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everydaylife2008. 10. 1. 01:01


큰 포장은 아직 풀지 않았다.
금방 풀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작지만 그래도 나에겐 충분히 큰 강아지 한마리를 조심조심 만져보며 몸 위에 올려놓았다.
망설이듯 조심조심 쓰다듬어보다, 폭 껴안아 보았다.
갑자기 뭉클, 하고, 눈물이 날 것도 같다.
아, 분명히 좋은 감정인데 말이지.

응, 나는 믿어요.
넌, 주변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녀석이라는 거.
그리고, 너, 너는 내가 병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활기차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시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지.


이녀석들을 보기 위해,
이녀석들을 끌어안고 행복한 느낌으로 잠들고 싶어서,
빨리 그렇게 느끼고 싶어서,
오늘은 침대로 일찍 올라갈 것이다.

곧, 이름도 지어줄게, 울 아가들. :)


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8. 9. 29. 09:11


감각을 자극하는 것들에 대한 욕망들.
후각이 촉발하는 수많은 상상과 감정들에 목마르다.

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8. 9. 29. 01:27


오늘은 몸이 아주 많이 차가웠다.
손과 발 뿐만 아니라 온몸에 한기가 들어서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양말을 신고 있어도 발이 시렸고,
이불을 감고 있어도 뼈마디들이 새근댔다.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가  무엇에 맞기라도 한 것처럼 화들짝 놀라 일어났을 때,
심장이 혼자 얼마나 놀랐던지, 숨쉬기가 어색할 정도로 쿵쿵대는 바람에-,
정상적으로 숨을 쉴 수 있을 정도로 진정하는데 한참이 걸렸다.
몸이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데 여러 에너지가 필요하다면,
그중 열을 내는 불의 에너지가 완전히 빠져나간 것 같았다.
생명의 열기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몸, 심한 한기와 무기력감....


그라데이션도 없이 갑자기 추워져버린 날씨에 몸이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생기며 열기가 쭉 빠져버린 내 몸이 너무나 안쓰러워서,
오늘 오빠가 밤에 낙지떡볶이랑 두루치기를 사 주신다는 말에 큰 고민없이 따라나섰다.
동기들하고, 벌점을 쓰고, 공기밥까지 쓱쓱 비벼서 정말 마음 넉넉하게 잘 먹었다.
어찌나 맛있던지. 그 매콤 달콤한 맛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붉은색 음식을 먹었더니 온몸이 따스해졌다.
몸을 생각해서라도, 밥 많이 많이 먹고 열심히 움직여야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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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everydaylife2008. 9. 28. 13:50



따뜻하고 포근한 것,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그리운 나날.

자꾸만, 폭 끌어안고 얼굴을 파묻을 수 있는 인형이랑, 가을 바람에 은은하게 실려오는 걸 이따금씩 느낄, 온 몸에서 퍼져나가는 은은한 플로럴 향이 갖고 싶어져. 지적이면서도 섹시한, 포근하고 보드라운, 루즈한 니트옷, 가디건들도 무척이나 고프다. 안아주고 싶게 예쁜 인형들하고, 바디 미스트랑 새로 나온 꽃향나는 향수들을 한참 바라보다 돌아온 길.


아, 우리 아가한테 물주는 걸 잊었구나.
내년 5월에 청아한 자태로 내게 웃어주는 걸 보려면, 너에게 주던 사랑, 절대 느슨할 수 없지 ^^
언니는 널 언제나, 이만-큼 사랑하고 있단다.
널 데려온 이유가 다름아닌 그것이었고 말이야.
조건없는 애정, 감정다툼 없이 사랑을 쏟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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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8. 9. 28. 11:29

이병우, 혼자 갖는 茶시간을 위하여




공중에서 쏴아- 하고, 뜨끈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그 아래서, 오랜만에 몸을 풀어주었다. 추위로 움츠러들었던 몸에 짜르르...하고, 따뜻한 피가 붉은 그물을 그렸다. 하얀 김으로 가득찬 작은 샤워실에 나 혼자 서 있었다. 나는 양쪽 샤워기를 모두 위에 걸어놓고, 한꺼번에 물을 틀었다. 여러 갈래 물줄기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내가 있었다. 뼈들이 새근, 저린 듯 하더니 이내 포근한 기분으로 느즈러진다. 좋아라 하는 바디샴푸로 온 몸을 문질렀다. 샤워실에 향긋한 꽃향이 가득, 옅은 분홍빛이 된다.

