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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6 상처받지 않기 위해
  2. 2009.11.05 불안
  3. 2009.11.03 사랑하던 나무가 아프다.
  4. 2009.10.25 부탁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못 할 일이 있지.....
  5. 2009.10.25 걍 다 때려쳐........
  6. 2009.10.24 ....
  7. 2009.10.21 문제
  8. 2009.10.21 내 꼴
  9. 2009.10.16 감각을 좇는 하루하루, 마음이 가난한 나날나날
  10. 2009.10.08 허무
일기/everydaylife2009. 11. 16. 15:51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나날.
거부당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도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공감해보려는 일말의 노력도 하지 않고,
일단 빨리 말이나 해 보라는,
귀찮고 비판적인 태세로 달려드는 사람들.
공감받는 것이 아니라,
설득을 해야 하게 되어 버리는 불편한 상황.

꺼져.
뭐 어디에 그렇게 담보할 만한 마음의 밑천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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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11. 5. 20:13




으으........ 할 일이 많긴 많은데 착수가 안 된다.
오빠한테 예기치 않게 연락이 왔길래 부탁 있으시면 말씀하시라고 그랬다.
이따 전화 주신단다.
괜히 그렇게 대답했다.
뭔가 이거, 되게 불안정한 기분이다.
어찌되든, 후회하는 일이 생기는 하루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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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11. 3. 21:45



10월 말에 끝난다고 했던 공사가, 11월이 되었는데도 끝나기는 커녕!
아직도 신경을 싹싹 긁어놓을 정도로 시끄럽다.
학생을 위한 학교인지, 정말 의심스럽게 만드는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1학년 때 살던 기숙사 앞에, 예쁜 단풍나무 하나가 있다.
내가 아끼는 나무 중 하나다.
여름이면 참 '맑게도 푸른' 빛을 발하며 그늘을 지우고,
가을에 드는 선홍빛 물이 정말로 찬란하게 아름다운 나무다.
어떤 날에든, 이 나무에서는 언제나 빛이 났었다.
심지어는 비가 오는 날에도.
추위가 오기 직전에,
가을이 가기 직전에,
그러니까 아주 꽉 찬 늦가을의 어느 날에
내게 이 나무가 말을 건넨 적도 있다.
그 날에는, 하얀 바닥에 떨어진 낙엽조차도 눈부신 그림이었다.
그 날의 이 나무를 보고 찡그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랬던 이 나무가,
지금 2개월동안 시달린 공사 소음 때문에 엉망이 되어버렸다.
엄청난 한파가 닥쳐오는데도,
단풍물이 드는 둥 마는 둥, 잎들은  아주 보기 싫게 얼룩덜룩하다.
어떤 잎은 단풍물이 들대로 들어서 쪼그라들고 말라버렸는데,
어떤 잎은 아직도 썩은 녹색이다.




아니다, 절대로 이렇지 않았다.
지금같이 흉측한 몰골이 아니었다.
네가 말 못하는 식물인 것이 죄다.
말을 할 수 있었다면 국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고도 남았을 일이다.
하긴, 말 할 줄 아는 학생들 앞에서도 그러는데 뭐.
식물도 저렇게 변해버렸는데, 우리라고 영향을 받지 않았을 리가 없다.
나부터도 예전부터 계속 느껴 왔는걸.




곱게 살고 싶다.
주파수가 높은 '사람'의 목소리에도 반사적으로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어버린,
내 푸석푸석한 청세포가 슬프다.
예전처럼 새 소리를 들으면서 잠에서 깨고 싶다.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들리는 소리가 공사장 돌 부수는 소리인 것,
그래서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켜고 웃으며 일어나지 못하고,
온 몸을 웅크리며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일어나야 하는 것,
정말로 이제는 참을 만큼 참았는데.  
불가피하게 학기 중에 공사를 해야 한다면 약속일 안에 끝내야지, 정말 이건 아니야.




