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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01 소진
  2. 2008.12.30 정체.
  3. 2008.12.28 오랜만의 키스
  4. 2008.12.28 :)
  5. 2008.12.27 투덜투덜.
  6. 2008.12.27 벗은 얼굴
  7. 2008.12.25 계절학기 일기 (1)
  8. 2008.12.20 어린 혼란
  9. 2008.12.19 정 많은 사람의 숙명적 상흔.. 2
  10. 2008.12.17 눈물방울
일기/everydaylife2009. 1. 1. 23:12

  우울하다. 엄마 아빠가 전화를 걸어주셨다. 룸메가 있어서 뭐라 말을 길게 하지는 못했다. 그냥 엄마 아빠, 동생, 우리 예쁜 강아지가 보고싶었다.
 
  힘들어서, 목에 핏대 올리고 잔뜩 잘난 소리들만 지껄여대고, 합리화하며 사느라 많이 지치고 에너지도 빠져버린 기분이다. 그렇게 살기는 싫었는데. 말없이, 조용히 즐거워하면 그게 그냥 내적 에너지로 전환되어 점점 강해지는 것이었는데. ... 
 
  편안한 휴식기에서 그걸 방출할 시간이 없었어서 더 괴로워졌나. ... 어쨌든 그래서 어제, 2008년의 마지막 날, 내적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었었는데... 룸메가 자꾸만 밖에서 놀고 싶어하고, 안에 들어와서도 무계획하게 같이 놀려고 하는 바람에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느라 혼났다. 많이 지쳤었다. 오랜만에 네이트온을 하는데, 또 이것 저것 지껄이다 후회하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또 피곤하고, 공부는 하고 싶은데 또 갑자기 갑갑하고... 

  내적으로 충전되지 못한 채 소진만 해서 이런 건지. 잠시 찾아왔던 기쁨도 가시고, 며칠 전 서럽게 울었던 것처럼, 다시 울고 싶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게 만드는 슬픈 음악을 듣고 싶은데, 아무리 헤매도 오늘따라 찾기가 어렵네. 

  그냥, 뚜렷한 이유도 모르겠는데, 많이 지쳤고, 답답하고, 울고싶고, 사랑받고 싶다. 모든 것 벗어 던지고 평안하게 쉬고 싶다. 그냥, 정말로 다-. 다-.... 벗어 던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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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8. 12. 30. 11:17


  이상하다. 예전같지가 않고 자꾸 쓸데없이 불안하기만 하다. 손에 일을 잡지 못하고 힘들어하기만 한다. 예전엔 일이 엄청나게 많을지언정 힘들어하진 않았었다. 싫어하지도 않았고, 그 모든 과정을 즐겼었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생각했고, 실제로 결과는 따라왔을 뿐 난 과정에서 얻을 희열감들을 놓친 적이 없었다.

  지금, 뭔가 동기가 부족하다. 지금 이보다 더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한다면 예전처럼 살 수 있을 것 같고 그래.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최선이고 진정 바라는 것이 아닌 것만 같아. 그래서 몰입이 되지 않고 겉돌게만 되는 지도 모르겠어. 동기를 찾아야 한다. 지난 학기엔 내가 하는 공부가 마냥 좋았고 현재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근데 지금은 전보다 편하지 않은 어색한 환경 탓인지, 다른 생각이 머릿속에 맴도는 건지, 몰입을 못 하겠다. 자꾸 불필요한 생각들이 떠올라 날 괴롭혀.

  (.... 통과의례인가봐. 사실 이 분야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예전만큼 간절하지 않아. 더 겪어보고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아무튼 예전 잔해들을 끌어와 다시 들여다보고 버리는 통과제의인 것 같다. 유쾌할 리는 없을지도.)

  ( 심리학 공부하는 건 좋은데. 근데 다른 게 이 즐거움도 좀먹는 게 문제지. 그리고 심리학도, 지금 하는 거 좋지만 다른 하고 싶었던 것들도 자꾸 생각나니까, 최선의 길이 아닌 것 같으니까 몰입하기가 쉽지 않은 것.)

  ( 나를 잘 관찰해 봐야 해, 무엇에 어떻게 느끼는지를. )
 
  ( 왜 이게 최선이 아닌건지? 모르지, 단순히 모두가 풀어진 방학에 혼자 긴장해야 하는 게 귀찮고 피곤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고. 통과의례든, 뭐든, 최선은 지금이란 걸 알기를. 우연은 없는 것. 이 시기가 괜히 존재하는 게 아님을, 꼭 지금 깨달을 수 있단 보장은 없는 거니까. 또 뭔가를 배워가는 중일거야. 동굴을 거친 후 알게 될 그 무엇. )

  ( 제발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하게 좀 살어. 그러다 보면 진정 즐기게 되고, 결국 네가 의식하고자 했던 걸 저절로 의식하는 순간이 와. 그럼, 모든 게 더이상 어렵지 않아. )

  ( 인식보다는, 몸이 아는 것이 먼저고 우선인 부분이야. 할 수 있어. 해 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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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everydaylife2008. 12. 28. 13:15

