 방, 서느런 옷자락, 건조한 공기, 그리고 아릿하게 퍼져가는 커피향,
찌르르, 혈관을 타고 퍼져가는 카페인 기운, 그리고 깜박깜박, 방엔 작은 스탠드 불빛 뿐.
저녁엔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면 더욱 힘들 것 같아서,
아주 큰 머그컵에 커피를 조금씩 덜어 담고,
우유를 섞어 카페인 농도를 아주 엷게 해서 계속 마셨었지.

그 즈음의 내 몸은 카페인 기운으로 버티어졌고,
그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내 몸을 연소시키며, 자멸하며 살아남는 것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도 했다.
나는 그저 우울의 기저에 침잠해야 했지.


응. 그랬었다.
어느덧 1년이란 시간이 지났구나.
그리고,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것이 변했구나.
청춘, 나의 혼란은 스물 아홉 문턱을 넘으면서 비로소 완전히 잠잠해지려나.
글쎄, 언제까지 계속되더라도 불만은 없다.
삶은 불안정하고 부정확하여야 한다.
그렇기에 삶은 더욱 살아낼 가치가 있고, 열망과 열정은 끝없이 싹트고 자라난다.



아아,
엷은 색으로 풀려가면서 점점 몽클몽클 보드라워지는 커피.
나의 서늘한 카페라떼 향같은 시월의 어느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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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8. 10. 5. 13:00


충격이 컸다고나 할까.

내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꽉 막히고 좁은 사람들인지를 무섭도록 드러나게 해 준,
내 귀로 똑똑하게 듣고, 내 눈으로 똑똑하게 보게 해 준 경험이었다.

숨이 갑갑해올 지경이었어.
내가 이런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야 하다니.
그리고, 지금 주변에 이런 사람들 뿐이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사람들과 살아야 하다니, .....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에 대한 실망과 답답함에 별안간 까마득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1.
막말하자, 그래.
우리반에 정말 예쁜 아이 하나가 있는데.
아, 정말, 정말 예쁜데 말이지.
진짜, 김태희 동생이라고 해도 다 믿을 정도로, 예쁘고, 귀엽게 생겼어.
화장 하나도 안해도 예쁘고,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어도 예뻐.
안아주고 싶은 곰인형같기도 해서, 사랑스럽기도 하다, 말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아.. 그런데.
이 아이, 정말 속이 텅텅 비었구나,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분간하지 못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도록,
너무 총격적인 말과 행동을 연발하는 바람에,
진짜 정이 뚝뚝 떨어지더라.
... 사람이, 겉만 예쁘면 뭐하나....
속없는 대부분의 남자들이야 그런 것에나 넘어가서 좋아라 하겠지만,
내면이야 어떻든,
그 귀엽고 예쁜 모습으로 웃는 모습 하나에 넘어가서
아무리 같잖은 상황에라도 기고 말겠지만,
하하, 정말, 내면의 아름다움이란 어딜 뒤져도 쉽게 나올 것 같지 않은, 그런 아이였어.

가장 먼저 부엌에 가겠다고 번쩍 손을 들더라.
장애우 분들, 상처받고 병든 어르신들을 볼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거지.
운이 좋은지, 나쁜건지, 뭐 여튼 그아인 부엌으로 갔어.
그리고, 끝나고 나서 한참 불평 불만만을 늘어놓는거야.
하수구 구멍 닦는거나 시켰다면서 말이야.
자기네들이 왔다고, 좋다고, 얼씨구나, 기다렸다는 듯이 그런 일이나 맡겼다고.

넌.., 그런 하찮고 힘들어만 보이는 일들이 얼마나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고마운 일인지 모르지..?
같은 일을 해도 정성들여 섬기는 마음으로 했다면, 결코 짜증스럽지는 않았을거다.
내가 이렇게 청소를 하고, 더 꺠끗해진 환경에서 즐겁게 일하시는 복지사 님들의 손길에서,
더더더욱 맛난 음식이 만들어져 어르신들, 장애우 가족분들이 더욱 즐거운 식사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 이런 마음가짐이었다면, 결코 그딴 소리는, 그딴 표정은 지을 수 없었을 텐데.
하수구를 닦는 일이, 무슨 쓰레기같은 사람들이나 하는 일인 양 말하는 대신,
그 일을 거룩하게, 숭고한 마음으로 할 수 있었을텐데.

