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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9 teatim-ing
  2. 2009.04.28 슬픈 것도 같은 밤
  3. 2009.04.27 이상한 날이었어.
  4. 2009.04.26 허전해. . .
  5. 2009.04.22 Ethiopia Yirgaceffe
  6. 2009.04.17 해외로 교육봉사를 하러 가려구요.
  7. 2009.04.17 숨길 수 있을까
  8. 2009.04.16 애이불비
  9. 2009.04.15 봄비 오는 날에는
  10. 2009.04.12 사분음표
일기/everydaylife2009. 4. 29. 13:30

정말로 오랜만의 여유다.
택배도 부치고, 이제 방이 훨씬 넓어지고 사람 사는 방처럼 됐다.
아주 잠시의 여유동안 만끽하는 예가체프 커피 한 잔!


아침에 향수를 바꿨더니 온 몸에서 달콤하고 사랑스런 향이 폴폴 난다.
예전의 그가 선물해줬던 향수인데-.
그걸 1년이 지나서 처음으로 써 본 거야.
내가 이미 갖고 있던 거랑 같은 거라서 미처 쓸 생각을 못했었다.
-물론 그땐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쓰던 걸 쓰면서도 선물받은 걸 쓰는 척 했지 -

아무튼, 그런 따위 복잡한 의미를 다 집어던지고,
- 난 꽤 일찍부터,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 -
난 이 향수의 향이 참 좋다.
처음 이 향수를 고를 때, '전 꽃향기를 좋아해요' 라고 말했었다.
너무 달지도 않고, 너무 찌르는 꽃향기도 아니며, 너무 과일같아서 끈적거리는 향도 아니다.
은은한 금빛, 거기에 투명하게 빛나는 자주색이 섞여든, 그런 향이야.
적당한 화려함과 풋풋함, 발랄함과 수줍음이 함께 깃든, 정말로 4월을 닮은 향!

아- 향수 쇼핑 나가고 싶다.
5월에 좀더 어울리는 향을 찾아서.
단내가 적고 좀더 기품있고 우아한 향,
그러면서도 발랄한 생명의 힘이 가득한 그런 향이 어디 없을까나.
- 그런 의미에서, 난 사실 파우더리한 향은 싫어. 인공적인 느낌도 많이 들고. -


아무튼, 이제 또 나가봐야 할 시간이네.
초, 중등, 통합교육 선진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교수회관에서 열린다.
두 시부터 세 시간동안 이어지는데,
수업이 세 시부터 있어서 한 시간 정도밖에 참여하지 못한다.
그래도, 갈거야.
전에 목요일에 있었던 포럼에 참석하지 못한 게 얼마나 아쉬웠다구.

안녕!
또, 다채롭고 신나는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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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4. 28. 02:40

시험이 끝나던 날,
그러니까 나는 좀 일찍 끝나긴 했지만,
모두의 시험이 끝나던 날-.
비가 왔었다, 찹잘한 봄비가.

그 사람은 캐리어를 끌고 집에 가고 있었고,
나는 우산으로 얼굴을 가린 채 옆을 빠른 속도로 지나치는 사람이 그였다는 걸 잠시 시간이 지난 뒤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그날 밤, 제 블로그에 글을 남겼다.
그리고 몇 시간 전, 또다른 글을 남겼다.


슬픈 것도 같다.
마음이 아픈 것도 같다.
..... 이입하려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 이성이, 그러려는 건 꽉 틀어막는다.



오늘, 학교에 한희정이랑 언니네 이발관이 왔다.
언니네 이발관이 공연할 때, 키보드는 임주연씨가 맡았다.
노래 하나하나가 내 기분을 참, 이상하게 만들었다.
그와 헤어지기 전, 그의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흐르던 노래들.
그를 통해 알게 된 이 아름다운 뮤지션들.
모두들 모르고 지나쳤겠지만 나는 알아본-... 임주연씨까지.

할 말이 참 많다.
음악-에 관해서도, 그들의 열정과 영혼에 관해서도, 넋놓게 만들었던, 그 '미쳐있는' 모습들에까지도.
그리고, 모두가 다른 사연을 안고 한 공연장에서 함께 숨쉬는, 그 공연장의 분위기며,
나의 첫 체험과 콤플렉스까지도-
하지만, 밤이 깊었고, 지금은 일단 보류하려 한다.




응. 이상했다고.
그리고, 지금도, 좀, 이상한 것도 같다고.