  꿈 정말 오랜만에 꿔 본다. 이렇게 강렬한 꿈이 정말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상황까지 기억나지는 않는데, 아무튼 부드럽거나 로맨틱하진 않았지만 뭔가 격렬하고 절박한 상황에 둘이 있었고, 그 녀석이 나한테 갑자기 키스했다. 내가 잠시 후에야 그 상황을 깨달았었다. 살짝 놀라 지금 일어난 일을 얼떨떨하게 깨달을 즈음 혀가 들어왔고, 그 느낌이며 터치며, 다 생생하게 기억나. 음.. 꽤 진한 것이었는데. 그렇게 터프하게 감정적으로 키스하기보단 상당히 배려하며 이성으로 그 감정을 참을 것 같은 녀석이었는데 그런 행동을 하다니, 아, 그래서 더 기억에 강렬하게 저장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 자기 전에는 '됐다, 괜히 나 혼자 헛생각하지 말고 공부나 해야겠다, 난 쓸데없이 정이 많아서 맨날 손해만 봐, 자존심만 상하고. ' 이러면서 다 잊었다 생각했었는데. 그게 무의식에 남아있었나. 내가 또 연애를 하고 싶은 건지, 뭔가가 부족한지, 자기애로 사랑과 배려를 충족하며 외롭지만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의 가장 밑바닥 모습의 욕구가 나타난건지. 글쎄. 왜 또 하필이면 이 녀석이야. 

  암튼, 꿈에서라도 해 줘서 고맙네 그려. ㅎㅎ





  간만에 꾼 꿈, 함 찾아봤다, 무슨 꿈인지. 믿거나 말거나, 하고. 

  꿈 속의 키스는 인연, 새로운 기회, 새로운 애정, 새로운 환경, 새로운 능력, 결집, 화합, 화해, 실행, 실속, 대가, 흥미, 이런 것들의 상징물이지요. 꿈 속에서 당신이 키스를 당했다면 당신이 누구의 도움으로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성취 될 것입니다. 서로 좋아서 키스를 했다면 당신에게 이성적인 친구나 당신과 뜻을 같이 할 벗이 올 것입니다. 누구의 도움으로 좋은 만남도 있을것입니다. 평소에 좋아하는 사람이나 친한 친구와 키스를 하는 것은, 서로의 감정이 지금은 통할 수 없어 눈치를 보거나 상대방의 진실을 알 수 없어 망설이는 일은 있을 것이나 바탕에 깔린 깊은 감정들이 서로가 무시하지 못하고 문득 문득 생각나거나 서로가 가까이 하고 싶지만 어느 한 쪽의 사정이나 우월성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울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허나 분명한 것은, 서로가 싫지 않는 감정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키스의 기본적인 상징입니다.


  휴. 어째, 나만 봐서는 맞는 것 같냐. 인연, 새 기회, 새 애정, 새 환경, 새 능력. 이것도 그렇고, 조만간 어쨌든 좋은 사람이 다시 생길 거라는 것 같은데. ㅋ 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정말 소중한 재산. :) 그리고 뒷말로 보니, 그래,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지금 감정이 통할 수 없어 눈치 볼 상황인 것도 맞고, 진실을 알 수 없어 망설이는 것도 맞지. (그쪽은 몰라도 적어도 난 그렇다.) 바탕에 깔린 것들이 무시 못하고 생각나거나. 어느 한 쪽의 사정이나 우월성. (...) 그냥, 다 맞는 말 같아. 분명히 싫지 않은 감정이 있는 것, 이것도. 에휴에휴에휴. 내가 대쉬하는 성격은 아니니 그냥 얌전히 있겠지만, 저걸 읽고 드는 생각은, 여튼, '정말로 걔도 그런거...??' -_- 하지만 결국 어제 자기 전에 했던 생각처럼, 또 나 혼자 상상하다 자존심만 상하는 건 용납 못함. 그러니까 일단, 그냥 기분은 좋네. 잠시 잊고, 다시 일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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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everydaylife2008. 12. 28. 01:16

:)



  몸이 wear out 되었는데도 열심히 밥도 챙겨먹고, 푹 쉬어주고, 따뜻하게 하려고 노력했더니 몸상태가 많이 나아진 듯하다.

  음.. 사실 마음이 더더욱 wear out 되었었지. 여기 저기 치이고 안정되지 못한 상태를 맞은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 그간, 음, 사실상 지난 1년 동안은, 암만 힘들어도 좋은 사람들 곁에서 '그래도' '안정'을 쉽게 잃진 않았었다. 근데, 지금까지 겪은 것들 중 최악에 비하면 거기에 근접까지는 하지 않는 상황인데도 '안정'을 많이 잃긴 잃어버렸었나봐. 사실 나의 최악, 나를 때때로 극히 우울하게 하는 것들, 그것들이 주었던 상황과 정서를 상기시키는 것들이 변주된 형태로 지속적으로 강타하기는 했다. 그래서 ... 참 오랜만에도, 안정을 잃어버린 거였나봐. 

  하지만 이제 많이 나아졌다. 내 감정에 솔직해져서, '그래도 웃는' 위안의 마스크까지 벗어던지고, 서럽게, 오랜만에, 한참 울고나니 카타르시스가 왔다. 다시 몸을 씻고 나를 아낄 힘도 생겼고, 다시 상황을 잡을 의욕도 생기네. 