청소며 빨래같은 잡일들, 우리는 봉사활동같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분들에게는, 정말 매일같이 해야 하는 일이고,
그것 말고도 수발 들 것들이 정말 많아서,
이런 잡일들을 처리하기가 평소에는 더욱 곤란하시기 때문에,
우리들이 가서 이런 일들을 도와드리면,
우리 입장에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그분들에겐 정말 큰 도움이고 축복의 손길로 받아들여진다는 걸, 그래, 모르지, 너흰 모르겠지........

아주, 자랑스런 말투로, 굳은 말투로, 이렇게 말하는 걸 보곤 더 기가 막혔단다.
우리 후배들한텐, 이런거 안 시키고 싶어.
..... 헐.
무슨, 후배들을 생각해주는 양,
자기는 고생해도 좋으니 후배들을 배려하는 이 마음씨를 보라는 양, ....
참, 나이를 스물이나 먹었다는 대학생이 어찌나 아직도 개념없는 어린애 수준인지.....

생명의 소중함,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가에 관한 특강을 듣는 강연 시간.
다들 진지하게 듣고있는 가운데..., 이아인 처음부터 자리를 깔고 잘 준비를 했다.
대부분이 말똥말똥하게 강연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수녀님께서 주무시지 마시라고 완곡하게 타이르시는 말씀을 싹 무시하며,
보란듯이 혼자 엎드려서 자랑스럽게 잠을 자는 어이없는 자신감도 보여줬어.
........ 그냥 한심 그 자체였지, ...

불만 있는 것들 이야기해보라고 하시는 말씀에,
큰 소리로, '하수구 닦는거 시켰어요!' 따위의 말이나 하는,
이런, 중학생 만도 못한 대답을 하는...

자신이 예쁘다는 것, 그것 하나가 그 아이의 엄청난 자신감의 유일한 원천인데,
여기저기서 그건 잘도 드러났었어.
이럴때 애들의 쌩얼을 보고, 누가누가 화장발인지 봐야 한다는 둥,
아침 일찍 일어나 화장을 마치고 나온 아이들을 향해 비웃는 투로 웃음을 흘리는 등..
뭐, 끝도 없지, 아, 이아인, 정말 껍데기 말고 아름다운 구석이 대체 어느 속에 있는지.

... 내가, 좋지 않은 기억은 최대한 잊어버리려고 노력하기 때문인지,
그 수없었던 망언들과 만행들이 하나하나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아이에 대한 실망과 허망함은 표현을 다 하기 어려울 정도로 짜증스럽게 큰 것이었다.



2.
이 아이 뿐만이 아니었다.
내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처구니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모 언니.
가기 전부터 무지하게 두려워했었다, 꽃동네에 가는 걸.
한 번도, 그런 시설에 가 본 적이 없단다.
동사무소, 우체국, ... 뭐 이런 데서나 일 했었단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얘길 하더라.

... 창피한 줄도 모르고.. ;;
난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돼.
학교 다니면서, 그런 시설에도 한 번 안가보고 무슨 공부를 했고 경험을 했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무 봉사활동의 취지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시간 채우는 데 급급해서 대충 넘기고,
학교 공부만 똘똘하게 해서 대학에 온 사람들의 시야야, 더 볼 것도 없다, 사실이다.
그냥 지내다보면 느껴진다, 내 동기들의 사고방식과, 삶의 패턴과, 희망들이.

봉사 가서도, 내내 싫어하고 피하려 하고, 웃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 웃고,
하하, 이런 일들은 정말 부지기수.
끝나서, 다시는 오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는 말에,
난 눈을 피해버리고 반응하지 않았다.
뭐, 나에게 들으라고 한 말도 아닌데 뭐.
굳이 반응해줄 필요조차 없었다,
뭐, 그냥 슬쩍 웃어줄 수도 있긴 했지만,
난 그때 여러 상황들로 인해 기가 막힐 대로 막혀 있는 상황이라 더이상의 그런 아량은 베풀 수 없었다.

