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everydaylife2009. 2. 1. 01:24

기분이 왜 이렇게 무거운지 모르겠다.
삼수를 한 친구를 만나고 온 길이다.

문과 녀석이었는데 한의대생이 되었다.
난 내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있었는데,
요즈음, 허전하고 우울하다.
녀석은 어떤 사람들에게도 무시당하며 살지 않을 것이다.
비록 제 생활이 다채롭지 못하고 아주 만족하며 살 수는 없을지라도.
결코, 무시만큼은 당하지 않고 살 것이다.

한도 있고 슬픈 일 괴로운 일도 있었을 법 한데
그런 이야기는 둘 사이에 전혀 오가지 않는다.
..... 그래. 모든 건 결과로 보상받게 마련이다.
타인이 비난하거나 무시할 수 없게 만드는 마스크를 갖고 있다면
어떤 불만도 일단은 잠잠해지게 마련이다.

세상 모든 한을 나 혼자 짊어진 기분이다.
그것도,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누구도 결코 알아줄 수 없는.
내가 살아온 20여년이 결코 평범한 사람들의 그 시간과 같지 않은데,
.... 그래. 그만 해. 본래 내가 이런 말 하지 않는 사람이란 거 알잖아.
또 너희는, 고생하지 않고 산 사람 어딨냐고, 그렇게 쏘아붙일테지.
하지만, 정말 괴로움에 닳고 단 사람이라, 그 고통 속에 성숙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항상 웃고, 과거에 매여 토로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며,
현재를 살며 진심으로 행복해 할 줄 알고, 타인의 고통에 가슴 깊이까지 공감할 수 있으며,
상대의 토로에 나의 경우와 비교하고 재는 일은 결코 없고,
진심으로 어떤 이야기든 '경청'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쏘아붙이는 당신들부터. ... 이미, 나만큼 닳은 사람이 아닌거야.
.... 아무도 오지 않는 블로그라 이런 말이라도 털어놓는다.
내 분신, 블로그, 너 없었음 나 어떻게 살았을지, 정말로 아찔하다.

요사이, 많이 예민해져버렸다.
예전엔, 그저 내가 행복하면 됐지, 하고 웃고 말았었는데,
넘을 수 없는 갑갑한 벽과 완전한 소통이 불가능한 세상을 마주하다,
외로움과 갑갑함을 주체할 수 없는 것이다.

날 전혀 알지 못하면서
자신들의 아래로 날 밀어넣고 깔보는 족속들에 잦은 빈도로 시달렸더니.
더이상 말 할 힘도 없고, 의욕도 없고, 그저 괴롭기만 하다.
체념한 채 혼자 갑갑함을 삭히며 우울함에 잠기는 것이다.
괴롭다.
주의를 딴 데로 돌리려 애써보지만,
그것이 해결할 길 없는 문제를 외면하려는 발버둥일 뿐임을 알기에,
더 침체되고 씁쓸해지기만 할 뿐이다.





친구들은 내가 10년 뒤 쯤에나 갈 수 있을까 꿈만 꾸고 있는 나라들로 여행을 떠난다.
필사적인 심정으로 모든 걸 쏟아부었다 결국 실패해 완전히 에너지를 소진한 나.
내 의지와 상관없이 완벽한 죄인이 되어 평생 죄의식에 시달려야 하는 나...

안정적이고 평안한 분위기에서 죄의식 따위 없이 기복 없이 준비할 수 있었던 친구들.
그리고, ... 비난이 아닌 환대와 사랑, 인정과 지지를 받는 사람들.
불가항력적 상황으로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심정이 되어 본 적이 없었던 사람들.
...... 난, 왜 그렇게 되어야 했는지, ....
나는, 왜 하필 나는, 그런 일들을 겪어야 했는지...
왜 하필이면 내가, 왜, 왜, 다른 사람들이 아닌 내가,
그런 일들을 겪어야만 했는지, ...
왜,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들을 겪고,
어떤 정황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무참하게 뜯김당해야 하는지...