  내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떤 모습이었던 내가 어떻게 변했고 다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돌아가는 이 모습이 예전의 그것과는 어떤 점에서 발전된 방식, 혹은 비슷, 나빠진 방식으로 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살아보고자 한다. 이 새로운, 혹은 과거의 나와 유사한, 어쩌면 변환합 이상의 또다른 이 상황에 적응한 내가, 어떤 모습이 되는지. 무언가 과거의 무엇을 찾은 듯한, 그러나 또 그 때의 부정적이었던 무언가도 함께 찾은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느껴지는 지금. 일단, 몰입해보고, 충실히 순간을 바라보며 얻은대로 살아보려고. 그러면, '그 시절'과 '이 시절'로 대별되는 나의 두 모습을 더 잘 볼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그래.. 그 경계의 와중에 겪은 혼란 탓에, 몸이 아프고 마음도 오랜만에 안정을 잃고 말았었구나.

  ... 그 시절에서 이 시절로 오며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있게 되겠구나.
  그럼 ... 2009년엔 필경, 더 자라겠구나. :)

  새로웠던 안정기의 아름다운 나의 편린. 귓가에서 나를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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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everydaylife2008. 12. 27. 22:09

  난 피부가 왜 이런거지? 물론 최악은 아니니 다행이지만, 사실 평균 이하야. =_= 화장하면 완벽하게 가릴 수 있을 정도는 되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래도 짜증은 나. 정신이 드니까 막 욕나올라 그래. 씨. -_ㅜ.............

  나 자려고 시도하다 못자고 애들 얘기를 들었는데;;......... 나 못 알아봤단다. -_- ;.. 남자애들은 다 왜 그런지 몰라. 결국은 외모를 따져. 어차피 여자애들 화장 벗기면 다 비슷한데... 암만 생얼이라도 아침에 선크림 정도는 바른 상탠데 말이다. 선크림도 말이 선크림이지, 다 메이크업 베이스라서 보정되고 화장 어느정도 한 거나 다름없는데. 그게 또 얼마나 나랑 대조되어 인상 깊었는지, 굳이 쓴다는 수식어가 그런거고... 나만 비참해져. 짜증났어. 진짜로. 평소엔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아서 좋았다니. 그게 내 생얼이지, 뭐냐고. 그게 그렇게 차이나고 인상깊었던가.... 아 나 진짜 비참한 기분 들었어. 진짜 싫었어. 안그래도 피부에 콤플렉스 있어서 스트레스 받았었는데...

  정말 안좋은 피부도 피부과에서 돈 들이면 다 좋아진다는데, 돈따위 없으니 그런 것도 사치라 못하고, 그냥 이대로 사는 건데, 피부같은건 타고나는 거라서 진짜 저주해도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래서 더 싫다. 이렇게 타고 태어난 것이 죄는 아닌데, 죄처럼 된다. 피부가 좋은 애들은 그냥 선망의 대상, 떠받들어지는 사람이 된다. 아씨. 죄 지은 것도 아닌데 화장을 안 하면 고개도 못 들게 되는게 너무 싫다. 여기, 날 모르는 사람들만 있는 곳에 와서 자유롭게 생얼로 돌아다니고는 있는데, 그 자유가 너무나 좋아서 내친김에 용감하게 엠티에도 생얼로 갔더니... 당장 반응이 이렇다. 썅. 

  '나도 엠티에 화장 안 하고 가고 싶어.' 화장한 얼굴로, 그 찜찜한 얼굴로(답답하단 말이야. 피부 좋은 애들이야 화장 해도 크게 안 답답하겠지만, 나는 안그래도 복합성이라 찝찝해서 못 잔단 말이야.) 잠들고, 다음날에 뒤집어진 피부를 확인하는 건 정말 짜증나는 일. 그렇게 될 걸 알면서도 내가 뭐 때문에 내 피부를 혹사하며 그래야 하는지도 자괴스럽고. 겨우 이목때문에 내 피부를 괴롭힌다는게, 결코 마음 편한 일은 아니니까.

  '나도 합숙때 화장 안 하고 다니고 싶어. ' 합숙은 엄연히 힘들다. 그 힘든 과정, 몸이라도 조금이라도 편하고 싶은 거다. 이목에 신경쓰지 않고 싶다는 거다. 스스로 더 피곤하니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씻고 화장하지 않고 그냥 가서 부스스하게 밥먹고 기타를 쳐도 예뻤으면.. 아니, 그냥 괜찮았으면 좋겠다는 거다. 나는 사실 내가 봐도 좀 그렇다. 집에서 아무렇게나 하고 다닐 때 내 모습을 보면. 남들 다 대충 하고 다니는데 혼자 신경써서 파운데이션 바르고 있는 것도 눈치보이고 싫다. 그리 큰 욕심도 아닌데, 그걸 부리는 게 욕심이 된다는 게 한없이 짜증스럽고 화난다.

  '나도 엠티에 화장 안 하고 가고 싶어. ' 나도 합숙때 화장 안 하고 다니고 싶어. ' ....... 이게 그렇게 뭐 그리 큰 욕심이라고... 짜증나고 싫어. 짜증이란 단어가 이 글에 몇 번이나 나왔는지 모르겠다. ... 어쩌면 나 이번에 제대로 못 놀고 이상한 자괴감과 뭔가 막 뒤섞인 기분으로 돌아온 게 이거랑 관련이 없지도 않을 것 같고 .. 그렇다. 

