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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9 급모임
  2. 2009.03.12 마지막 왈츠.
  3. 2009.03.11 뜨겁고 건조함
  4. 2009.03.07 근황
  5. 2009.02.28 다정은 병이다
  6. 2009.02.09 getting refreshed. 탈긴장합세.
  7. 2009.02.07 생각파편
  8. 2009.02.03 결정 하나. - 철학과 외국어
  9. 2009.02.02 청강, 우리 학교에선 화중지병?
  10. 2009.02.02 노력
일기/everydaylife2009. 3. 19. 10:48
어제는 봄바람이 어찌나 간지럽게 불어대던지!
사람들은 들떴고, 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 이런 날씨 좋은 날에, 학교 밥은 맛이 지지리도 없고, 할 일은 많고 닥쳐올 일들이 차마 쉽게 감당되지도 않는데, 의욕은 없고 - 할 일 못지 않게 하고 싶은 일도 무진장 많은데, 난 무엇에 이리 주춤대는 건지, 이것에도 저것에도 섣불리 손대지 못하고 머뭇거리고만 있다.


동아리 스폰을 받으러 가는 날이어서, 언제나 그랬듯이 '해야 하는 일들'을 일단 제쳐두고 동방으로 향한다. 그저께 동기녀석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제 혼자 다니는 것이 너무나 홀가분하고 자신만만해서, 참 좋다고. 혼자 다니는 것, 자체를 즐기게 되었다고. 나는 차마 펴지지 않는 표정을 스스로도 느끼며 혼자 학생회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뒤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ㅅ의 목소리. 우린 서로 미워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너와 나는 서로가 부담스럽다. 너는, 내가 챙김받는 실력자라는 사실이 싫겠지. 우리 조원들이 다들 책임감 있는 실력자들이라서, 우리 팀은 알아서 잘 돌아가고 있으며, 그 덕에 그닥 내세울 것도 없는 내가 인정받는 게 얄밉기 짝이 없겠지. 하지만 사실 우리 팀이 처음 시작할 때는 그렇지 않았음을 지금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걸.

처음 팀을 구성할 때, 작은 연주회 팀이었기에 난 딱히 실력을 가리지 않았고, '된다'고 답한 애들을 데리고 만들었었다. 우린 그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서로 친하지도 않았고, 막말로, 실력으로 인정받던 사람들은 아니었다. 아. ㅈ은 그래도 인정받고 있었지만. 하지만 내가 듣기에는 쨍쨍대는 소리와 불안정한 박자 탓에 결코 '음악'적 실력자는 아니었어. 그래. 오만한 내 판단이야. 암튼 모두들 인정했었지. 나머지 두 사람들은, 소리도 좋지 못했고 스케일도 부족했으며, 각자의 합주 조에서 비교적 떨어지던 사람들이었어.

하지만 난 팀을 구성했다는 미명 하에 실질적 조장이 되었고, 강요하지 않되 신뢰와 열의를 바탕으로 한 부드러운 리더십을 염두에 두고 팀을 지휘했었다. 나가야 할 진도와 남은 시간을 철저히 계산해서, 빡빡한 느낌이 들지 않되 집중적인 연습시간을 잡아 함께 연습하도록 유도했고, 각자에게 부족한 점을 구체적으로 인지해 효과적으로 연습할 수 있도록 언지를 주며 실질적으로 팀을 이끌었었지. 그 결과, 2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우리 팀은 선배들도 깜짝 놀랄 만한 무대를 만들었다. 그 후로 우린 인정받았어. ... 마치, 그 전부터 실력자들이었던 것처럼.

우리가 다시 팀을 결성하겠다고 했을 때, 악장의 시선이 따가웠지. 다른 사람들은 제쳐두고, 우리끼리, 그러니까 실력자들끼리 다시 뭉치는 게 달갑지 않았던 거지. 우린 분산되어 모든 팀의 질을 고르게 만들어 줄 의무가 있었다는 거야. 하지만, 우리가 최초에 팀을 만들 때도 그랬던가. 모두, 최초의 그 때 우리들의 상태를 깨끗하게 잊었다. 우린 부족했고, 서로 믿고 사랑하며, 그리고, ..... 내가, 스스로 구심점이 되어 팀원 모두가 마음놓고 프로그램에'도'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그 결과 우린 거기까지 갔고, 그걸 발판으로 한 번 더 뭉쳐보고 싶다는 거였는데-.