'일기 > everyday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강, 우리 학교에선 화중지병?  (0) 2009.02.02
노력  (0) 2009.02.02
just post it  (0) 2009.01.30
고독  (0) 2009.01.30
사람이니 외롭다 했던가  (0) 2009.01.30
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1. 30. 15:00

요사이 얼마나 산만해졌는가 하면,
심지어는 잠자는 일에도 집중할 수가 없다.

불안장애 환자처럼 기저에 깔린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우울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처럼 날카로워져서 고슴도치가 된 것 같은 기분에 당황스럽다.


..... 진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구나.


'일기 > everyday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력  (0) 2009.02.02
어떤 편린  (0) 2009.02.01
고독  (0) 2009.01.30
사람이니 외롭다 했던가  (0) 2009.01.30
마지막 밤입니다.  (0) 2009.01.17
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1. 30. 01:51

울고 싶어서 미칠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인간이라서, 고독해서, ... 그래서 울고 싶다.

세상의 어떤 사람도 나를 완전히 이해해 줄 수는 없다는 사실,
때로는 완전히 버려져야 한다는 그 잔인한 진실..

어쩔 수 없는 고독에 떨다
고독경을 노래하며 애써 웃어보다
무심히 사람들이 지나가는 복도 창가에 멍하니 앉다
창 밖을 바라보다
구름도 햇살도 시리도록 저며들어 눈이 멀 것만 같다


잔인했던 날들이 떠오르고,
이를 마주한 나는 웃어보고,
그리고 결국 혼자임을 깨닫고,
서럽게 울어보고 싶어지고,
못견디게 갑갑해져올 즈음에 절망적인 사실을 깨닫는다,
혼자 울어야 한다는 것,
이해받을 수 없다는 것,
외로워 울고 싶었는데,
외로워서, 그래서 눈물도 나지 않는다는 것

고인 물은 생채기를 저릿하게 내리누르고,
초점 잃은 눈은 물기를 잃어버렸다.


'일기 > everyday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편린  (0) 2009.02.01
just post it  (0) 2009.01.30
사람이니 외롭다 했던가  (0) 2009.01.30
마지막 밤입니다.  (0) 2009.01.17
Daydreaming  (0) 2009.01.12
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1. 30. 01:28

감정이 메말라가는 것 같다.

요즈음은, 아니, 꽤 되었는데,
기분이 가라앉아서 날 달래는 음악을 듣고 싶어질 때에도
딱히 떠오르는 곡조차 없다.

귀에 착 감겨드는 음악들을 찾아내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기분에 따라 뮤지션이나 곡명들이 거의 언제나, 이내 떠오르곤 했었는데...


과거에 갇혀버린 사람처럼
난 그 날의, 그 날들의 음악들에,
과거의 현재에,
정지한 생각에 이기지 못해
조용히 손을 가져다 대고, 숨쉰다,

아, 차가워, 숨막히도록 끈적끈적해....
외로움의 창백한 얼굴과 마주하고,
소리내어, 서럽게, 실컷... 울고싶다.
그 때, 누군가 내 어깨를 감싸고 조용히 토닥여주었으면 . . .


이것 봐,
난 감정이 메말라가던 게 아니라,
외부로 철저히 돌려놓던 시선을 잠시 내려둔 이 시간동안
다시 내 내부로 가라앉았을 뿐이야.
애써 외면하던 내 안으로.

시와 수필, 그림과 명상이 좋았던 최근의 나와,
생물학과 심리학, 역사철학과 종교철학, 언어구조에 관한 책이 훨씬 좋은 지금 현재의 나는,
...... 정서를 감싸는 두 가지 다른 방식의 표출인지도 모르겠다,
아... 난 정말, 근본적으로 어쩔 수 없는,
정서적 인간이다.

... 아무리 날카로워보여도, 어쩔 수 없이 속은 영원히 말랑말랑한...