다시는 오지 않아도 되어서 기쁘단다.
이봐 언니, 언니도 하루아침에 여기 오게 될 수도 있어.
봉사자 입장이 아니라, 입소자 입장으로.
지금 친구라고 착각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언니를 다 잊고, 외면하고,
가족들마저 언니를 무시하고, 여기다 '버리고' 갈 수도 있는거라고.
23년 짧은 인생, 멀리 보지도 못했던 인생은 일단 거기서 턴되고,
산자락에서 남은 여생을 매일 같은 일상만 보내면서,
남의 손길만 바라는 입장이 되어 고통스럽게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단 말이야.
어떻게 그런 말을 하면서 웃을 수가 있어....?

그래, 언니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기 때문에,
사지 멀쩡하고, 생각할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고,
특별한 정신질환도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고 축복인지 모르기 때문에,
장애우, 어르신 분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기 때문에,
이해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고 하고자 애쓰고 싶지도 않겠지.

그분들은 멀리 계신, 이(異)종족이 아니야.
배척해야 하고 피해야 하는 더러운 쓰레기같은 생물, 들이 아니란 말이야.
언니도 하루아침에 그렇게 될 수 있어,
그분들에게서 나곤 하는 불쾌한 냄새,
그분들이 내고 싶어서 내는 거 아니야,
그분들도 청결해지고 싶어 하시고 향기를 풍기고 싶으신 욕구가 당연히 있어,
다만 그것조차도 과분하고, 다른 이들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안되기에
당신들의 욕구를 포기하고 계신 것 뿐이지.
그 욕구를 이해하고 좀더 깨끗하게 해 드리려 도와드릴 생각은 않고,
불쾌하다고 피하기나 하고, 찝찝하단 소리를 그렇게 함부로 하기나 하고 말야...
모욕이야, 생명에 대한 모욕.


3.
사는 모습이 정말 단조롭기 짝이 없어 보이는 내 동기들.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난다.
수업에 들어간다.
수업을 듣고 나와서, 공강시간에 잠을 잔다.
또 수업에 간다.
나와서 밥을 먹는다.
밥을 먹었으니 또 잠을 잔다.
일어나서, 과제가 있으면 한다.
또 일찍 잠을 잔다.
정말 심심하고 할 일이 없으면 드라마를 본다.
그도 저도 짜증나면 집에 간다.
또 학교에 온다.
.... 수업에 갔다와서 밥을 먹고 또 잠을 잔다. ......................


그놈의 잠, 잠, 잠. ..........................


...... 정말, 내가 제일 천하게 여기는 짓이 있다면,
인생을 꼭 필요한 양이 아닌 그 이상의 잠으로 허비하는 짓이다.
그보다 멍청하고 바보같은 짓이 대체 어디있단 말야..?..
뭐 사는 방법에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건 능동적으로사는게 아니다 , ...
삶에 쓸려다니는 거지...
주어진 삶,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살아낼 수 있는 세상을 받은 것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아니다, ...


하지만 동기들,
그도 그럴 것이, 더이상의 무엇을 도전적으로 할 수가 없는 사람들이다, 일단 지금은.
뭐, 그들의 시야가 거기까지인 것을 어떡하나.
난 물론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렇게 사는 것을, ...