....... 사실은 나, 지금,
펑펑 눈물 흘리면서 울고 싶은데도,
애써 참고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누가 나를 좀, 서럽게 울도록 쓰다듬어줬으면 좋겠다.
따뜻하게, 다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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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4. 27. 02:17


어제였나......
참 이상한 날이었다.

재수 시절 내 삶을 완전히 파먹었던 그 스토커 녀석한테 문자가 왔다.
...... 2년 만인건가.......

공부 싫다고, 이러다가 학교 때려치우고 제과 기능사 따서 개업하는거 아닐까, 하고 문자가 왔다.
이게 뭐지 싶어서 누구시냐고, 번호가 저장이 안 되어 있다고 보냈어.
그랬더니- 나랑 동명이인인 사람한테 보내던 거였다고 미안하단다.
강대 같이 다닌 그놈이라고, 제 신분을 밝힌다.
...... 답장을 안 했다.
웃기는게, 답장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는 거.

내 인생의 바닥을 경험하게 해 준 놈이라 그렇게 증오하고 저주하고 미워했었는데,
2년이 지나니 그 기억들이 어떻게든 희미해졌나보다.

..... 아직도 네녀석은 그런 따위의 고민을 하고 있구나.
다방면에 모두 관심이 많고, 못하는 거 없고, 머리는 너무 좋은데,
하고 있는 공부- 의학-은 부모님의 뜻에 따라 억지로 '해 주고' 있는 것일 뿐이고,
삶은 갑갑하고 항상 탈출구-여자-를 찾는 그 생활. 말이야.


아까는 소중한 동기 하나가 울면서 들어왔다.
남자 선배에게 불려가서 으슥한 데서 떠밀리면서 윽박지름을 당하고,
그 남자의 여자친구- 이 녀석과 가장 친한 소중한 동기-에게 완전히 속고 배신당한 느낌에 충격받은 상태.
한참 같이 앉아있었다.
이녀석은 그 상황에서도 제가 만들던 와이어 고양이를 마저 만들고 포트폴리오까지 완성해야 잠들 수 있을 것이다.


응. 이상한 날이었어.
난 그 날 3시부터 기절을 했고,
밤에는 온라인 쪽지로, 동기한테 이런 말을 들었다.
- 왜 이곳의 남성들은 누나라는 원석을 지나치는 걸까. 원석은 누군가 발견하고 다듬어주어야 해. 그러니까 누나, 원석이 지니는 최소한의 광채만 뿜어줘, 그렇지 않으면 엄한 애들이 달려들 지 몰라.
그리고 나는, 적절하지 못한 응대를 했고, 그 전에 그 녀석은 나가버렸으며,
나는 '전혀 상처받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 하다 잠들었다.

지금도 이 녀석은 온라인이고,
나는 오프라인 상태로 방금까지 미술실기 포트폴리오를 끝내고,
교육철학 책을 펴고 듀이의 my pedagogic creed 를 더듬는 중이다.
1897년의 숨결을 느낄 수가 없다.
정신이 맑고 몸도 생생한데,
나는 귀에서 이어폰을 빼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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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4. 26. 01:21

이제 일어났다.
그냥 하루가 싹 증발해버린 기분이다.
속이 상한다.


나도 한가해서 엠티 간 것 아닌데.
아- 진짜 속상해.
어제 꼴딱 밤 새고, 새벽에 그대-로 출발해서 금천중까지 갔다가 수학 수업 보조교사로 일하다 왔다.
세팍타크로 공 만드는 걸로 진행됐는데 애들보다 내가 더 못해서 가르쳐 줄 수가 없었다. -_-
아무리 해도 자꾸 중간에 와르르 풀리거나, 접착제가 약해서 투두둑 떨어지는 걸. ㅠㅠ
밥 시간도 놓쳐서 학교 근처 밥집에서 덮밥 하나 겨우 먹고,
씻고 세 시쯤 잠들어서 지금, 그러니까 열두 시 반에 일어났다.

사실은 저녁에 일어나려고 했다.
그래야 계산이 맞았는데.
미술 선 조형물도 만들고, 과학교육론 보고서도 쓰고, 무엇보다도, 단소 연습도 하고!
....... 그 모든 게 싹 날아갔다.