'일기 > everyday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just post it  (0) 2009.01.30
고독  (0) 2009.01.30
마지막 밤입니다.  (0) 2009.01.17
Daydreaming  (0) 2009.01.12
위안받다  (0) 2009.01.12
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1. 17. 03:02

계절학기가 끝났다.
잠시 '아주 옛날'의 나로 돌아갔다가,
다시 '최근'의 나로 돌아온 기분이다.

모든 게 이렇게 활기차고 즐거운 것이었다는 걸,
또 잊고 지내고 있었다.

좋은 사람들이 생각나고,
여기서 만난 인연들이 소중했음을 깨닫고,
떠날 때가 되어서야 아쉬워 애틋해진다.

다시 찾은 '최근의 나'를
이제는 결코 쉬이 잃어버리지 않길 소원하며.
이곳 기숙사에서의 마지막 밤을 정리한다.


'일기 > everyday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독  (0) 2009.01.30
사람이니 외롭다 했던가  (0) 2009.01.30
Daydreaming  (0) 2009.01.12
위안받다  (0) 2009.01.12
'증명되지 않는 존재를 믿어야 하는가'라는, 오랜 종교적 질문에 대하여  (0) 2009.01.10
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1. 12. 17:15

요즈음은,
낮잠을 잠시 자든, 밤에 깊이 자든,
꿈만 꿨다 하면 쫓기는 꿈을 꾼다.

아까는,
내 소중한 물건들을 애써 챙겨넣은 가방을 불안하게 잃은 채,
동생도 잃어버리고,
엄마와 불안하게 도망치는 꿈을 꿨다.
엄마는 비교적 괜찮은 얼굴로 날 안심시키셨지만,
어쨌든 내가 묻는 말에 명쾌한 대답을 해 주진 않으셨다.

그런 엄마를 따라,
난 떨쳐낼 수 없는 불안을 안고
모두를 외면한 채 멀리 멀리 떠나고 있었다.


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1. 12. 00:58

하루종일 너무 공부가 안 되고 불안하기만 했다.
넘을 산은 아직 높은데, 막바지에 힘이 빠져 그저 귀찮아지려고 해.
앉아 있다가, 그냥 이것저것 다른 짓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이러기도 오랜만이다.
2학기 말에 완전히 페이스를 찾았었는데,
다시 혼란했던 그 이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마음 편하게, 즐겁게 집중하지 못하고 불안만 가중되고...

그의 블로그,
'다시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다짐 따위는 소용이 없음을 안다.
다짐할 마음조차 없이, 그저 내 일에 집중할 때면 정말로 무관심해지고 마니까.
다짐한다는 건, 맘이 혼란하다는 증거다.

그래, 오랜만에 그의 블로그에 다시 들어가봤고,
오늘 올라온 그의 새 포스팅에 위안받는 나를 발견한다. ...



'바쁘다고 힘들어하는 사람 치고 잘 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조교님이 하신 말씀이란다. ......


응. 난 2학기때 몸이 다 망가지고,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로 바쁘게 살았지만...
힘들지 않았었다, 그래도, 그래도 즐거웠다. ...
그리고 결과는 찬란했다. ...
어쩌면 당연했다,
좋아서 하는 사람을 못 당하고,
좋아서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못 당한다고 하지 않는가.
난 분명히, 내 삶을 사랑하고 철저히 즐기고 있었다.
모든 시간을 촘촘히 쓰며 주어진 생을 만끽했거늘.


.... 지금의 나는, 바쁘고 할 일이 많아 힘들어하고 있다.
알고 있었지만, 이건 아닌데, ...
다시 고무줄이 느슨해진 걸 자각한다.
.... 사실은 갑갑하네, 방법이 딱히 있는 건 아니니.
삶 속에서 내가 자연스럽게 빚어나가야 할 부분이기도 해서. ...
지난 학기에 그랬듯이.




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1. 10. 15:38


영어회화학원의 주말 프로그램에 참석하면

다니고 있는 영어회화학원에서 주말에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그 중 하나가, Service라고, 교회에서 보는 예배를 외국인과 한국인이 함께 보는 것이 있다.
외국인 선교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예배라, 예식의 모든 절차는 2개 국어로 동시에 진행된다.
종교를 가지든 가지지 않았든, 다른 문화를 접하고 영어를 공부할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다.