  나는 화장 안 한 내 모습을 보면서, 예전엔 어색하고 싫었는데 지금은 이게 더 예쁘고 좋고.. 그렇다. 병적으로, 텔레비전을 보든 사진을 보든 친구들을 보든, 쟤 피부 좋네.... 좋겠다.. 이런 생각만 하면서 부러워하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다 우울해하고, 그랬었는데. 어쨌든 내 가장 자연스운 모습, '내 얼굴'을 보면서 비로소 마음이 편하고 더 정이 가고 그러는데... 이 얼굴이 막상 다른 사람들에게는 또 이색적인 '볼거리'에 불과하거나,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거리, 가십거리밖에 안 된다는 게 너무너무 짜증나. 싫어. 싫어. 싫어. 그래서 또 날 속이고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얼굴을 또 화학약품으로 덮어야 한다는 게, 자존심 상해서, 속상해서, 눈물날라 그런다. 나에게 편하게 자연스럽게 하고 다니면 확실히 남자들이 날 무시하는 게 느껴진다. 그러나 좀만 신경쓰면, 대우가 달라지는 게 피부에 확 와닿아서, 정말 여자의 외모는 권력이란 걸 깨달으며 씁쓸해지는 것이다. 대우 받으면서도 속상하고, 짜증이 나곤 한다. 이 옷 벗고, 화장 지우고 머리 아무렇게나 묶으면 곧 날 무시할 거란 생각이 드니까. ... ㅎㅇ.... 암만 넋두리를 해도 달라지는 건 별로 없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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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everydaylife2008. 12. 27. 20:35



  많이 피곤하고 에너지도 많이 필요하고, 대견하고 몸도 차가운 나를 위해 따뜻한 두유 한 병과 우유빵을 사 왔다. 목이 칼칼하고 눈도 아파서 더 아프지 않으려면 많이 쉬어야겠단 생각이 드는 중. 몸과 마음이 다소 지쳐있단 증거가 가시적으로 드러났구나, 싶었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달래려고 이렇게, 음악을 조용히 들으며,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글을 쓰고 있다. 

  문득, 우울하고 외롭고 어딘지 모르게 슬펐다.

  꼭 이것 때문은 아닌데, 그냥, 내가 지금 먹고 있는 음식들, 나 재수할 때 자주 먹던 음식들이다. 그냥, 몸도 피곤하고 기분도 꿀꿀했는데, 사고 싶은 것으로 딱 생각나는 것들이 이것이어서 별 고민 없이 사 왔던 것. 지금 정서와 몸이 그때와 비슷해서.. 몸이 그 맛을 기억해 낸 건지도 모른다. 편의점의 음식만이 유일한 별미였던 그때, 진열대에 올라와 있던 농밀하고 찰져 보이던 우유빵과 부드럽고 힘을 줄 것만 같은 쏘이빈밀크가 그렇게 끌릴 수가 없었더랬다. 그래서 꽤 자주, 그것도 차암 힘들었던 5월 즈음에 많이 그랬던 것 같은데, 순두유 한 병을 사다놓고 조금씩 마시면서 공부를.. (아니 글을 쓰느라 시간은 항상 날아가곤 했지만) 했었다. 그 와중에도 살이 찌기는 싫다고, 군것질을 많이 하지는 않았는데 이따금씩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 밀도 높은 우유빵을 우적우적 씹어 삼키기도 하고.. 그랬지.

  많이, 정말로 기절해서 푹- 자고 일어났는데도 눈은 아직도 아프고 정신도 그렇게 맑지는 않네. 어제 정말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너무너무 피곤했다. 몸이 이상한 각성 상태에 있어서, 다른 애들은 금방 쌔근쌔근 잘도 자는데 나는 누워서 깨 있는 애들 하는 말 다 듣고, 너무 더워서 일어났다가 결국 동이 틀 무렵이 되어서야 잠들었다. 제일 늦게 잔 거지. 이런 생활을 하면서 공부도 하고 이런 저런 활동들도 했던 1학기가 지금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매일 4시쯤 자면서 과제며 공부를 하고, 그러면서도 웃으며 살다가 결국은 온몸이 고장나버렸던 2학기도 대견하고 안쓰럽다. 실컷 쉬어줘도 될 것 같았는데 다시 고생(..일종의)을 사서 하는 내가 그래, 대견하지만, .. 일단 당장은 힘들고 슬프다고. (..)