정기 연주회때 연주할 곡을 결정하고 연습할 때에도, 우린 참 바빴다. ㅈ은 부학회장 일 때문에 합숙 중간부터 합류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프로그램 곡 운지는 커녕 합주곡 운지를 떼는 것만도 힘들어서 고전을 해야 했다. ㅇ도 처음부터 합숙을 하지 못했어서, 개강 후부터 프로그램 곡 운지를 뗐다. 그에 비해, ㅅ, 너희 조원들은, 거의가 합숙 일정 내내 참여하지 않았느냐. 시간도 많았고, 맘만 먹었으면 우리보다 훨씬 잘 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사실, 실질적 구심점이 되어 누군가가 부드럽게 모두를 이끌지 않았기에 다들 나몰라라 하고 팽개쳐 둔 것이 화근 아니었느냐. 개강 후에도 우린 미친듯이 바빴다. 우리 넷은 모두 과가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도무지 맞질 않는다. ㅇ은 저녁 시간마다 일이 있어서 만나기 힘들고, ㅈ은 부학회장 일에 근로까지 하니 주중 시간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주말에도 엠티니 답사니 일들이 좀 많아야 말이다.

시간이 점점 없어질 것을 예지하고 서둘러 대책을 세우는 사람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차이다. 난 처음부터 개프 날짜를 잡는 데 신경을 곤두세웠다. 개강 이전부터 개프를 생각했고, 개강 후 넋놓지 않고 얼른 모인 다음에야 실질적 연습에 빨리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각자의 시간표를 세 장씩 뽑아오도록 하여, 서로의 일정을 알도록 했다. 공강때 개인연습을 할 적에, 시간이 맞는 사람에게 연락하여 둘 혹은 셋씩 모여 연습할 수 있게 한 것이었지. 일주일마다 혹은 3일 단위마다 각자가 팀의 전체 진도를 위해 성취해야 할 부분들을 단체문자로 상기시켜주었다. 개강 첫 주가, 그래도 그나마 모일 시간이 제일 많다는 걸 알았기에 연습을 더 미루지 않았다. 우린 그 주 주말에 시간이 되는 한 계속 연습했다. ㅈ은 심지어는 하루만에 운지를 다 뗐다. 그 전까지는 전혀 손도 대지 못한 것이다. 너무 바빠서.

우리의 곡은 각자가 운지를 뗀다고 맞출 수 있는 곡들이 아니다. 철저한 개인 연습을 기본으로,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호흡을 맞춰야만 완주할 수 있는 것들이다. ㅇ의 파트는 특히 어려웠다. 빠른 속도로 운지를 바꾸고 3화음을 연타해야 하는 것이다. 첫 오디션 전까지도 우린 모두가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가장 연습을 많이 한 팀이었음에도, 곡 자체가 어려워서 완주도 힘드니 맘이 가볍지 못했다.

암튼, 우린 또 지속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ㅅ 네가 보기에는 정말 우리가 별 어려움이 없이 순항하는 걸로만 보이겠지. 하지만 우린, 정말로 모일 시간이 없어서 주말에 속성으로 연습하곤 한다. 개인연습을 빼놓지 않도록 내가 가끔 상기시키는 문자를 보내기도 하지만, 실상 다들 그러기 힘들다는 거 안다. 그 하나뿐인 주말도 넷이 모이기가 힘들어서, 실질적으로는 그리 연습을 많이 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그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 나는 지속적으로 고민했고, 보완해야 할 점을 빠르게 파악해 가장 효과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늘 연구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짧은 시간 내에 효과적인 연습이 이루어지도록 계산했다. ...

그 모든 장애를 딛고 이렇게 해 내는 거라는 걸 안다면 넌 내게 그런 시선을 보낼 수 없다.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네가 날 인정하고 싶지 않아한다는 거, 얄미워 한다는 거, 너무 티가 나서 나도 할 말이 없다.