Service말고도, Friday Vespers, Club Activities 같은 다른 프로그램들도 있다.
어찌 되었건, 이 모든 프로그램들에 참여하고 나면 주중에 출석하지 못한 정규수업에 대한 make-up이 이루어진다.

..... 사실상의 이런 저런 이유로,
나는 이 정신없는 와중에도 주말 프로그램을 하나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또 참여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Service 이외의 다른 모든 주말 프로그램들도, 사실 종교적 색채가 매우 짙다.
어떤 이야기로 활동을 시작하든, 그 논의의 끝은 기독교의 교리로 마무리된다.

난 독실한 성도가 아니고, 게다가 기독교가 아니라 천주교를 믿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이들의 행동이 아주 이상하게 여겨지거나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런 활동들에 참여하는 것은 다소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기만 하다.
'How do you think God encourages us?'
와 같은 질문에 나같은 사람은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근본적으로 신의 존재를 긍정함을 전제한 질문인데,
나는 아직도 이 문제만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져 오는 걸.





증명되지 않은 존재를 믿는 것에 대하여

초자연적인 힘, 그래, God.
사실, 과학의 입장에서는,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존재한다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없다.
UFO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UFO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주장은 사실 상식적으로도 터무니없지 않은가.
그보다도, UFO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드는 근거는 이런 것이다 :
I guess I'd say if it is just us... seems like an awful waste of space. - by Carl Edward Sagan.
경험주의에 근거하고 조작적 개념을 강조하는 과학의 방식과는 다른, '믿음'의 문제.

나는 근대 이후의 사람이고, 그 영향을 받아와서 그런진 모르지만, 다원주의적 사고를 지향하는지라-
삶과 인간의 문제를 다루는 두 영역은 당연히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왔다.
신의 존재를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는다기보다는,
이 세상을 굴려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 인간이 검증할 수 없는 영역은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 생각해 왔다.
하지만 나는 과학에 열광하는 사람이다. 
세상을 탐구하려는 인간의 시도, 그 철저한 논리의 첨탑이 그렇게 정교하고 아름다우며, 또 동시에 유연할 수가 없다. 

나는 생명과학을 공부하다가 신의 섭리를 느끼며 진저리치고, 
아름답게 연결된 분자의 구조를 들여다보다가 'being'과 '자연의 흐름'에 전율하곤 한다.
진화론에 감탄하다가도 그 안에서 '진화의 process'를 굴려가는 초자연적 힘을 발견하면서 아연해진다.
생명의 탄생을 주제로 쓴 에세이를 읽으며 감탄하다가,
'결국은 생명도 아무것도 아니다'란 뉘앙스로 마무리되는 그 글의 결말에 실망하고 조목조목 다시 따져나간 일이 있다.
생명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는 별것 아닐지 모르는 입자들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결합해 일련의 '생'을 창조하고 '삶'을 이루며 'the world'를 존속하는 과정은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신비하고, 사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우며 놀랍기만 하다.



어쨌든, 내 입장은 이렇다는 것인데.

...... 사실 작은 불만을 투덜투덜 소소하게 털어내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핀트가 다른 쪽으로 흘러가 버려서,
내가 원래 하려던 얘기를 다시 꺼내기가 좀 민망해졌다. =ㅅ=;.......

;;.. 그냥 하려던 얘기로 돌아가 보면.






신의 뜻대로 살아간다는 것?

그래, 나는 종교에 대해 이런 입장을 갖고 있다고.
사실 성경 말씀들, 아름다운 구절들이 참 많다.
그리고, 난 불교 사상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들의 사유, 성인들이 추구했던 진리, 철학, 그것들은 나를 깊은 통찰의 길로 이끈다.
학문 하는 이유를 항존주의에서 찾는 나에게는,
종교와 교리는 또 하나의 관점이며 다른 세계를 향한 아름다운 눈이다.