동아리 생활에 대한 이해도 당연히 불능이다.
정말, 동아리 생활은 해본 사람만 이해하고 감당해낼 수 있는 것인가 싶어 씁쓸하다.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는 용기와 결단력.
그리고, 그 귀중한 가치들을 잃지 않고자 피곤과 고생을 불사하고 열심히 살아보려는 열정과 의지.
그들은 동아리에 들어갔다가도 나오고, 견뎌내질 못했다.
애초부터 무엇이 중요한지에 관한 기준 자체가 달랐기 때문에,
그들은 의욕도 애착도 가질 수 없었다.
어떤 자리에 나간다고 할 때, 거기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다.
고생고생해서 한떨기 꽃을 피워내는 자리인 공연날,
오겠다는 말은 대체 왜 했는지,
말은 해놓고, 어디 앉아있나, 왔을텐데, 목빼고 찾아보고 기다리게 만들어놓고는,
나중에서야 'ㅋㅋ'까지 붙인 문자로, 못갔다고 문자 한통만 띡 보내는.
... 또 잠자느라 그랬나? 그놈의?
아님 뭐 다른 정말 중요한 일이라도 있었나..?
그런 것도 아니었으면서, 단지 귀찮아서, ...?
어떤 가치를 가지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 일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것 자체가 그래 애초부터 잘못된 것인걸.
더이상을 보지 못하는 소경들에게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을까.

아, 답답해.. .
눈에 선해서 짜증이 밀려올 정도다.
이렇게 주어진 것들이나 겨우겨우 해내면서 지내다가,
하기 싫은 것들 겨우겨우 처리하고 졸업을 하고,
임고는 어찌 붙든 붙어서 결국은 초등학교 선생들을 하겠지.
그렇게 그렇게 시간 보내고,
일찍 직업을 잡아 자신의 정체성을 결정해버리고는,
더이상의 도전을 하지 않은 채,
자기 발전에의 노력, 큰 욕구 없이,
순탄하게 별 무리 없이 흘러가는 삶에 몸을 맡기고-
따악, 거기까지의 시야를 고수한 채,
고여 썩어가는 물같은, 그런 교사가 될 것이 뻔한...
초등학교 교사들이 괜히 꽉 막히고 우물안 개구리처럼 속 좁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거..
그나마 낫다는 우리학교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개인주의적이고 답답한데,
일반 교대 사람들은 대체 어느 정도일지.

그, 주어진 일이라는 것들도, 하는 걸 보면,
수준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하급인 경우도 많다.
아니 그걸, 글들이라고 쓰냐고. ...
게다가, 글을 읽었으면, 생각을 해야지, 그리고 그걸 표현해야지,
아니 어떻게, 머리들이 없나, 어떻게 님들의 생각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거야..?
글과 말의 차이는 알고 있는가?
........ 하기야 생각이 있을 리가 .........
삶을 사는 자세 자체가 수동적인데, 글을 읽든 무얼 하든,
딱히 다른 능동성이나 적극성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함께 발표를 하게 되어 주어진 부분을 공부하는데,
미리 계획성도 없었음은 물론이고,
타인에게 피해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충분한 책임감도 결여되어 있고, (...)
............ ㅠㅠ ;;
-_-;......................... ...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더 알고 싶다는 본능적 지식욕, 앎의 욕망이 존재하지 않는단 말야?
네 삶이 그렇게 조용하고 좁아터졌다 해서 내가 안타까워 할 에너지는 더 낼 수 없어 물론.
하지만, 그런 주제(...참다 참다.. )에, 어르신들을 모욕하기나 하는 꼴은, 정말 눈뜨고 못보겠다..,
냄새나, 찝찝해, 옷 당장 빨아야겠어, 난 체질에 안맞아 이런게, 그런 사람들하고 절대 오래 같이 못있어, 엄마한테 하소연할거야, 내가 어떤 짓을 하고 왔는지, ...... 따위의 말이라니,
아니 대체가, 어른이나 애나, 이런건 정말 나이하고 상관이 없다.
어르신들을 쓰레기 취급하는 너희를 보고 있으면,
정말 쓰레기같은 존재가 어느쪽인지, 참, 답답하기만 하다...
(........ 참다 참다 한다, ...... 진짜 ...)

이런 인간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다는 자체가 날 미치게 한다.
기막히고 답답하다, 나, 갑자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고 숨이 턱 막힌다.

........ 진짜, 봉사, 오기 싫어 죽겠는데, 졸업해야 된다니까, 억지로 따라와서는,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애처롭게 기다리고 있다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무의미하고 한심한 표정, 모습들...,
그 와중에 내가 앉아있었고, ... 난 정말 질식할 것 같았다.