이거 참, 물증이 없어서 그렇지,
학교를 대상으로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는 요구라도 하고 싶은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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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everydaylife2009. 10. 25. 20:22




이런 일들이 있다.
어려워하고 있는 걸 보고, 안타깝고 딱해서
'내가 그럼 도와줄게' 라고 말할 수 있는 일.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일이라 하더라도,
딱한 그 쪽에서 부탁하는 건 실례되는 일.
엄연히 규칙이 있고 '그러면 안 될 때',
다짜고짜 힘드니까 해달라고 하면,
부탁받는 쪽에서 얼마나 대답하기 난감해지는 일인지
왜 모르는걸까?
왜 대체 나를 그런 상황에서 쓸데없이 죄책감 들게 만든거지?
선배들한텐 그런 부탁 차마 못 할 거면서,
아무리 동기지만 그래도 언닌데, 그런 '지시'를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거지?
............... 진짜, 매주 회의 하고 올 때마다 기분 잡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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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everydaylife2009. 10. 25. 18:17




어차피 안 될 거란 걸 알았지만 그래도 짜증나네.
나의 최선이 왜 , 이번 학기엔 드러나질 못하지?
.......... 이유를 알기 때문에 더 짜증난다.
피토하면서도 평가절하당하는 기분, 진짜 더럽다.

열심히 해도 혼자 다 해 처먹는다 소리나 듣고,
(편견을 가진 사람 앞에선 어쩔 수 없다)
적당히 하려고 하면 일이 되지를 않고,
무임승차하는 것들은 나한테 맨날 다 떠넘기고 넋놓고 내가 챙겨주길 기다리고 있고,
좀 나눠서 할라치면 잘 해놓은 거 꼭 다 망쳐놓고........
아 진짜 어쩌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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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everydaylife2009. 10. 24. 15:18


몸과 마음이 피폐하다.
어젯밤 정말 많이 울었다.
우느라 다섯 시까지 잠들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파서,
가만히 있으면 자꾸 눈물이 난다.
일어나서도 지금까지 계속 울었다.
어제 그렇게 많이 울어서 눈물이 더 안 나기를 바랐는데,
아직도 모자란가보다.
계속 우느라 대낮인데도 눈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설명할 수도 없는 감정이라 혼자 울기만 한다.
사람을 만나고 싶지도 않다.
좋은 일, 즐거운 일을 만들고 싶지도 않다.
아무 일도 만들고 싶지 않다.
명백한 슬픔이 대상이 있다면 그것만 잊으면 되는데,
슬픔의 근원이 그게 아니라서 먹먹하기만 하다.
아무데도 나가고 싶지 않다.
사람들 얼굴은 쳐다보기도 싫다.
애들 목소리만 들려도 거북하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죽게 될지 생각해본다.
유쾌하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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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everydaylife2009. 10. 21. 11:19


외롭고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는 나날.
나를 위무하는 것들을 찾게 된다.
소유욕 때문에 위험해졌다.


모든 걸 잊게,
현재에 집중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걸 안다.
아는 걸로 충분하지는 않다는 게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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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everydaylife2009. 10. 21. 10:48

아......... 진짜 화가 나서 잠도 안 온다.

저게 동긴지 언닌지 뭔지,
진짜, 진심으로 싫다.

속 좁고 그릇 좁기로 말할 것 같으면 둘째가라면 서럽다.


남의 아이디어 좋은 건 알면서
절대 인정은 안 해주고,
좋다고 생각되는 거 슬쩍 훔쳐가서는 나는 빼놓고 지한테 더 좋게 써버리고.....
초기 아이디어 제공자인 나는 손해만 본 기분이라서 도둑맞은 기분까지 들고.

내 생각이 좋으면 인정하면 되지,
괜히 시기 질투는 나고 짜증나니까 나 혼자 다 한다고 몰아붙이고,
연고없는 사람들한테 나쁘게 소문 내고 다니고.....
아니, 그럼 좀 내실있는 생각을 내 보시든가.
알맹이 없는 얘기나 하고 있길래 핵심 아이디어를 냈더니,
그게 핵심은 핵심인지라 수용은 해 놓고,
핵심을 내가 냈다고 나 혼자 다 한다는 식으로 뭐라 그러고.......