  이렇게 힘들다가도 집에 가면 하루만에 완전히 풀어지고, 또 이틀만에 내가 한심해질 정도로 무위도식하는 모습으로 금방 탈바꿈할텐데. 그러면 또, 쉰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차라리 공부하고 싶다고 막 좀이 쑤시고 그럴 텐데. 웃기네. ... ㅎㅎ

  기분이 이상해. 여기로 돌아오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이상한지 몰랐다. 왠지, 이번 한달이 2년 전의 1월과 비슷할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그렇게 되어 가는 것 같아. 아무래도 '혼자'라는 상황이 너무 비슷해. 그래도 모두가 그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억압에서 벗어나는 와중에 유망주였던 내가 처참히 무너지고 있었던 그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행복한 상황이지만, 사람이 그렇게 중요하구나, 싶다. 아침 일찍 어두운 방에서 혼자 아침 먹고, 차가운 바람 헤치고 삭막한 길을 걸어 두어 명이 있는 좁은 교실로 들어가 히터기를 느끼며 잡히지 않는 공부를 했었다. 그 때 나를 '안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은 정말이지 다들 날 좀먹는 끔찍한 사람들이었기에, 그들의 틈바구니에서, 먹히지도 않는, 어떤 말을 해도 나만 비참해지는 그런 말들을 해야 하는 상황에 너무도 진절머리가 났었어서, 그 시기.. 난 아는 사람이라곤 한 명도 없는 그곳에서 한달간 거의 실어증 환자로 지냈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고독의 늪, 난 점점 이상해지고 있었다. 처음으로 커피를 마시던 날이 있었다. 그 새까만 자판기 커피 한 잔에서 난 이상한 해방감을 느꼈다. 손에 잡기가 두려워졌던 공부. 이를 뒤로 하고 난 방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글만 썼다. 음악을 가져오지 않았었는데, (내가 자나깨나 음악만 들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그 외롭고 처절했던 상황에서 유일하게 발견한 것이 라디오였기 때문이었지. 처음으로 맘편히 술을 마시던 날도 있었다.(아니.. 술을 마시는 상황 자체는 언제나 그리 유쾌하고 맘 편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 기억을 되살려내자면 또 한참이 걸리겠지. 생략하자. 
 
  그때처럼, 나는 아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고, 내가 아는 사람들과는 다른 상황에 있고, 어느 누구에게도 제대로 털어놓기 힘들고,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고, ... 그렇다. 내 몸을 돌보아 줄 사람은 나 뿐이다. 내가 무너지면 어느 누구도 도와줄 수가 없는 것. 힘든 것 이겨내려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려 하고, 항상 웃으려 하지만.... 웃음 뒤에서 마주하는 가장 발가벗은 나의 모습은 여리디 여린 아이일 뿐... 누군가에게 안기고 싶은, 그저 울면서 기대고 싶은, 누군가에게 안겨 머리를 쓰다듬기며 조용히 울고싶은. 

 
..... 나 아까, 정말 오랜만에, 서럽게 서럽게 울었다. 눈물 뚝뚝 흘리면서, 슬프게, 슬프게.. 가장 솔직한 내 모습. 모든 것 걷어내고 가장 아래로 내려갔을 때 마주하게 되는, 나의 벗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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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8. 12. 25. 02:44


생각보다 훨씬, ... 이라는 부사로도 표현되지 않을만큼 많이 바쁘고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곳에 온 지 3일째인데, 한 일주일은 넘게 시간이 간 것 같다.

새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은 루트로 돌아갔다. 작은 일 하나를 하려 해도 누군가에게 어떻게 하는지 물어봐야 하거나 정신을 바짝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머리를 굴려야 했다. 모든 것이 새로운 시작이라, 준비해야 할 것도 굉장히 많았다. 이들을 할 때도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몰라 계속 머리를 쓰고 만나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아야 했으며, 그 일들의 순서도 동시에 생각해야 했다. 최소동선을 순간적으로 설계해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빠르게 돌아다녔다. 그 와중에 불쾌한 일도 많이 겪었어.