한창 기절 상태에서 헤매고 있는데 어둠 속에서 내 이름을 부르며 점호하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게다가, 오늘 점호 시각은 12시란 걸 깨닫고 한 번 더 놀랐다. -_-

1학년들 얼굴 외우고 이름 서로 안 것으로 의의를 찾아야 할 것이긴 할진대,
그래도 뭔가 우울해.
아마 녀석도 그랬을 걸.
이상하게, 계속 말이 없었다.
................ 그래.
마니또도 밝혀야 했는데, 안 가르쳐주던데.
아- 어색해.


그동안 쌓인 말도 많고 풀어놓을 거리도 많은데,
이런 숨막히게 몰아치는 일정이 날 가만히 두질 않는다.
그런데, 또 반 엠티를 주중에 간단 말이지. -_-
간만에 여유있는 그 시간들마저 '공적인' 일로 '허비' 해야 한다니.
반 엠티는 진짜............ ㅠㅠ
참가비가 5만원이 뭐야............................
그 다음주에 있는 발표, 너희가 그만큼 책임감있게 도맡아서 준비할거야?
그것도 아니면서, 대책없이 휴일이란 휴일은 다 잡아먹고.................
내 뜻대로 하고 싶은 일정은 정말 사치로 여겨지게 만드는구나.
나 이 주에나 좀 여유가 생기나 싶어서 이 때 무슨 일이 있어도 혼자 여행 떠나려고 했었어.
...... 근데 이런 따위의 일들로 내 소중한 여행 일정은 파기해야 하는 거냐고..........
뭔가 나를 좀먹는 기분이야.
날 아껴주지 못하는 기분.


그래서 속상해.
......... 밥을 못 먹어 허기진 배가 날 더욱 허전해지게 만드네.
우유라도 한 잔 마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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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4. 22. 13:31

새 봉지를 열었는데, 후회된다.
밀폐용기도 없는데 그냥 열었다가- ㅠㅠ
사은품으로 받은 거라서 제대로 보관하기도 힘들다.
이거 다음에 먹을 땐 완전 산화된 맛 나는거 아닌가 몰라.
음.. 게다가 이거, 종이필터용으로 갈려서 왔어. -_-
난 프레스의 진한 맛이 좋다구요. ㅠㅠ


암튼-
새로 연 녀석이라 그런지, 향이 확실히 ^^  ;
구수한 맛도 끝에 은은하게 감겨들고,
무엇보다도, 향이 참 고급스럽게 깊다.
마구 달지도, 시지도, 쓰지도 않고, 그냥 '고급스럽고 진하게 깊은 향'.
신맛이 적게 느껴지는 게 제일 맘에 들었는데-
전에 마시던 코스타리카에서 신맛이 다소 났던 것에 비교되어서 그래.
근데 그게, 보관을 잘못해서 산화된 탓인 건지는 모르겠다. ㅠㅠ
사실 코스타리카도 처음 마셨을 땐 신맛이 그렇게 강하진 않았었거든.
아무튼, 초콜릿 향은 코스타리카가 짱이야. ㅎㅎ
예가체프는, 앤틱한 색깔의 세계지도 아래에서 마셔줘야 할 것만 같다.
그런 맛과 향이다.


에효 ㅋ
얼른 국어교육론 과제나 끝내야지-
그러고 나서 뭐든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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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4. 17. 20:10

맘이 힘들다보니, 계속해서, 다른 일에 몰두하게 된다.
작년 가을 무렵부터 그랬었던 것처럼.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닥치는대로 일을 찾고 만들어내고.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로 미친듯이 공부하고 일하고........






해외로 교육봉사를 하러 가려고.
일본 교육대학이랑 학술교류하는거, 거기로 가려고도 생각해봤는데,
아냐, 일본어에 특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몸으로 부대끼는, 진짜 '체험'을 하고 싶었고,
럭셔리하게 공주처럼 앉아서 즐기다가만 오는 그런 해외 체험은 달갑지 않아서 관뒀다.
중국, 태국, 몽골 등지로 떠나서 한인 2, 3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봉사를 하고 문화탐방도 하는,
그쪽으로 맘을 결정했다.
그것도, 중국은 맘만 먹으면 쉽게들 갈 수 있을테니
태국이나 몽골, 특히 몽골로 가려고 맘먹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접하기가 쉽지 않은 나라일테니...

다만, 태국의 경우 초등생 정도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몽골은 사범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내 전공을 감안하면 초등생들을 보고 싶기도 하지만,
몽골이라는, 내게 너무나도 생소한 나라에 대한 호기심 탓에 많이 주저된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비율이 늘고 다양한 학생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하는 초등교사의 특성상,
캄보디아의 초등생들, 그것도 한인 2, 3세들로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많은 걸 느끼고 싶은 욕심이 있다.