...... 교회 사람들이 믿음으로써 행복해하고 즐겁게 사랑을 나누며 모든 것에 감사하는 모습, 참 보기 좋다.
그들은 정말로 '구원받았'으며, 그래서 그렇게 행복한지도 모른다.
나도 알고 있다, 그 믿음이 굳건할 때 얼마나 삶이 행복하고 아름다운가를.
나도 한 때는 이들의 모든 말을 굳게 믿고, 믿지 않는 이들을 안타까워했을 적이 있었으니까.
믿는 자들은 행복하고, 매사에 활기가 있으며, 이웃을 위해 사랑을 나눈다.
그들은 모든 사람들의 존재,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서 신의 은혜를 느끼고 감사하며,
자신의 삶을 신의 뜻에 맡기고 욕심 없이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그래, 신의 뜻이 그러하다면, 나 역시도 그렇게 살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나는 내게 일어나는 어떤 절망적인 일도, 이유 없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걸 경험적으로 믿고 있다.
내게서 모든 걸 송두리째 앗아갈 것 같았던 순간들이 날 죽일듯 괴롭혔더라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이렇게 되뇌게 되곤 한다. : 그 때 그 시간이 없었더라면, 난 지금 이 길로 오지 못했을거야.
그래서 난, 모든 것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보려 하고,
이제는 굳이 '좋은 점만 찾아야지', 하고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더라도
자동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고 패턴이 습관화 되었다.
따라서 난 모든 일에 감사하며 살고있고,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충분히 만끽하며 성실히 살아가고 있다.
사랑을 나누고, 정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고있다.
어떤 잘 된 일이 있더라도 그것이 내가 잘나서라고 합리화하기보다는,
그것은 그저 내 삶에 대한 신뢰가 더 깊어지는 기회가 될 뿐이라 여기고,
나는 그 순간이 주는 즐거움과 흥분에 감사하며 역시 양껏, 기쁘게 만끽할 뿐이다.

........ 단지, 그들이 단결하고 믿음이 흐트러지지 않고자 행하는 예배나 미사에 참여하지 않을 뿐이다.
그들처럼 성경을 공부하며 다른 이(신)에게 내 삶을 완전히 맡겼다고, 나의 자아는 없다고 믿지는 않을 뿐이다.

'Believe it or not but life is not apparently about me anyways,
oh well, goodbye, don't cry so long, self'

라고, 목청껏, 가사를 음미하며 노래하지 않고, 그저 음악의 아름다운 beat와 melody를 즐길 뿐이다.





신과 종교집회 - What do you think of religious gatherings, God?

은혜롭고 사랑이 넘치는 신이시라면, 
이 세상을 당신의 손으로 직접 창조하신 신이시라면,
당신의 모든 아들 딸들이 죄다 당신을 굳게 믿을 것이라는 아집을 가지진 않으셨으리라 생각한다.
당신을 믿고 따른다는 명목으로 성당이며 교회에 꾸준히 나가지만,
은혜 속에서 한 주를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매번 다짐해 놓고 이내 방탕하고 게으른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 중에는 어려운 순간에만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어 매달리기는 이들도 있다.
그의 뜻을 심각하게 왜곡해 범죄집단급으로 돌변한 대순진리회같은 단체들은 어떤가.

신이시라면, 인간들이 당신을 위해 지은 성전에 꼬박꼬박 나가는 것이 기특하기는 할지언정,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특별히 편애하시거나 혜택을 주시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노력하지 않고 믿음만을 무기로 게으름에서 벗어날 생각을 않는 이들을 어찌 '구원'하고 싶으실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닐테다.
반대로, 종교집회에 꾸준히 참여하지 않고,
당신의 존재를 그들의 존재를 지워가면서까지 절대시하는 것을 수용하지 못하는 자들이라도,
그의 뜻에 맞게 당신의 세상에서 아름답게, 열심히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면 그는 그들을 당연히 사랑하실 것이다.
태초에 그가 세상이 움직이게 하였을 적에,
전지전능하신 그는 오만가지의 다채로운 성격을 세상에 불어넣었을 것이다.
당연히, 나와 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도 존재하고, 신은 자신이 창조한 세상이기에 그들을 당연히 보듬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당연히 신의 논리는, 미안하지만, 끔찍한 모순이다. -_-...
내가 예배와 다른 주말 프로그램에서 어색함을 느꼈던 것은 바로 이 접점에서였다.
신의 논리가 정말로 이럴 리는 없는데,
그를 해석하고 믿음을 유지하려는 인간들의 노력은 종종 신의 의도와 어긋나곤 한다.