지금은 다 엎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했던 말이랑 똑같이 하는 거 복도에서 시끄럽게 들리는데
진짜 어이가 없다.


요새 되는 일도 없다.
힘껏 해 보아도
좋은 영향은 남들이 다 채간다.
실컷 해도
마지막까지 나 혼자 욕 다 안 보면
결국은 망해버린다.
그 망한 것까지 나도 원래 못나서 그런 것 처럼 뒤집어써야 한다.
같은 조라는 이유로.
도무지가, 맡겨놓은 걸 믿을 수가 없다.
나도 좀 믿고 싶다.
내 독선이 아니라는 건 1년간의 인고 끝에 결국은 증명이 됐다.
내가 독선적이라서가 아니다.
애들 수준하고 내 수준이 너무 안 맞아서다.
재수없게 들려도 어쩔 수 없다.
사실이다.
이제는 정말 말할 수 있다.

그래도 혼자 하는 것보다는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누구나 뛰어난 점이 다르니까.
내 생각이 다 옳은 것도 당연히 아니지.
함께 협력하면서 이뤄갈 수 있는 게 당연히 더 많아...................................................

즐.

1년 동안 나를 그렇게 세뇌시키면서 -
머리를 조아리며 조별 활동을 해 왔지만,
결론은 즐이다.
1년 동안 강력하게 세뇌시켜가면서까지 해 봤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말할 수 있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다.
조원 구성이 좋을 때는 나도 흥분되는 토론을 하면서 상호작용의 시너지를 맘껏 누려봤다.
하지만 대부분, '즐'의 구성일 때는 난 도를 닦다 못해 성격 장애까지 오는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했다.


막말로.
특수 아동들이랑,
일반 학급 아이 한 명이 함께 조별 과제를 한다고 해 보자.
그게 뭐임.
일반 학급 아이 혼자 진 다 빼고,
심지어는 빼먹히는 거 아님?
특수 아동들이 영악하다고 해 보자.
일반 학급 아이가 한 걸 다 가져간 뒤 뒤통수를 한 대 치고 도망가는 거다.
그러면서 '지 혼자 다 했다'고 말하고 다니면서 선생님한테 이른다.
얼씨구..............................
그래도 그 아이가 '수준이 안 맞아'라고 말하며 불평하는 게 잘못된 거야?
이건 명백히 구조적 모순에서 기인한 거다.
그 아이의 인격이나 뭐 그런 것들의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나는..........
맨날 손해만 보고 사는 기분이다.
똑똑하고 깊은데,
주변에 득실거리는 것들이 좁고 멍청한 것들이라.
좀 똑똑하다 싶어도 밴댕이속이거나,
당치도 않게 날 시기하고 인정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옳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세속적인 지 생각하고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표정이 완전 부정적인 쪽으로 딱딱하게 굳는다. 나이를 두 살이나 더 처먹은 언니란 사람이.
그게 시기란 걸 어디서 알 수 있냐면,
내 생각을 듣고는 자기 말을 갑자기 바꾼다는 거다.
지 생각도 원래는 그런 쪽인데 다른 마음이 더 커서, 등으로,
억지로 정당화, 합리화 한다. 듣기엔 웃기기만 하다.
이야기, 대화를 하자는 거잖아.
니 생각이 더 옳고 내 생각이 더 옳고 이런 걸로 싸우자는 게 아닌데,
뭐든 생각 차이만 났다 하면 긴장하고 싸우려 들거나 날 독선자 취급하려 한다.


또래집단에서 나도 뭘 좀 얻고싶다, 제발.
맨날 퍼주기 싫다고.
무슨 아이디어 하나 내고 하는 것도 입조심하게 된다.
나는 얻는 게 없는데 맨날 도둑만 맞으니까.
심지어는, 알아보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나는 혼자 하면 편하게 할 것을,
다른 모자란 애들 오류를 기분 상하지 않게 수정까지 해 주느라고 혼자 스트레스 진짜 많이 받는다.