4.
매일같이 이 사람들과 마주하고 밥을 먹고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사실,
이 사람들이 몇년 뒤에 무려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교육할 거라는 사실,
그 소름끼치고 무서운 사실,
그 끔찍한 세상 속에서 내가 갑갑함에 몸부림칠거란 예감.....



5.
......... 초등교육과 학생들 전반이 그런 것을 부인할 수가 없어.
우리 옆 동네 사람들, 다 초등과였는데, 진짜, 심하게 자는거야, 의욕도 없고.
봉사 끝나고 나서, 무엇이 그렇게들 힘들었는지, 힘들어서 죽으려고 했다.
3년간 치매 어르신들의 복지시설에서 일하며 가능한 거의 모든 심각한 일들을 다 겪어본 나로서는,
그들의 치기어린 불평과 학교를 향한 불만을 수용하기 힘들었다.
정말, 한 두어시간 일 했는가.
무엇을 그리 힘들게 했다고 불평 불만들로 입이 한 주먹씩 튀어나오는지, 애기들도 아니고.

학교를 비난하는 것은 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난 공감했다, 학생들이 이모양이니, 학교에서 돈을 대서라도 이런 경험을 시켜주려는구나,
더 큰 스승이 되고 더 많은 것을 볼 줄 아는 참된 선생이 되라는 크나큰 배려고 자비로구나.
이런 학교가 세상 천지에 어디있나, 공짜로 이런 가르침을 의무적으로라도 주려고 애쓰는 학교.
그래, 소용없다, 받아들이는 학생의 상태가 그모양이라면.
이 사람들을 감화시키려면 3년 이상의 시간과 고된 경험과 참 스승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좋은 데' 걸려서 별일을 안했고 힘들지 않았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체 무엇이 다행이고 무엇이 좋은 것이란 말인가.
나는 일부러 가장 힘든 곳으로 지원했고, 거기서 마음을 활짝 열고 가족분들을 만났다.
소외되고 눈도 맞추기 어려운, 바닥에 계신 분들,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봉사자들도 외면하여 기회가 더 없고 더 외롭고 쓸쓸하신 분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소통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우리는 마음을 이었고, 교감하는 순간들은 행복하였다.



6.
이것은, 그래, 역시 이들이 어려서 그런 것이지만 말이지.
어르신들, 장애우 분들을 '애' 취급하는 행태들 말이다.
정말, 정말, 무개념하고 몰지각하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분들에게 반말을 찍찍 해대거나,
어린애 다루듯, "좋아? 응? 좋아? 어이구.. 나 오니까 좋다고 이러는거 봐, "
"밥 골고루 잘 먹어야지, 그래야 내가 예뻐해주지. "
"시계도 있네? 부러워 죽겠네,.. "
....... 글로 옮겨놓는다고 전달할 수 있는 뉘앙스가 아니구나.
여튼, 정말, 내가 부끄럽고 당황스러웠어.
그분들, 몸에 장애가 왔을 뿐, 기본적으로 너보다 나이 많아..
게다가, 공군 특전사셨던 분들도 있고, 학력이 높으신 분들도 얼마든지 많아.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사회에서 멋지게 살아가시던 분들이란 말이야.
어르신들도, 마땅히 사회에서 공경받아야 하는 분들이야.
젊은 세대는 '노인', '노인' 하면서 무시하고 사회에 생산력을 주지 못하는 쓰레기 취급이나 하지만,
그분들이 일구어 놓은 사회에서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임은 물론,
'노인'만이 가질 수 있는 삶의 지혜, 교훈들을 풍부하게 갖고 계신다는 것을 어찌 모르는가.
그분들은 우리에게 그런 가르침을 주시고 싶으셔도,
젊은 사람들이 무시하고 잔소리로만 듣기 때문에 입을 다무시는 것 뿐이다.
젊은이들의 삶만이 삶이라 생각하는가.
각자의 시기에 맞는 삶이 매 순간 다채롭게 전개되는 것이 인생의 현장이다.
그분들은 그분들의 삶을 열심히 살고 계시며, 그분들의 삶도 우리의 삶과 본질적으로는 다를 바가 없다.
너희가 어린애 취급 하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분들은, 우리가 삶에 관한 심오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당연히 소통이 가능하시다.
우리보다 삶에 관해서는 더더욱 많은 것들을 알고 계신다.
단지 몸에 장애가 있고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너희가 우위에 있는 양,
은연중에 깔아놓은 무시하는 태도를 하고 그런 막말을 해도 되는,
그런 분들이 아니란 말이다.