다른 나라의 공기를 한 번도 마셔보지 못한 내가 국제적 감각으로 세상을 대하게 하는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터-

그리고, 사전에 선발된 사람들과 팀을 이루어, 정기 교육도 받고 모의 수업도 한다는 것도 맘에 든다.
학교 공부, 교사라는 '안정직'에 연연하지 않고, 청년다운 패기와 열정, 넓은 시야를 가진 좋은 사람을 많이 알게 될 거라는 것.
일본의 경우는 안 그렇잖아.
그냥, 열흘간 아는 사람들끼리 각자 관광하다 오는 느낌. . .
물론 이웃나라의 교육을 눈으로 확인하고 배우고, 홈스테이를 하고 그곳 대학생들과 교류하며 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일본어 실력 향상을 노리는 이들이 많이 신청하는 만큼, 난 정말 내 그릇만큼만 체험하고 돌아올 것 같아 아쉽다.
다음해 방학때 우리 집에서 일본 학생을 홈스테이 시킬 기회를 갖는다는 점은 탐나지만, . . .
대학원생일 때 노려보려고. ㅎㅎ


그리고, 애국심,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것, 한 번도 진하게 느껴보지 못한 나다.
전통문화 관련 기술이나 특기를 가진 사람을 우대하는데,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다는 데에, 반성하게 되었어.
다른 나라에서 한인 2, 3세들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한 학생들과 우리 것을 나누며,
우리 나라에 대한 사랑과 자긍심이 어떤 건지 제대로 느끼고 올 수 있으리라는 즐거운 예감.
이런 의미에서도 참 가치있는 체험활동이다, 싶었다.
내가 초등교육을 전공하기에 좋은 점이 여기 하나 더 있구나.
다른 과 학생들이었다면, 정말 이럴 때 할 것이 생각이 잘 나지 않았겠지만-
나는, 체육실기2 시간에 전통무용을 배운 적이 있다.
강강술래와 소고춤.
이런 데에 이렇게 의미있게 쓰게 될 줄은 몰랐네.
와이즈에서 활동을 해도 할 수 있고, 이런 곳에서 수업할 때도 할 수 있고,
초등교육과는, 정말 만능이다. ㅎㅎ
어디에 끼어도 할 말이 있고, 어느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도 대화가 가능하다.


또한, 예비교사의 역량으로서도 의미있는 활동이구나 싶다.
이번 학기의 목표들이 이런 거였지.
발표 활동,
리더십.
5월 내내, 그리고 방학까지도,
난 끝없이 발표하고, '수업'하고, 사람을 다루게 된다.
모의 수업이 3회 이상 있고,
중학교에 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 수업을 실제로 하고 오게 된다.
정말로 이건 '파견 교사' 자격으로 가는 거라서- . . .
남은 대형 발표도 2개,
소형 프레젠테이션 하나.
의도한 바이기도 하지만, 난 어쨌든 많이 자랄 것이다.
내가 만든 바운더리에 갇혀있기 싫어서, 마주하기 두려운 것들에 나를 잔인하리만큼 마구 노출시키는 중이다.
언젠가는 껍질을 깨게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응. 사실, 시험해 보려는 의도도 없지 않다.


목표가 생겼으니,
이제 중간고사가 끝나면 영어공부에도 열을 올려야지.
퇴사날 바로 출국하니까, 그전까지 내 방에 있는 영어책들을 아주 사랑해주겠다.
목표는, 역시 좋은거야. ㅎㅎ 의욕이 마구 생기는 걸.


해외로 여행갈만큼 집안이 넉넉한 것이 아니라서 매일 마른침만 삼켜야 했던 나날들.
나는 국비로 유학갈 거라고, 습관처럼 바득바득댔던 날들이 떠오른다.
응. 난, 나라의 혜택을 있는대로 누리면서 살거야.
우리 학교에 있는 동안, 다 빼먹으면서 살거야. ㅎㅎ
대학생일 때만 누릴 수 있는 것들, 내 역량껏 다 누리면서.