샤워실에서 방으로 돌아오는 잠깐의 시간동안, 물이란 물질의 기막힌 기화열 탓에 몸이 다시 사르륵 움츠러든다. 서둘러 포근한 긴팔 옷으로 갈아입고선 창문을 열었다. 아아, 따뜻한 것이 그리워. 내 손은 오랫동안 닫아두었던 서랍을 당기고, 쓰지 않으려 넣어두었던 분홍 동그라미 무늬 머그와 핫초코를 집어들었다. 오랜만이다. 핫초코는 정말 춥고 몸이 새근댈때만 본능적으로 찾게 되는데, 몸이 이런 것이 어언 몇개월 만인지. 보들보들 달콤한 초콜릿 향과 내 몸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꽃향이 어우러져 가을 향이 된다. 온몸에 연붉고 촘촘한 그물이 다시 짜르르르르,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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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8. 9. 27. 03:07


일주일간 기타 연습하느라,
수업 충실히 들으려 애쓰느라,
여러 생각들과 싸우느라,
꽤나 지치고 답답했던 터였다.

갑자기,
포근한 털실로 짠 겉옷을 입을 수 있을 만큼 부쩍 가을다워진 날씨가,
차암, 기갈난 사람이 약수터를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어찌나 어찌나 반갑던지.
응. 기분이 차암 좋았다.

땀, 날 괴롭히던 그 지긋지긋한 녀석이랑 이젠 안녕이니까.
다만, 이젠 차디찬 내 손발과 6개월간 티격태격해야겠구나.
그래도, 날 탈진시키는 발한과 싸우는 것보단 훨씬 나아, 암, 그렇고 말고.

하늘이 파란 수채화 같았다.
미술실기 시간엔 하늘처럼 파아랗게 서늘한 옷자락을 느끼며 붓을 물감에 함뿍 적셨다.
오랜만에 피아노도 만졌고, 기타 소리가 가슴에 공명하는 것도 느꼈다.
사랑하는 동아리 사람과 오붓한 시간도 가졌다.

고생한 나에게 보상하고 싶었다.
오늘만은 보상해주고 싶어서,
아무 걱정 없이 몸을 바쁘게 움직였다.
사람들도 만나고, 사람이 아닌 친구들도 만나고.
쓸데없는 고민 없이 내 욕망이 닿는만큼 배도 채워보고, 목도 축여보고.

나 오늘은,
정말 아무 걱정 없이 포근한 내 이불에 감싸여 쌔근쌔근 푸욱 잘거야.
마침 방에 나 혼자니까, 아침에 누가 먼저 깨어서 나도 같이 깨는 일도 없을거고,
가을 아침 날씨가 쌀쌀하면, 이불속에 더 들어가 있어도 괜찮아, 수업이 없으니까.
아침 공기에 찹찹해진 이불을 이리 감았다 저리 감았다 하며 느끼는 촉감을, 난 참 좋아한다.
볼에, 다리에, 이마에, 팔에,
가을 하늘 촉감의 이불 바깥천과 완전히 내 편인 양 포근하고 따스한 안감을,
번갈아 감았다, 풀었다, 넣었다, 빼었다, 비비적대다 하며
잠이 달아나고 기분이 말갛게 될 무렵 일어나는 것을,
참, 차암 좋아한다.

행복하다, 이런 기쁨이 바로 지금, 내 것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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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everydaylife2008. 9. 25. 17:39
아침에 스친 생각.

안돼, 현재가 강박이 되어선 안돼.
좀먹는 짓이야, 아직 알지 못하는 미래에 집착하는 건.



우울하게 출발한 아침,
그리고,

한 사람이 미웠다.
그리고, 어른, 에 대해 생각했다.
감정과, 표현과,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했다.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지나간다.

'잘' 지낼 수는 있지만, '깊이' 사귀기는 어려운 사람이 있다.
그런 존재들을 생각하다가, 나 자신을 떠올려본다.
나역시, 다른 이들에게 그런 존재는 아닌지.
아아. 사람이란 존재가 무엇이길래.



오늘, 우울했지만,
그것이 예전처럼 못견딜만큼 그리 서럽지는 않았다.
그러려니.
가라앉았지만,
사람들을 보면 웃을 수 있었고
내 일을 하면서 그저 잊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리 힘겹지는 않았다.

기분은 그대로였지만,
내 기분을 그렇게 만든 것들을 생각하면서 분노하는 것이
매우 귀찮고, 힘들고, 부질없다고 느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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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8. 9. 24. 00:34
밤이 되면 난 왜 이렇게 되는걸까.

방금 글을 써놓고,
살짝 제정신으로 돌아와 다시 읽어보니 뭔가 무섭다.
자살 하기 전에 쓴 글처럼.

전에 친구에게 메일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냥 쓴 글이었는데 친구가 그랬었다, 난 너 자살하는 줄 알았다고.
........ 난 외려 그 반응이 의외였었는데.
지금 써놓은 글을 보니 어찌된 것이 또 그런 느낌이다.
....... 익명 게시판이니까 그냥 계속 가만히 있어야지.
왠지 나인 걸 알아들 챌 것도 같긴 하지만.. -_ㅜ
이미 나 후에 두 명이나 들어와서 그 중에 한 명이 조회까지 했는걸.
지우기도 좀 민망. 그냥 두지 뭐.
알아서들 생각하세요.