7.
내 동번... 꽃동네에 그렇게 가기 싫었다고 했었지.
집에도 못가게 하고, 정말 '짜증' 났었단다.
말 더 안해도 잘 안다, ...
그래, 공주같은 네가 그런 분들을 만지고 싶었겠니.
가까이 가기도 싫었겠지.
이렇게 행복한 환경에서, 주는 밥도 싫다고 매일 안먹고 거르고,
그 예쁜 외모를 무기삼아 남자를 쥐락펴락하며,
이거 내놔라 저거 내놔라,
부모님 뒷바라지 덕에 얻은 알량한 지적 능력 하나로,
잘났니 못났니 따지며 자신이 잘난 맛에 취해 사는 친구다.
은근히 사람을 무시할 줄도 알고, 쓸데없는 벽을 만드는 것도 꽤나 좋아한다.
아는 것, 딱 거기까지인 네가,
그러면서도 네가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믿고싶어하는 네가,
그분들의 삶을 어떻게 이해하겠니,
네 삶도 매사 불만인데.
하루아침에 너도 거기로 갈 수도 있다는 걸, 어떻게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니.



6.
한 국어교육과 학생이 마음으로 느낀 것들을 감동으로 발표하는 자리.

다들 술렁대고, 웃고 떠드는 인간들도 많았다.
....... 어찌, 그런 학생이 비정상 취급을 받고, 너희같은 인간들이 그를 비웃는가.

메마르고 메마르다 못해,
너희 자신 이상으로 시야를 결코 넓히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들아,
난 세상 사람들의 대부분이 당신들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이 끔찍해...
너희같은 사람들로만 채워지는 세상이, 바로 꽃동네가 팽창하는 세상이란 말이다...

단순한 학생 표본집단도 아니고,
교사가 되겠다는 사명을 갖고 대학에 왔고,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사람들이다 ...
어린 학생들이라면, 나도 당연히 이들의 이런 반응을 이해한다.
어리니까.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아량이 자라지 못한 미성숙한 아이들이니.
이들을 이끌고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 내 책임이 크구나,
그렇게 느끼고, 이런 아이들까지 이해하고 감싸안으려 노력하겠지.

하지만 이건 경우가 분명히 다르다.
예비 교사 집단이다.
'교육'을 담당할 교사들, 누구보다도 볼 줄 아는 범위가 넓고 깊어야 하는 그들이,
중학생만도 못한 정신상태와 좁은 시야의 눈과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아, 희망의 불이 깜북깜북, 꺼져버릴 것 같았다, 절망적이게도.
이들의 대부분이 이렇다면, 희망의 불빛은 정말 희미하다고 느껴질 수밖에.

초등 교사의 집단이,
이렇게 갑갑하고 개념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집단인지 몰랐어.

초등 교사는, 누구보다도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달아야 한다.
각양각색의 색깔을 지닌 아이들을 바로 보고 전인성을 띤 교육을 제대로 행할 수 있으려면.
그것은 대단히 어렵고 까다로운 일이기 때문에,
결코 아무나 할 수 없고 엄연한 전문직이다.

그러나 이 초등 교사의 집단이,
실상으로는 가장 보수적이고 진보도 발전도 없으며 고여서 썩어가는 물이라는 걸,
그 단면을 직감적으로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고 왔기 때문에, 내가 받은 충격의 정도는 심각하다.
더이상을 보고자 하는 욕구조차 상실한, 수동적이고 안이한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 아이들을 맡긴다는 것이 어찌나 위험하고 비극적인 일인지 모른다.
공부의 결과는, 더 많은 것, 더 넓은 것을 볼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을 볼 수 있게 되는 눈을 갖게 되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 순수한 앎의 즐거움으로 삶의 가치가 더욱 고귀하고 밝아져야 한다.
그러나, 이런 숭고한 일인 교육을 맡을 교사 본인들부터가,
교육의 의미조차 알지 못하고 공부의 참된 본질을 느끼지 못한다면,
더이상의 의욕도 발전에의 욕구도 없이 안일하게 삶을 유지하는데만 급급하다면,
이 얼마나 참담하고 희망 없는, 김빠지는 사태인가.
너희는 학생들에게 스승이 되기는 커녕 상처만 내는 위험한 인물들이 될지도 모른다.



