근데 웃기는 건 저 인간들하고 내년에도 같이 공부해야 된다는 거.
아 제기랄.

좀 괜찮다는 것들 다 모아서 가버렸다.
진짜 얄밉다.
나는 맨날...... 혼자 힘들다.







...................... 힘들다.
제발 좀 헤어지고 싶다.
꼴도 보기 싫다.



이럴 때마다,
정말 다른 물로 갔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아니, 조별 활동이 없거나
이상적인 멤버로 구성된 조별 활동을 할 수 있는 세상은 언제쯤 올까.
대학원에 가면 좀 나아질까?
난 학교 현장에서도 자신 없다.
다들 생각없는 병신 동료 교사들일 것 같아.
교과 내용도 엄밀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교사들도 태반일 것 같아.
우리 학교 동기들도 이모양인데,
다른 사람들이라고 다를 것 같지가 않다.
독자적으로 연구하는 교수가 되어야 한다.
똑똑한 연구자들 직접 뽑아 같이 공부하는.


젠장. 난 교수를 하지 않고서는 못 견딜 팔자다.
4 년만 견디자.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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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10. 16. 20:52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우리의 행로가 어떻게 되어 갈까.
이렇게 버티어 내고,
3학년이 되면 또 나름의 피곤한 일들이 생기겠지.
그리고 임고생이 될거야.
기나긴 과정이 끝나고 나면 끝이 보이지 않는 어려움에 익숙해져야 할 테지.


이런 저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자면 감당이 안되고 피곤해서,
나는 요즈음, 그저 감각적인 것에 탐닉하곤 한다.

아침에 안개가 자욱한, 강의실 가는 길.
구름 속을 걷는 기분.
중국 단풍에 물이 들기 시작하면,
가을은 한꺼번에 왔다가 갑자기 사라지곤 했는데,
이런 이제 진짜로 중국 단풍 나무가 하나씩 불타기 시작하는구나.
날씨는 차고, 세상은 몽환적으로 아름답다.

다시 향기를 애타게 찾는다.
시향을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이곳을 잠깐 원망하며,
인터넷에 묘사된 향기의 이미지만 그리면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서랍 속에 꾹꾹 처박혀 있던 향수 샘플들을 새삼스럽게 꺼내어 본다.
먼저 뿌린 향수의 잔향이 남은 옷자락에 다른 향수를 칙 입혀본다.
시시각각 변하는 향기가 메마른 내 마음을 이따금씩 달래주곤 한다.
지루하고 힘들어지면 나는 또 다른 종류의 향수를 같은 곳에 뿌리게 될 것이다.

매일 대충 입고 다니다가,
오늘 동번모임에는 그래도 조금 신경을 썼다.
그래보았자 구두를 신었다는 것 외에 별로 달라진 건 없지만 말이다.

아, 오랜만에 귀고리를 했다는 것도.
아주 흥분하면서 골라 사 놨던 예쁜 귀고리들을 보관함 속에 고이 감춰만 뒀다가,
이제 겨우 하나, 새 걸 해 보았다.
그동안 귀에 상처가 났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뚫었던 곳이 아직도 좁을 거라는 이유로 내게 작은 즐거움 하나 허락할 여유도 갖지 못했다.
기하학적인 모양을 가진 은제 큐빅 귀고리.
이걸 고를 때 내가 아주, 아주 흥분했었지.
추상적인 형태에는 클래식하고 우아한 미감이 있다.
자연 환경이 척박한 곳에서는 광막한 외부세계가 인간에게 끊임없이 내적 불안감을 일으킨다.
이 때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추상이 발달한다.
현상계를 초월한 추상에, 나는 자주 매료된다.
이 녀석이 살짝 귀에 앉은 것 뿐인데
거울 속의 내 모습에서는 저 안에 숨어 있던 우아한 기품과 지적인 신비감이 흐른다.