나도 날 낮추면서 나가고 있는데, 어차피 다 인정받지도 못하는 건데도, 묵묵히 할 일을 하는 나에게 못된 질투만을 내던지니- 어찌나 화를 돋우는 일인지 모른다. 나 지난 학기에는 학과 공부에서도 드라마틱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었고, 몰입한 결과 4.42라는 거의 완벽한 학점으로 가시화되었었다. 뭐.. 내 동기들은 아무도 모른다. 어린 동생들은 머리가 좀 컸다고 나한테 소주를 부어 먹이려 한다. 내가 공연 동아리를 하며 격하게 논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막장 이미지. 학과 공부가 전부인 너희에게, 난 학과 공부에 있어서 막장인 것처럼 보이겠지. 실상은 정 반대인데 말이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갑갑함에 울분만 자라고 있었다.


그 모든 감정을 한꺼번에 표출시키는 ㅅ의 목소리가 들리길래. 난 급격히 말수가 적어졌다. 그들과 함께 걸었지만, 한 마디도 할 말이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ㅅ은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나도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아끼는 동생인 ㄱ은 ㅅ과 이야기했고, ㅅ이 있으면 항상 그렇지만 ㄱ과 얘기하기 힘들었다. 할 말도 없고 기분도 좋지 않아서 걸음이 빨라지는대로 그들을 앞질렀다. ㄱ은 내 눈치를 계속 살폈다. 예민한 녀석. 너한테 화가 난 건 아닌데. 괜히 미안하기도 했고 예쁘기도 했다. 그래도, 이 내 맘을 헤아려 주는 사람이 한 명은 있다는 게 어찌나 위안이 되던지.


그렇게 말없이 스폰을 다녀오다, 우린 그냥, 다 들뜨고 말았다. 아- 이런 봄바람이라니. 인문관 앞 잔디밭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즐거운 모임을 갖고 있다. 합주 조 조장 오빠가 말했다. -아 정말, 이런 날이 날인데. 술먹기 딱 좋은 날 아니냐. 회장 오빠도 말했다. -우리 오늘 아니면, 연주회 후라야 이런 모임 할 수 있을거야. 오늘 가볼까?

야식을 시켰고, 9명의 사람들이 모여앉아 참이슬을 열었다. 약 30분 정도만에 다섯 잔 정도를 들이킨 것 같다. 급하게 취기가 올라왔다-

딱히 남자가 그리운 건 아니었다. 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고, 내 감정을 충분히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외로웠다. 일에 집중도 하지 못하고, 할 일만 산더미인 것이 부담스러웠다. 어제 ㅇ이랑 시간이 맞아서 둘이 동방에서 차분히 연습했다. 연습이 끝나고 밥 먹을 시간이 되었을 때, 내가 밥을 누구랑 먹을 거냐고 묻자 ㅇ이 '나 버리지 마' 하고 장난스레 말했다. 그냥, 전에도 그랬듯이, 같이 나오는 김에 밥도 같이 먹었다. 근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눈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우리도 할 말이 없어진다. 평소에 우울했던 기분도 같이 올라온다. 우린 식당을 나오면서 많은 눈초리를 받았고 의심을 받았다. 내가 딱히 할 말도 없었기도 했지만 생각나는 게 그런 것들 밖에 없어서 좀 평소답지 않은 말을 한 것도 같다. 괜히 후회되지만 그냥 잊었다. 아무튼 그게 갑자기 생각났어.

외지주 얘기가 또 나왔다.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예쁜 동기들이 미워진다. 내가 그보다 못할 것 하나 없는데도, 남자란 쓰레기들은 여신이니 뭐니 하며 추앙하고 떠받드는 것이다. 그 동안 나는 역사의 뒤안길에 선 그림자가 된다. 지네들 꼴은 생각도 안 하고 결국은 다 외지주냐. 밉고 짜증났다.

강의 시간에 들었던 얘기가 생각난다. 그 인간극장같은 실제 스토리. 알콜 중독인 아버지가 학교를 매번 찾아와 딸을 때리는 탓에 자퇴할 수 밖에 없었던 반 1등이었던 그 여학생. 선생님이 매달 보내주시는 30만원 밥값을 쓰지 않고 고스란히 모아 돌려드리고, 그 동안 34킬로그램정도로 몸무게는 줄고, 검정고시에 합격하였다는 감동 스토리. 수능을 남보다 일찍 봤는데도 400점 만점에 387점을 획득, 4년 장학금을 보장한다는 학교에 입학했고 다음 달에 결혼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때 아버지를 불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라고. 자퇴 후 그 여학생은 아버지를 피해 은둔생활을 했단다. 그래그래. 그런 사람들도 있는데, 난 뭐 행복하지. 근데, 어쩌라고. 어쩌라고, 어쩌라고! ............................... 말 뿐. 지금 당장 내가, 행복하지 않은걸.