7.
내가 가야 할 길은 대체 어디일까.

나에겐 건강한 신체와, 건강한 정신이 있어서,
내 힘으로 어떤 장애든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
축복속에 주어진 나의 세상,
온 힘을 다해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고 의무가 있다.

알고 있어요,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는 걸.
굳은 사명 따위를 벌써부터 띠고 내 앞길을 결정하려 들 필요가 전혀 없어.
아직, 인간으로서 세상에 첫 발을 내디딘 지 겨우 6개월 남짓밖에 되지 않은 아기인 걸.

잡식하자, 가능한 모든 것을 다 먹자.

일단 내 손에 잡혀있는 이것,
교육,
이것이 무엇인지, 난 목마르다, 도대체 이것이 무엇이간대.



8.
.......................................................................................

음악이 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버렸다.
더이상 분출되려던 내 답답함, 그리고 그로 인한 분노는 밖으로 나오지 않네.

그렇지, 삶은 계속되는걸.
괜찮아, 잘 해왔고, 잘 해 나갈거야.
파이팅.
넌 많은 것을 가졌고 해낼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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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8. 10. 4. 17:37


잘 다녀왔습니다.

지금 허기지고 괜히 뭔가 이것저것 많이 먹고싶어서,
동기들과 깐치호에서 파탕 하나를 시켜놓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다들 이것저것 시켜먹거나 나가서 먹느라고,
1학년 전체가 다 이곳에 있는 것이 틀림없음에도 불구하고
여느때의 주말처럼 한산하고 허허합니다.

맛있게 저녁식사 하고,
얼른 깨끗하게 씻으면서 뜨거운 물에 몸을 풀고,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여유롭게 가지고 싶군요.
지금도 마찬가지야.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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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everydaylife2008. 10. 3. 10:57

비지엠, 어제 듣던 베토벤 소나타 3악장.



꽃동네로 1박 2일 봉사활동을 가기 6분 전이다.
밥 먹고, 차타고 갈거야.

부디, 더욱 새로운 것들을 느끼고 충만한 마음으로 많은 것을 얻어오기를 소망한다.
매 순간이 배움과 신선한 깨달음의 연속인 것을.
기대가 되는, 상쾌한 아침.
오늘은 또, 어떤 일과, 어떤 깨침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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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8. 10. 2. 17:23

현재 BGM : 베토벤 소나타 op.110


1.
폰 고치러, 목숨 걸고 다녀온 기분.
무슨 차를 그렇게 쌩쌩 모는지,
나 진짜 안 죽고 살아 돌아온 게 감사하게 느껴질 정도야.

휴, 이제 안 떨어뜨리고 더 곱게 깨끗하게 잘 써야지.



2.
요새는 하루중 가장 행복하고 편안한 때가,
잠자러 침대 위에 올라가서 보들보들한 내 아가들과 살포시 살을 섞고 누워있을 때.
심지어는, 나 지금도 밤이 기다려져,
깨끗한 몸으로 잠자리에 누워서 때묻지 않은 폭신한 아가들을 빨리 안고 싶어서.

두번째로 행복하고 편안할 때는,
공연 연습하러 가서 완전히 몰입해 있을 때,
그리고 뿌듯한 마음으로 동아리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하며 긱사로 돌아올 때.



3.
아침에, 오랜만에 여유있게 일어나서 나에게 집중했다.
딱, 쇼팽 발라드 2번을 듣고 싶은 기분인, 아름다운 가을 아침인거야.
내가 고른 옷이 퍽도 마음에 들었다.
몸에 루즈한 듯 보드랍게 닿는 기분이 어찌나 묘하고 사랑스럽던지.
참 포근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예쁜 가을 옷이었다.