내가 적응에 이렇게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첫날부터 미친듯이 쏟아지는 공부량과 과제 때문이었다. 짐이 첫날 도착하지 않아 이불도 제대로 덮지 못하고 입고 온 옷을 입고 잤었다. 그 몰골로 겨우 첫 수업에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아주그냥 식겁했지. 이공계의 대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보통 하는 것들을 나는 죄다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기에, 모든게 낯설고 challenge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충격적인 것이, 이들이 거의 다 재수강생들이라는 것. 우리 반에서는 나를 포함하여 두 명만이 처음 듣는 것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재수강생들이었다. 80명쯤 되는 일반 생물학 및 실험 클래스에서, 나를 포함해 8명만이 1학년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2, 3, 4학년이었다. 또, 반절 정도는 화학과 생화학에 강한 약학, 제약과 학생들. 나머지도 화학, 생화학 등을 전공하는, 학년상 선배들. 학점은 20%만 A를 받고, 대부분이 C와 D가 될 것이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배타심을 느끼게 되는, 타대생인 내가 그 대학 학생들이 우글대는 틈바구니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외롭게 모든 새로운 상황을 마주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들은 적어도 2년은 과학계열의 제분야들을 피터지게 공부했던 골수 이과생들이자, 바로 이 과목을 직전에 또한 피터지게 공부했던 재수강생들. 나는 1년을 이과계열과 거의 무관하게 살아 감각이 거의 죽어가고 있는 교육 전공 타대생. 학점을 위해 온 것이 아니라, (물론 학점은 과정에 따른 결과로서 당연히 좋기를 바란다) 남들은 비장하게, 괴롭게 선택하는 어쩔 수 없는 길인데 무려 '재미'로, '자기 만족'을 위해, '다른 세계를 경험해 보고 싶어서' 제 발로 남들이 말하는 지옥에 들어온 것. 그것도, 대부분 3학점만을 듣는데 나는 6학점을 듣기 때문에 안그래도 힘든 상황이 배가 된 입장이다. 6학점인데 더 지독하게도 수업시간은 8시간이다. 이건 뭐, 고3이나 재수학원 수업 시간 수준이다. 학기중에도 8시간 수업을 연달아 듣는 날이면 완전히 나가떨어졌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이었는데도) 이런 날이 계속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그냥 머리가 핑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첫날부터 리포트 과제를 부여받았다. 그것도 바로 다음날까지 제출해야 하는. 계절학기니 하루가 일주일이다. 당연한 것이지만, 첫날부터 무거운 과제를 받으니 정신이 없었다. 말했지. 아직 택배도 못 받고 어제 입은 옷 속옷도 못 갈아입고 그대로 갔다 온 상태였는데, 무려 리포트 과제를 받은거야. 도서관을 어떻게 쓰는지도, 아니, 외부인이 쓸 수 있기나 한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자료도 전무하고, 당장 방부터 휑한 상황에 말이다. 그리고 이과 대학생들이 공부하는 방식조차도 처음 접한 것. 난 이들이 말하는 세미나가 무엇인지 이제야 겨우 알았다. 아니 어제 또 충격을 받으며 알게 되었었다. 보고서를 쓰는 방식도 원래 이렇다는 걸 처음 알았다. 검색하다 보니, 다들 그런가보다, 싶다. 예비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고, 실험 결과를 정리함은 물론 Discussion에 아주 공을 들여야 한다. 관련 주제들과 심층 주제들을 스스로 찾아 공부한 후 한 편의 논술에 녹여내어야 하는데, 작은 리포트 수준이다. 게다가 손으로 다 쓰란다. 그림은 점으로 찍어서 그려야 한단다. 작은 부분도 낯설어서 모든 것에 힘이 들었다. 심지어는 보고서를 쓸 때 그네들이 전용으로 사용한다는 패드가 있다는 것도 겨우 알았고, 그것을 어디서 파는지도 물어 물어 알아 찾아갔다. 게다가, 나는 재수강이 아니라는 이유로 개인 보고서 과제를 매일 하나씩 더 떠안게 되었다. 모든 것이 세팅된 상황에서 부여받아도 정신없을 것들을 아주 사소한 것부터 생소하여 정신을 못차리는 내 상황에서 부여받았으니..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친듯이 머리를 쓰고 적응하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날씨까지 잔인할 정도로 추웠다.

하아.. 짜증나던 상황들과 도지려 하던 내 강박증, 현재 상황에 대한 재인식, 새롭게 마주한 이 상황들에 대한 나의 생각들, 3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수없이 많이 지나갔었는데. 다 기록하려니 내 수면시간이 절실해서 안되겠다. 살짝 두렵다, 이렇게 교감신경을 또 심하게 각성시킨 채 한 달이나 있다보면 또 면역력이 극도로 약화되어버릴까봐. 병원에 실려가면 그냥 F가 나올테니. 정말 그땐 울어도 소용없는 노릇이다. 난 '그래도' 충분히 자려고 노력하고 잘 먹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지난 학기같은 사태를 빚지 않으려면.

다음에 쓰자. 남은 이야기들은.

적응하느라 고생 많았고, 넌 잘 하고 있고, 이제 편히 쉴 수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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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8. 12. 20. 01:05






아까 마구 올라오던 격앙된 감정이 겨우 가라앉았다.

결국은 자기 자신을 찬양하지 않는 선생님을 욕하려는, 그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 때문에, 전교조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멋있는 양 글을 휘갈겨놓은 친구의 글을 보고 머리 끝까지 화가 났던 터였다.
교육 비전공자인 친구의 관점은 개인적이다 못해 유치하기까지 해서, 그동안 비슷한 이유로 날 갑갑하게 했던 일들까지 모조리 올라오게 했다. 누구나 교육에 대해 한마디씩 할 수는 있지만, 이건 아니었다. 무개념스런 그의 발언도 발언이었지만, 결국은 예의 그 자기애 인격장애로 귀결되는 그의 전형적인 논리 전개에 넌더리가 났다. 당장이라도 전화를 걸어 한시간동안 갑론을박하고 싸우고 싶을 지경이었다. 물론 내 성격상 토론이 시작되면 싸우려 들기보다는 참아가며 말하느라 얼굴만 벌겋게 되겠지만. 잘난 척하며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펼쳐대고, 그러면서 자신의 우월성을 또다시 증명하려 들려는 그 면상을 정면으로 대하고, 그 표정이 무너지는 걸 내 목전에서 똑똑히 봐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으나.. 겨우겨우 가라앉혔다, 정말로 겨우. 저 하고 싶은 말 지껄이는 것에 내가 이런 식으로 태클을 걸 수는 없으니.. 직접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다 이 대목이 나온다면 싸워볼 만 하다. 십중팔구는 먼저 잘난 척을 시도할 테니, 십중십으로 격한 토론을 벌일 수 있을 테다.