술을 먹고, 잠시 떠들며 봄바람에 즐거웠다가, 또 이냥 저냥 심란하기도 하고 그렇지. 12시에 들어와서 벌점 2점을 썼다. 조교 언니가 내 이름을 아시더라. 어!. 제 이름을 아세요? 알지. 옆에 층장이 앉아있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잖아요. 아시잖아요, 오늘 동아리 급모임 했어요. 층장은 우리 동아리 21기였다가 탈동했거든. 공연이 있나봐요? 네, 또 벌점 쓸 일이 있을지 모르는데 걱정이에요. 내가 알기론, 지금 이거 쓰면 11점인데. 헉, 그것도 기억하세요? 기억하지요. 조심하세요. 네, 고맙습니다.

잠을 어떻게 잤는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눈이 붓고 너무 아프길래 깼다. 약간의 숙취. 심장이 뛰고 아프다. 화장을 안 지우고 잤나. 거울을 보니 피부가 좋은 것 같다. 걱정되어 세수를 해 보니 화장은 지우고 잔 게 맞다. 물을 마셨다. 지난 학기 마지막 즈음 물을 마시면서 느꼈던 심장의 압박이 다시 느껴진다. 힘들다.

간밤에 꾼 꿈들이 머릿속을 오고간다. 저, 학점이 4.48이에요! 하고 말하던 어떤 여자가 갑자기 머리를 스친다. 그 여자는 인정받고 있었고 난 그를 보며 기분이 좀 상했던 것도 같다. 꿈에서 물을 끝없이 마시기도 했다. 또 여럿. 하지만 생각은 안 나네, 당장은.

간만에 쏟아내니 어쨌든 좀 낫군. 풀어내지 못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있지만.


모든 게 큰 변화 없이 흘러갈테고, 모두들 기쁘게 즐기는 활기 속에 내가 어떻게 침잠할 지는 모르지만, 암튼 말없이... 어떻게든 지내봐야지. 욕심없이 살다보면 뭐든 다시 상승할 때가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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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everydaylife2009. 3. 12. 23:39

우울해.
무섭고 답답해.
.........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소한 일들이 날 침체시킨다.
감정의 찌꺼기들과 잔 생채기들이 하나 하나 눈이 되어 날 쏘아보고 있는 것만 같다.
속이 텅텅 비어버린 느낌이 들 때까지 술을 마셔도,
육체의 괴로움으로 정신의 괴로움이 잊히는 것은 잠시 뿐-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모든 것은 제자리에.



난 어디서도 이해받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혼자서도 떳떳할만큼 잘났나 하면 -
그것도 아닌 것 같아서.
다들 각자의 영역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 때,
난 이도 저도 아닌 어중이 떠중이처럼 겉돌고만 있는 것 같다.
성인답게 감정을 잘 컨트롤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말이야.


온 몸에 가시가 돋힌 것 같다.
난 예전의 그 정 많고 보들보들했던 사람이 못된다.
자존심 계좌는 바닥이 나서,
작은 구멍이라도 막아보려 애쓰느라
여유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마지막 왈츠가 계속해서 귓가를 맴돈다.


오늘따라 온라인에, 잘 접속하지 않던 친구들이 많이도 들어온다.
그러나 난 말을 걸지 않을 것이다.
그들도 절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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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everydaylife2009. 3. 11. 02:33

 
얼마전 개동때 결국은 죽었다.
아무도 나에게 술을 억지로 권하지 않았지만, 난 혼자 계속 들이켰고, 결국 엉망이 되었다.
술을 마시고 우는 사람들이 가장 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바로 내가, 그 전형이 되어 있었다.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만취 상태에서,
난 그저 울었다.
그것도, 아주 펑펑, 서럽디 서럽게, 한참동안.