이젠 머리를 어떻게 잡아 고정해야 안정적으로 전체적인 모양을 낼 수 있는지도 알게 되어서,
예쁘게 웨이브를 넣어 다듬은 머리를 풀어놓고 이마를 예쁘게 드러낼 수 있게 됐다.
오랜만에 가장 아끼는 귀고리도 하고,  딱 가을스런 향수인 머스크 향도 한번 입었다.



4. 하루 일과가 끝난 밤.

짜증이 치밀어올라 미칠 것 같다.
오늘 일이 하루종일 꼬이고 꼬였다.
게다가, 그래, 어이도 없고 말이다.
토가 나올 것 같다.
닥치라고, 내 눈 앞에서 영원히 사라지라고,
어서, 저 멀리로 꺼져버리라고 소리지르고 싶을 지경이다.
나 더이상은 이런 식으로 살고싶지 않다.
아니, 사람이 사람같아야 말이다.
진짜 싫다..............................................................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다, 참.
사라져 그냥!!!!!! 내 눈앞에서 영영. 제발. 제발. 제발. .....



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8. 10. 1. 23:55

늘 울고 싶던 것을 꾹꾹 참다가,
한꺼번에 모든게 솟구쳐 올라와서 터져버린 기분이다.
나의 근본에 대해 더 알아버려서,
그걸 정면으로 대하기가 두려워서,
고개를 돌린채,
아릿하게 아파오는 것을,
무시하려 애쓰지만 눈이 살짝 찡그려지는 것을 어쩌지는 못하는,
그런 상태.
자기 자신을 너무도 명확하게 알게 된다는 것은,
정말 두렵고 극단적인 일이다.
윤아언니가 그런 적이 있었지,
내 자신에 대해 깊이, 완전히 다 알아버리는 날에는,
너무 두려워서 더 살지 못하고 숨을 끊어버릴지도 모르겠다고.
감정적으로 많이 힘든,
... 아니, 힘들다고 느껴지는 날이로구나.

오늘은,
새로 산 화이트 머스크향 샤워젤로 샤워를 하고,
온 몸에서 폴폴 나는 그 포근한 향기를 맡으며,
역시 포근한 향기가 나는 내 예쁜 아가들을 꼭 끌어안고,
따뜻한 이불 속에서 푹 자야겠다.
올라가야지, 일찌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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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8. 10. 1. 23:25
엄마가, 날 걱정하는 전화를 하셨다.
내가 어디 잡혀가기라도 한 줄 아셨던 모양이다.
난 그 걱정어린 전화에 대고 불같이 화를 냈다.
....... 대체 왜, 왜 그랬을까,
이성적으로는 내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대체 왜, 왜 그렇게 어이없게 화를 냈던 걸까.....



맞아. 바로 그것 때문이야. .................................

날 걱정하고, 위해주고, 헌신적으로 정성 쏟아주는 것, .....
그것에 대해, 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보상과 보답을 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과 압박감에 시달려왔다.
난 장녀고, 기대를 받고 있었으며, 의무감은 내 생활의 일부였다.
어쨌든 나는 실패했고, 엇나가고 있었으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는 사랑받지 못할 사람이 되고 있었다,
집에 가기 싫었어..
..... 그리고, 마땅히 해야 할 보답, 갚아야 할 은혜를 갚지 못하고 있다는,
끔찍한 죄책감에 시달려왔다.

그래서, 그래서, .......
당연히, 내가 잘못했고, 부모님으로서 날 걱정해 주시는 마음도 당연하지만, ...
난 그렇게 분노하고 억울하고 무언가가 치밀어올라 어찌할 바를 몰랐던 거야.......




그래서, 난, 죄책감 없이, 그저 내가 원하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원없이 순수한 사랑을 쏟아내는 방식으로, ........
그렇게 내 트라우마와 굴레를 벗어던지려, 그렇게, 그렇게 필사적으로 진저리쳤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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