예수를 믿지 않는 자들은 구원받지 못하고 불행할 것이란 뉘앙스를 주는 설교.
(상술했듯. 어디, 이 말이 옳다면, 그렇게 차별하는 것이 어찌 신의 논리인가.
성경에 믿는 자 구원받으리라는 말은 있으나, 역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었던가?...
글쎄,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이것 참.. 성경을 누가 썼는지, ...)
낫지 못하게 하는 질병이 없으시다는 신.
참,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쩌면, 그들은 참으로 갖다 붙이기를 잘 하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단 생각마저 하게 했다.
질병에 걸렸으나 믿음의 힘으로 긍정적인 생리 변화를 일으켜 완쾌된 경우엔,
그것이 긍정적 사고로 긍정적 생리작용을 일으켜서 완쾌된 것이든,
신의 기적에 따라 완쾌된 것이든, 어쨌든, 신의 은총이라 하겠지.
하지만 낫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에도, 그것 역시 신의 섭리이고 신의 부르심을 받은 것이라 말한다.

사실, 그렇게 설명하면 어떤 것도 신의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믿음'의 문제인 이 명제들.
여기에 대한 신념을 굳게 하고자
믿는다는 자들은 매주 모여 공부를 하고, 노래를 하고, 그들의 믿음을 확인하고,
이탈하지 않게 도와주십사 기도하고, 그들의 모임을 존속시킬 돈을 '헌금'이란 이름으로 매주 모은다.
... 그리고, 그 돈을 모아 교회를 유지하는 것도 신의 은혜라 말하며, 또 믿음을 강화할 기회로 삼는다.
.... 나는, 그 모임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구성원도 아니고,
그것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쓰이기보다는 1차적으로 교회의 운영과 유지에 사용된다는 걸 알기에
굳이 헌금을 내지 않았고 낼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어째, 헌금을 내는 시간에는 봉투를 꺼내지 않는 내가 죄인이 되는 기분이다.

그 강력한 믿음의 고리에서 묘한 입장 차이로 어긋나 있는 나.
이것이 죄가 아님에도, 신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데도,
잘못한 사람인 양 이상한 죄책감이 느껴지게 하는, '정말 묘한 논리'들이 날 압박했다.

..... 모든 의도가 좋았지만,
난 그 압박과 죄책감이 싫어서,
다음 주엔 Service에는 참석하지 않으려 한다.
그들의 행복한 모습은 좋았지만,
나도 물론 정말 행복하지만,
그들과 완전히 똑같은 이유로 웃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어색하기만 하다.

........ 휴. 오전은, 정말 생각이 복잡해지게 하는 시간이었다.
이제 나는 다시, 신이 만든 이 세상의 신비함을 탐구하고자,
생물학과 심리학 책을 들여다보러 간다.

'일기 > everyday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ydreaming  (0) 2009.01.12
위안받다  (0) 2009.01.12
나는 세상 밖에 있는 것일까 세상 안의 가장 좁은 곳에 있는 것일까  (0) 2009.01.04
아침이 좋은 영혼과 밤이 좋은 몸의 대화  (0) 2009.01.04
소진  (0) 2009.01.01
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1. 4. 14:26


체했다며 밥을 먹지 않고 누워있는 룸메를 두고,
홀로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혼자 밥을 먹을 때면 으레 하듯,
폰을 꺼내 실시간 뉴스를 읽어내려갔다.

내가 상아탑에서 조용히 혼자서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는 동안,
세상엔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제작년 추석때 집에 가지 못하고 배회하러 찾아갔던 국회.
...... 거기서 웬 몸싸움이 났네.
경찰이 법을 위반하고 투입되기까지 했다는데.