어젯밤에는 2년 전에 나에게 담임이 썼던 편지란 걸 발견하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2년 전의 기억이 너무도 생생하게 갑자기 치밀어오는 바람에.. 감당하지 못해 숨이 찼다. 이 꼭지로 글을 쓰면 또 얼마나 긴 포스트가 될까. 단상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것들이 자꾸만 밀어닥쳐서, 도저히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시간 제한이 있는 일들이 사라진 요 일주일 동안, 나의 감정은 숨어있던 나신을 참 많이도 드러내었다. 일없이 조용히 앉아있다 보면, 먼지들은 가라앉고 이내 마음의 윗물이 맑아오는 법이다. 그러면 감춰져있던 이것 저것들이 '현재'의 모습으로 현현하게 제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다.

담임이란 사람은 직업이 의심될 정도의 글을 쓰고 있었다. 나는 진심으로 이 사람이 교육학을 전공한 사람인지가 의심스러웠다. 끊임없는 비아냥거림, 조소, 빈정댐, 인신공격, 교육의 목적에 대해서라고는 전혀 고민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망언들.. 진심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유치한 내용의 글. 이것을 당시 고3이었던 나에게, 그것도 수능을 목전에 둔 학생에게 읽히려 보냈다고 생각하니 아주 그냥 머리가 핑 돌았다. 한동안 고이 접어뒀던 육두문자들이 한꺼번에 올라오려 하는거야. 그리고 세상에 울분이 치밀어올랐다. 대체 교육이란 게 왜 이런 식으로 행해져야 했는지, 거의 폭력에 가까운 수준의 파행적 교육 속에서 수액을 모조리 빨아먹힌 나의 무기력한 눈동자가 바닥에 내팽개쳐져 구르고 있었다. 잘못 태어난 교사가 폭력적인 사회에 물들어 학생을 죽이고 있었다. 왜 이래야만 했을까...

엄마는 나에게서 아직도 무기력한 원망의 눈빛을 거두지 못하신다. 의대쪽으로 진학하지 못했으니, 미래를 볼 때 먹고 살 수는 있게 만들어 놓아야 겠으니 선택한 것이 이쪽 분야라며, 사실은 그렇다며, 실패자 취급을 하는 그 눈빛. 다 합격해 놓았다가 결정적인 실수로 다 된 농사들을 놓치고, 놓치고 했던 것들이 어쩌면 운명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나는 지금의 전공에 새롭게 눈을 뜨고 있다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결국은 허사. 다른 이들의 눈에 비추어 자신의 행복을 평가하는, 그 지극히 동양적인 사고방식에 빠진 엄마를 나는 더이상 끌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나의 행복의 기준은 내 안에 있지, 외부에 있을 수는 없는거라고, .. 아무리 말해도 엄마는 귀를 꽉 틀어막으신다. 그래도 너는 어려서 모른다는 식으로 일관하며, 그래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직업을 가져야 잘 살 수 있는데 내가 지금껏 성취해 오던 것에 비하면 어쩌면 '그래, 아무것도 아닐 지 모르는' 교사의 길을 가는 것이 못내 속상하고 자존심 상하기 그지 없다는 말을 .. 온몸으로.., 온몸으로 하신다. 내가 수능 두 문제를 더 맞고, 그래서 그 모 의대에 최종 최저등급을 만족해 입학했더라면 .., 혹은 내가 점수에 맞춰 서울대의 그 과가 아닌 다른 과로 소신지원이 아닌 맞춤지원을 했더라면. .. 나는 사실 아찔하다. 그 학과에 가서 보아야 할 좁은 세계가 못견디게 갑갑한 것이다. 난 지금의 나의 전공에서 볼 수 있는 다채로운 세상을 사랑한다. 매일같이 새로운 도전으로 가득찬 세상을 알게 해 준, 알아야 할 것들이 아직 너무나도 많음을 자각하게 해 준, 교육의 목적과 난점을 고민하며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인지하게 해 준 나의 전공이 고맙고 흥미롭다. 응급실에 실려갈 지경이 되도록 몸을 못 돌보며 공부한 엄청난 내용들.. 그 성스럽기까지 했던 과정에서 머릿속에 스쳤던 수많은 생각들과 깨달음들을 부모님께 말로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몸이 하얗게 불타고 정신만 남아 진리를 찾는 성화를 지피던 밤.. 그 마법과 같았던 시간들을 엄마가 간접체험이라도 하시게 할 수도 없으니.

어디를 돌아보아도 이야기를 제대로 진행할 대상이 보이지 않고, 갑자기 방학인 것이 서럽고, 의식 있는 동기들이나 선배들을 찾아 술잔을 기울이며 미칠 듯한 혈기로 토론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 어릴 적의 내가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목표지향적인 인간이었는지.. 내 눈으로 내 글을 확인하며 섬뜩하도록 느낀 순간이 있었다. 이렇던 나를 사람으로 만들고자 그 동안의 모질고 잔인했던 고통의 시간들이 날 담금질했나보다,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사회적 고민 이전에 개인적 차원에서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하지만, 그러면서도 여전히 울분과 고통은 날 괴롭히는 것이다. 그래서, ... 날 사람으로 만든 대신.., 타인들은 여전히 나를 완전한 실패자 취급을 하고, 그 틈바구니에서 엄마는 아직도 바싹바싹 말라가고 계시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언제나 불효녀의 죄를 지고 살아야 하며, ... 교사라는, .. 또 이 모든 편견과 고통을 묵묵히 이겨내며 갈 길을 가며 봉사하는, 성직과 같은 길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이 고통은 아마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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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everydaylife2008. 12. 19. 01:51







오랜만의 글이지.
그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어서 밀린 이야기가 참 많은데, 그래도 그걸 다 쓸 수는 없지.
무엇보다도, 나는 '현재'를 살고 있기 때문에.