밤.
소멸을 생각하고,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 시간.
연소 후 지칠대로 지친 몸으로,
몸을 자극하는 어떤 감각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한없이 가라앉아,
낮동안 잊고 있었던,
바닥에 가라앉은 앙금같은 감정들이 몽글몽글 고개를 내미는 걸,
더이상 외면하지 못하고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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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8. 9. 21. 23:57



갑자기 패닉 상태에 빠져서 어쩔 줄을 몰랐다.


입속에 넣을 수 있는 것들을 다 집어넣고 한참 우적대고도 꽤나 시간이 지난 뒤,
조금씩 가라앉고나니 여러가지 일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하나.
나, 오토바이에 치이고 위자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괘씸한 놈. ... 사람을 쳐놓고, 정신적으로 그렇게 설상가상의 충격을 줘놓고, ...
딱 병원비만 주는, 몰상식하고 어이없는 사람....
남자가 다 싫다, 요즘은.
생각들이 다 왜 그런거야.
.....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해 준 게 남동생들이긴 하지만. ...
아가들이 심하게 분개하는거야, 이 일에...
그 사람이 날 쳐놓고 한다는 첫마디가, '왜 안 피했어요?' 였거든? 어이없게도 말야.
거기에 같이 화내더니, 어떻게 딱 돈을 그만큼만 주냐고, 10만원은 적어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제 일들인 마냥 떠들어대는거야.
하도 종알종알들 대서, 난 정말 갑자기 얘들이 왜이러나.. 싶었다니까.
근데 생각해보니 그게 맞아서 그렇게들 떠들었던 것도 같고.
아니, 이런 어리숙할 데가....

결핍감.




.
맨 앞에 앉아가지고선 뭔가 제대로 못한 것 같아서 스스로에게 화가 난 것.
뭐라고 혼낸 선배들은 없었는데도 괜히 부끄럽고 짜증이 치미는 이유가 뭔지.
프로그램 오디션 보는 것 지켜보면서 자꾸 나를 대입하게 되었고,
내가 몇 년 뒤에는 얼마나 할 수 있을까, 를 떠올리면서 기대 반 불안감 반의 심정이 되었었어.
오디션 뒤에 있었던 게 합주여서, 거기서 느낀 좌절감이 미래와 무의식중에 연결되었었던가봐.
나에게는, 자신에게 하는 실망만큼 크고 좌절스러운 게 없기 때문에,
순간 다소 심한 우울함이 밀려온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 아냐, 넌 그러면서 자라 왔고, 앞으로도 자랄 거야.

동시에, 날 학창시절 내내 괴롭혀 온 쓸데없는 최고에의 강박증이 살아나는 것인가 싶어서-,
두렵고 두렵고 또 두려웠던 것.
............ 아아니, 적어도 그걸 숨기는 법을 배우고 있잖아. 점점 나아지고 있는거야.
나중엔 훨씬 부드럽게 이런 감정을 처리할 수 있게 될거야.

결핍감.




셋.
더없이 보기좋은 언니 오빠네와, 아직도 좋아서 떨어지기 싫어하는 동생네를 보고 느끼는 묘한 기분.
나는 저럴 때도 완전히 저런 기분을 누려보지 못했었어. 와 같은.
난 나를 세뇌시키며 사랑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세뇌일 뿐이라는 걸 알기에 마음 한켠은 언제나 답답했다.
그리고 그걸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에, 이렇게 되기 전까지 늘 그 세뇌의 강도를 높여가기만 했었지.
그 시간들, 나의 그 당의정같던 시간들이 순간 스쳐가는 것이었다.
아아, 지독하게 경험하여 다시는 아쉽지 않은 것이 아닌 것이 아니구나, 하는,
갑자기 밀려오는 공허와 허무감.

결핍감.



넷.
너 왜그래.
아무한테다 다 그렇게 들이대고 스킨십하니?
...... 원래 난 정 많고 거절을 잘 안하는 성격이지만,
어쨌든 함부로 건드려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는 기분이 들어 매우 감정이 상하는 바.
그러나, 과거의 것이 어떤 것이었든, 현재의 부재감을 더욱 강화시키는 일이었기에 어쨌든 기분은 더욱 패닉.

결핍감.




다섯.
하루가 꼴딱 가버려서 정신이 더욱 없는 것.
뭔가 할 일이 많았고 나 자신에 몰두하면서 충만해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덜컥 하루가 끝나버리고, 지금은 더군다나 열두 시가 되었고,
ㅎㅇ.... 감당이 안되고 정돈도 안되는 상태.
이런 상황, 그리 달갑지 않아......

결핍감.









패닉의 이유는 결핍감이었구나. 어떤 것에 대한 결핍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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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8. 9. 21. 23:23


여자는 혼자일 때 더욱 강해진다.
결국은 혼자 힘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가장 어둡고 고통스런 상황일 때는 타인의 도움도 무용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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