코리안 드림을 품고 때밀이로 열심히 일해 번 팔천만원을
어떤 미친 사람에게 사기당하고 불법체류자가 되어,
가족을 부양하고 행복하게 살겠다던 중국교포는 협심증까지 얻었다.
.... 그리고 새해 첫 날, 찜질방에서 사망했다.



얼마 전 문근영과 김연아, 그 작은 여학생, 등등의 뉴스를 보면서도 이상했었는데.


뉴스를 보고 있다보면 이따금씩 기분이 묘해진다.
세상은 언제나 뒤집히고 있고 요지경 속인데,
나는 '지금',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일기 > everyday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안받다  (0) 2009.01.12
'증명되지 않는 존재를 믿어야 하는가'라는, 오랜 종교적 질문에 대하여  (0) 2009.01.10
아침이 좋은 영혼과 밤이 좋은 몸의 대화  (0) 2009.01.04
소진  (0) 2009.01.01
정체.  (0) 2008.12.30
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1. 4. 14:17


사람의 몸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 이다지도 간사하다.
몸이 본능적으로 원하는 것이라면 이틀만에도 완벽하게 적응된다.
그러나 본능에 역행하도록 적응하고 싶을 때면, 아무리 원해도 쉽게 적응할 수 없다.

난 아마도, '음' 체질인데,
음인은 음기가 강한 밤에 정신이 또렷해지고 양기가 강한 아침에는 집중하기 어렵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실제로 내 생활 패턴은 그런 편이다.

모든 시험이 거의 아침에 치뤄지고,
난 사실 아침에 기분이 가장 좋음에도 불구하고-
내 몸이 눈을 뜨는 시간대가 밤이라니.
특히나 9시가 넘고 자정을 넘겨가면서 내 정신은 점점 더 또렷해진다.
고도의 지적 활동은 이 시간대에 이루어질 때가 많다.

아침 시간을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사람이라,
시간표를 짤 때도 남들 다 피하는 1교시 수업들을 한 주 내내 배치하려 애쓰고,
방학때도 새벽에 영어학원에 등록해 적어도 '7시 기상'은 유지하려 하고,
막상 잠만 깨면 아침 시간을 누구보다도 신나게 보내곤 하는데..
어쨌든 그렇게 사는 것도 사실 본능에 역행하는 노력의 결과였던 거지.

이틀쯤, 밤에 신나게 공부하고 점심도 거를 만큼 늦게 일어났더니만,
여기에, 내 몸은 옳지- 하고, 즉각 재워뒀던 본능을 깨우고 만다.

어제 두 시쯤 몸을 침대에 기댔다.
그러나 아마 세 시쯤 잠들었을 것이다.
(요즈음 밤에 잡생각이 너무 많다. 나도 괴롭고 떨쳐내고 싶은데, ..)
8시 반에 일어나려 했는데, 8시 50분에 일어났다.
8시 15분부터 시끄럽게 울리도록 해 놓았던 알람 소리는 분명 내가 끈 것이었을텐데.
아침밥을 먹으면서도 계속 하품이 나왔다.
돌아와서 잠을 깨려고 무진 애를 썼는데, 결국 계속 밀어닥치는 아침잠에 항복했다.
..... 아침먹고, 자고, 점심 먹으러 간 셈.
그리고 이제, 겨우 정신이 맑아졌다.

고작 이틀을 본능에 맞춰줬다고,
내 몸은 '이제야 내 맘을 알아주냐'고 시위라도 하는 양, 
제 장난감을 비로소 손에 넣은 어린아이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
고작 이틀이었는데!!
...... 아, 간사해.

아침을 좋아하는 내 영혼과 밤을 좋아하는 내 몸이 타협하는 선을 찾아야겠지만,
어쨌든 문득, 내 몸이 말하는 소리를 들은 지금 잠시 조용히 귀 기울여본다.
...... 알겠어, 알겠다고, 우리, 이야기 좀 해 봐야겠다.



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