음... 어쩌면 단지 이런 시간이 무척이나 그리웠던 건지도 몰라. 가만히 앉아서, 어두운 방안에서 혼자 조용한 음악에 몸을 맡기고, 내 의식이 흐르는 것을 고요히 좇아가는 시간. 참으로 오랜만에, 난 다시 그런 시간을 갖고 있고, 음.. 그래, 참 행복하다고.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밤입니다.
지성은 언제나 날을 세우지는 않기 때문에, 참으로 오랜만인 이 때에 그 날로 책이며 노트들을 잔뜩 긁어놓는 편이 현명하다고 속으로 외치고는 있지만, 이럴 때마다 느끼곤 한다, 난 어쩔 수 없는,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오늘, 어떤 검색어로 서핑을 하다 우연히 그 사람의 블로그에 들어가게 되었지. 더이상 궁금하지도 않고, 알고싶지도 않아서 찾아가지 않았던 곳. 근데 말야, 조금 이상했어. 이제 어떤 흔들림도 없이 담담하게 그 사람을 대할 수 있다고 믿었었지. 오히려 경멸과 분노가 솟구칠 수는 있다해도 말이야. 글쎄, 그랬던 것이, 학기중 생명에 위협이 가해질 정도로 몸이 아플 때까지 나를 돌보지 않게 했던 시퍼런 지성의 칼날 때문이었을까. 이 푸른 기운이 조금 사그라들고 나니, 차갑게 얼어붙었던 내 마음도 다시 말랑했던 촉감을 되찾아가는 것 같았어. 화는 더이상 나지 않더라... 여전히, 얼굴을 보고싶지도 않은 건 그대로지만, 예전처럼 못견디게 싫지는 않았어, 그리고, 이것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리 쉽게 지워낼 수 있는 기억은 아니었다는 걸 다시 깨닫고..
방학 중에 학교에 산다는 걸 알게 되었어. 음... 나 학교에 좀 자주 갈 것 같은데.. 마주칠 수도 있겠네. 물론 그럴 확률도 상당히 낮은 편이긴 하지만. 하지만 만에하나 마주친다면, 그러니까, 길에서 아주그냥 딱, 마주쳐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전엔 그냥, 굳은 표정으로 별 말 없이 돌아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의 느낌으로는, 글쎄, 그냥 울어버리고 도망쳐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 몰라, 모르지, ... ㅎㅎ...... 아마 그렇진 않을거야, 그냥, 당황하겠지,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겠지, 뭐. ..


그 사람이 그리운 건 절대로 아닌데, 그냥, 사랑이 그립다. 진심으로 받아보지 못했던, 내가 원하던 사랑... 날 소모품으로 여기지 않고 진심으로 안아줄 수 있는. 이기심과 자기만족이 목적이 아닌 이타적 사랑. ... 내가 주었던 그 사랑. 주기만 해 보았던 그런 사랑..을 받고싶은 것이다.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뜨끈한 마음이. 날 포근하게 안아주는 가슴과 팔이.. 내 볼을 양손으로 감싸고 키스해주는 다정함이.. 날카롭게 빛나는 지성 뒤에 감춰진 연하고 말랑말랑한, 다치기 쉬운 나의 감성과 여린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줄 사랑이.. 실핏줄이 선연한 맑고 부드러운 피부를 감추기 위해, 정련된 쇠붙이로 빈틈없이 바깥을 견뎌내고 있는 나를 진심으로 아껴 뜨겁게 녹여줄 사랑이....

어디 있나요, 날 뜨겁게, 하지만 은은하게 사랑해 줄 그 사람은... 그 사람이 보고싶다. 너무나 보고싶다. 난 사랑과 정에 굶주리다. 난 왜, ... 이렇게 정이 많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 아낌없이 비워내고, 이따금씩 죄도 없이 괴로워해야 하는건지 ... 한없이 강하고 차가운 모습으로 반동형성을 하기도 하지만, 원하는 만큼 받아보지 못한 사랑의 흔적은 언제든 나를 이렇게 아프게 한다. 울고 싶다. 서럽게, 슬프게 울고 싶다. ..... 누군가의 품에 안기면 눈물을 더 잘 흘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하지만 어쨌든 난 그럴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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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8. 12. 17. 00:30



나도 돌아보아주지 못하던 슬픔이 꽁꽁 숨어있었나 보다.
웃고, 삶을 누리며 열심히 살던 그 발랄한 에너지에 묻히어.

힘들 만한 일들이어도 웃으며 견디어내고
모든 것들의 좋은 면들만 보면서 행복해했지만,
그래도 힘들었나보다,
그렇게 애쓰느라, 웃느라....

별다른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조용한 하루를 보낸 끝에 찾아온 것이,
아릿아릿 아프도록 가슴을 저며오는 눈물방울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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