시험기간인데 9장 분량에 육박하는 수업계획서와 연수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압박.
하지만 가만 앉아있는 자들은 기회를 잡지 못하는 법.
부지런히 눈뜨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인생을 누릴 수 있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음... 그러고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지.
일어난 모든 일들은, 현재 상황에서 보면 다 시기적으로 기가 막히게 일어났었다는 거.
난 작년 여름방학 때, 학교 프로그램들을 이렇게 찾아서 하지는 못했지만,
영어공부를 아주 마음먹고 '시작' 했었다. 시작이 반이었다.
그 때 영어 공인성적을 땄고, 그때 땄던 성적은 웬만한 연수며 해외체험에서 대체로 인정할 정도의 레벨이었다.
이번 해외봉사에서는 어학능력 뿐 아니라 직전학기 성적도 보는데,
또한 직전학기 성적이 4.42 / 4.50 아닌가.
이래저래, 많은 부분들에서, 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참 촘촘하게 잘도 사용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다- 재수하면서 얻게 된 선물인 것 같아.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한 번 놓치는 시간이 얼마나 아쉽고 다시 돌아오지 않아 맘아픈 것인지, 너무나도 잘 알아서.
아름다운 순간 순간들, 찰나가 그립고 아쉬워서 젊은 날의 향기와 행복을 최대한 누리고 극대화하는 법을 스스로 부대끼며 찾아나서는 것. 이 피는, 정말로, 20여년 간 키워온, 당장이라도 터질 듯 꿈틀대던 꿈을 완전히 접고 스무 살의 1년을 고통으로 보내야만 했던, 그 때 그 시기의 선물이다.








........  마음이 아파서, 괴로움을 잊게 해 줄, 또 이렇게 다른 생산적인 일들에 몸을 던지는 거  ........
알고 있다. 이따금씩 또 맘이 저려올 것이고, '이런' 내가 씁쓸해지기도 할 거라는 걸.

하지만 또 알고 있는걸.
이렇게 자랄 거란 걸.
결국은 모든 것이 잘 된 일이라는 걸.
먼 훗날에 지금의 날 바라보면,
지금의 내가 과거의 고통스러웠던 날 바라보며 하는 말처럼, 또-
'지금의 내 모습'을 위해 그 때 저렇게 되었었구나,
하며 미소짓게 될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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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everydaylife2009. 4. 17. 19:15



무슨 꿈을 꾸다가 일어났는지 알아?
네가, '아니었다'고 나한테 다시 말하면서 울었어.
그 때, 그녀가 너에게 키스했었고, 그런 그런 일들 때문에, 이러이러하게 되었다고.
아닌데, 이게 아니었는데, 이렇게 되어버려서,- 어떡하냐고.
어떡하냐고, 어떡하냐고 거푸 되뇌며 울면서- 넌 앉은 채 내게 안겼어.
난 그러는 너의 머리를 안고 말없이, 어깨를 쓰다듬고 있었고-



요새 꿈을 안 꿨었는데,
너무 생생하게 꾸어버린, 가장 최근의 꿈이 이런 것이라니,
날 정말 심한 충격에 빠뜨리긴 했구나, 싶었다.
다 기억이 나는거야.
현실과 혼동할 정도로.
머리카락 촉감이며, 목소리까지 너무너무 생생하게 다 생각이 나.



일어나서, 한참 멍해져 있었다.
어제 분명히 맘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너무도 새로운 사실로 또 내게 와락 덮쳐드는 것이었다.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저녁을 먹으러 가다가, 처음으로 마주쳤다.
....... 내 힘든 마음을 들켜버렸을까봐 한없이 소심해진다.
마음껏 웃을 수가 없다.
나도 모르는 새 자꾸만 정신이 멍해진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나보고 힘들어 보인다 한다.
믿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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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4. 16. 17:34

결국, 나는, 바보가 되었다.

이제 기다릴 것도, 설렐 것도 없다.

왜 하필 너희들인건지 -
왜 하필, 하필이면 너희들인건지 모르겠다.

둘 다,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진심으로 축하해줘야 하는데,
......... 정말로... 못하겠다.


언제 그렇게 된 거지 . . . .
언제 그렇게 되어 버린 걸까 . . .

적어도 내 예측은 맞았다
녀석의 맘에 사랑이 싹트고 있었던거
단지 그 대상이 나는 아니었을 뿐

......... 설레발치게 만든 오빠가 갑자기 너무너무 싫다.
............................... 잔인하다.
바보를 믿은 내가 바보지 . . .






연락이 없을 만도 하지 ..........................................
대체 뭐가 어떻게 연결되어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거야 .............
엠티 가기 싫다 ................