요즈음엔 마음이 힘든 일들이 어찌나 많이 생기는지.
너무 자주, 많이 일어나서
그 때 그 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억지로라도 밀어내어 잊어버리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 정도다.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 지도 몰라 두렵기까지 하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그런' 일들은 끊이지 않고 계속 생긴다.

그럴 때면, 클래식 음악들을 닥치는대로 듣는다.
브람스와 클라라의 이야기에 심각하게 공감하면서 브람스의 음악들에 빠져든다.
한참을 들으면서 할 일을 뭐라도 하고 있다 보면 어느 새 힘들었던 일들을 잠시 잊는다.
꿈에 다시 나타나기도 하고 종종 떠올라 날 괴롭히기도 하지만,
아무튼 그 순간만큼은 어쨌든 잊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데리고 있는 인형들도 사랑스럽지만
새로운 녀석들이 눈에 띄어서 자꾸 또 데려오고 싶기도 해.
하지만 난 너희들이 좋아.
오늘은 듣던 음악을 그대로 틀어두고 방에서 나오기도 했다.
사랑스런 이 녀석들, 나도 없이 조용할 때 편안하게 좋은 음악 들으라고.





아아, 피곤해.
좋아하는 향기가 나는 바디 샴푸와 뜨끈뜨끈한 물로 몸을 씻고,
같은 향기가 나는 바디 로션으로 몸을 감싸주고 들어와야겠다.

그러면 맑은 기분으로 책을 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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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everydaylife2009. 10. 8. 19:59


삶이 허무하다가, 그래도 괜찮다가, 결국은 또 허무하다.


밤이 되니 몹시도 추웠다.


아침부터 무척 피곤했다.
점심때는 입맛이 하나도 없어서 국물만 몇 숟가락 떠 먹다가 모두 남겨버렸다.
낮잠을 자려 했는데 원인 모를 불안 때문에 한 시간동안 잠에 들지도 못했다.
영어교육론 시간에, 결론도 없는 이론들을 주입당하며 힘이 쭉 빠졌다.
체육교육론 시간에, 빈 속에 두유를 조금씩 빨아먹으며 허무한 발표를 들었다.

그래, 서론은 어찌나 거창하던지.
체육교과를 없애자는 '윗사람'들에게,
체육과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데, 어떻게든 그 사태를 막아야 하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하면 말이 통할까.

학생들을 인류의 공적 문화유산인 체육문화에 입문시켜야 해요.
학생들은 체육교육을 받아야 진정 인간답게 사회화될 수 있습니다.

............. 속이 뒤틀리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저런 말이 먹힐 사람들이었으면 그딴 소릴 지껄였었겠나.
절대로 먹히지 않을 공허한 이론들이 유인물에서 화석같이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아아........... 참으로 감동적이다.......
정말 이상적이고 본질적이다.
그 자체로 완벽하고 황홀하다.......
그러나 그 뿐인걸...

아이들에게 '체육을 통해 보도록' 하는 참교사가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발표자의 결론이 썰렁한 강의실에 꿈속같이 메아리쳤다......

교수님께서 체육교육의 목적과 내용, 그리고 방법을 설명하셨다.
듣는 내내 눈물이 나다가, 갑갑하다가, 축축 늘어지곤 하였다.
교수님께서는 안목으로서의 내용과 보도록 하는 것으로서의 방법이 현장에서도 무시되고 있다고 하셨다.

의미없는 이상향.
책과 강의를 통해 전수받는 가치들과 지식,
치열한 고민, 창의적으로 고안해보는 모의수업들.....
이 모든 게 허무하기만 해 몸이 시간에 끌려다닌다.


수업은 늦게 끝났다.
저녁 시간을 놓쳐서 라면을 샀다.
일교차는 매정하리만치 컸다.
방에서 혼자 입속에 집어넣는 라면 소리가 꾸역꾸역하였다.
오늘 처음으로 뱃속에 들어간 '끼니'는 편하게 자리잡지를 못한다.




........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고,

곧 또 조모임을 하러 갈 것이다.




Posted by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