그래서 내가 그저께부터 특히 힘들었고,
어제는 완전히 죽어버렸고,
그렇게 힘들고 맘이 아팠나보다.
이 교정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어떤 일-
을, 불안에 떨면서 몸이 먼저 알고 있었나보다.

어제, 너무나 화가 나고 불안해서 공부하려던 책은 던져놓고 다른 책을 펼쳐들었었다.
분노를 표출하게 해 줄 거친 논쟁거리를 찾고 싶었다.
교육사회학 책과 심리학 원론서를 집어들었다.
한참동안 뒤적이며 혈압 오르는 논쟁거리를 미친듯이 찾아 헤맸다.
심리학 책에 나온 논쟁거리는 정말 학문적이고 온건했다.
게다가 교육사회학 책의 주제들도 그 때의 나를 흥분시키지 못했다.
결국은 심리학 책에서 스트레스와 관련된 부분을 넘기다가 이런 내용이나 읽게 됐다.
건강지향적인 행동을 하지 않게 된대,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하게 되고, 결국은 악순환이래.
난 그 구절을 읽으면서, 지방으로 가득한 초코바를 네 개째 베어물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제 행복하게 되었는데,
그들이 행복하면 나도 좋아야 하는데,
진심으로, 그렇게 못하겠어서, 나도 내가 싫고 내 상황이 괴롭고 힘들다.



나도 부인하려 했는데,
꽤 많이 사랑하고 있었나보다.
..... 이별의 고통은 겪어보아 알지만,
사랑하던 사람을 기다리다 떠나보내는 심정,
그것도, 또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떠나가버리는 것을 보는 기분,
그것도, '나'일 거라 생각하게 했던 그 모든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 기분은,
...... 지금 처음 알게 됐다.
유사한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그래 그렇겠다 ' 끄덕끄덕 해 왔지만,
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거다.

많이 아프다.
이런 기분이구나.
4월, ....... 정말 잔인하구나.
곧 있으면 내 생일인데,
.....


시험기간은 닥쳤고,
공부며 과제며 손을 놓아 진척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맘상태는 엉망이 되었고,
.......
이따금씩 마주치는 옛 남자친구가 날 힘들게 바라보는 눈길이나 피해야 하고,
..................




미치겠다.
.... 이 말로 일축된다.


동아리에 복귀할 생각을 못하겠다.
엠티도 가기 싫고,
작은 연주회도 하기 싫고.
매일 봐야 할 테니까. 그 모습을.
그리고, 애써 웃으며 축복해줘야 할 테니까.

상처가 다시 나으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더 성숙하려면,
감정조절을 잘 하는 어른답게 행동할 수 있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애이불비

..... 마음아프다. 힘겹다. 시간이 약이 되어줄까. 주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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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4. 15. 13:23

비지엠. 정말 없었는지. - 장기하와 얼굴들



봄비가 온다.
일교시가 휴강되어서, 느즈막히 일어났다.

오랜만에 진한 회색 톤의, 짧은 치마를 입었다.
흰 바탕에 검은 세로 스트라이프가 그려진 남방을 위에-
그 위에 연하늘색 가디건을 걸쳤다.

회색 우산만 있으면 완벽한데.



점심을 먹고 들어왔는데,
룸메가 침대에 엎드려서 음운론을 공부하고 있다.
라디오를 틀었더니 홍진경의 가요광장이, on air !
2부 마지막곡으로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말 없었는지'가 흐른다.

담백하고 깔끔해서 들어도 들어도 귀가 피곤하지 않다.
간결하고 절제된 듯하면서도 풍부한 기타 소리와 그의 목소리가,
촉촉한 공기에 섞여든다.
그 간간한 여백에 차분한 서정이 넘치는 것이,
아주- 이 봄비 오는 날과 기막히게 들어맞더라.

비도 오겠다,
전기 포트의 스위치를 툭 치고, 프레스에 커피를 담았다.
아, 역시!
비오는 날의 커피 향기만한 것이 없다.
강하면서도 부드럽게 온몸을 휘감아도는 그윽한 향!
그리고 그의 목소리와 나의 영원한 사랑 기타 소리까지........
완벽한 오후다.



심장이 밝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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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4. 12. 14:59



바쁜 가운데서도 여가 생활을 즐기고 매 순간 행복해 할 줄 아는 지혜.



커피군의 도움으로,
다시 나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곧 끊길지도 모르지만, 현재의 숨결은 분명 고른,
가장 안정적으로 들리는 사분음표의 길이같은.


물론, 희망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평화롭고 쾌적한 주말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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