모든 신경이 예민하다.
아주 작은 일에도 신경이 쓰이고,
마음은 차가워져 더이상 베풀 마음따위는 싹 걷히고 말았다.
마음껏 정을 주지 못하면서,
받지 못할 바에야 먼저 거두고 말겠다고 다짐하고,
그리고 그런 내 처지가 불쌍해 혼자 답답해한다.

내가 어떤 말을 내뱉고 어떤 행동을 할지,
나 자신이 두려워서 조심스러워진다.
한 마디 내뱉고 순간 행동한 뒤 한참동안 머리아프느니,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갑게 굳어있는 편을 택하고도 싶다.

무기력하다.
의욕에 차 넘치는 순간이 있다가도,
불현듯 엄습하는 두려움과 부족감에 소름이 끼치고 힘이 빠진다.

날 사랑하기가 쉽지 않다.
잘못 사랑하다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존감이 치솟아버릴 것 같고,
사랑하지 않으려니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고 불쌍하다.
내가 대체 어떤 동물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내 몸뚱어리고 내 마음인데, 내 것이 아닌 것 같다.

......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인데,
함부로 말을 걸 수도 없다.
없던 두려움이 앞서고, 보편적이지 않은 내 행동들을 자신있게 하지 못한다.


힘들어.
온 몸과 마음이,
얼음장같이 말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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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everydaylife2009. 3. 7. 01:17

뭔가 밀린 이야기들은 많으나-
항상 그렇듯이 '현재'를 담다보면 후회는 없더라.

이번 룸메는 윤리교육과 동생녀석.
오늘 엠티를 가서, 지금 내 방엔 나 혼자다.
과학교육론 과제를 하다가 영 재미도 없고 손에도 잡히지 않아서 결국은 관뒀다.
동아리 동기 녀석이랑 떠들었는데, 내가 그앨 붙잡는 것 같아서 그냥 보냈다.
..... 아니 뭐, 가려고 했지, 그 녀석이 먼저 ㅎㅎ
떠나고 나니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바보같기도 하고 그렇더라.

공부도 영 손에 잡히질 않고,
무언가가 부재하고 부족하다는 기분 탓인지.
그냥, 오래오래 아껴두던 작은 약주 한 병을 꺼냈다.

신을 믿지는 않지만,
음주를 할 자유와 술 자체,는, 신의 축복이라 믿어 마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봐라.
자꾸 울적해진다.
여럿이서 술을 마실 때는 바보처럼 그저 즐겁기만 하더니.
오랜만에 혼자서, 나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어찌 이리도 혼란스럽고 우울한지.


과학이란 무엇인지, 그 본질을 추가적으로 탐구하고, 지난 시간 강의록을 완성하기도 하고,
초기 드로잉 3점과 자필 간이 페이퍼 한 편은 기본이고,
국어, 과학, 사회교육론과 교육철학의 텍스트들을 미리 정독해 가는 것도 기본인데,
난 그 기본에 달려들 의욕조차 멈칫한 상태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실제로 할 일도 많고
..... 시간은 점점 촉박해져만 가는데
내 몸은 자꾸 알코올을 원하니 원.

깨어 있기 위한 음료인 커피를 얼른 들여야 할텐데.
모든 걸 '시작'하고 '준비'해 놓아야 내가 마음놓고 달려갈 수 있으려나.
어정쩡한 기분 탓인지, 자꾸만 피하고 싶다.
그저, 깔끔하게 집중하며 즐거울 수 있는 일만 눈에 찬다.
자꾸만 동방에 가고 싶고, 기타만 잡고 싶고.

창가가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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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everydaylife2009. 2. 28. 00:37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은데,
- 아니면, 언제나 결심과 포기를 반복해왔는지도. -
함부로 마음을 주고 정을 베풀지 않기로 (자주) 맘먹었었다.

나는 속을 뒤집어내어 정을 쏟는데,
돌아오는 것은 냉대-
난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이상한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 왠지 조롱당한 기분.
바보가 된 기분.



이럴 때마다 드는 생각들도 어쩌면 전형적이다.

난 왜 이렇게 나약한가, 에 대한 의문.
왜 나는, 나라는 사람 하나로서 온전히 존재할 수 없는가.
가볍다면 가볍게, 적절한 무게를 가지면서 저마다 잘 살아가는 주변인들처럼,
나는 왜,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는가, 바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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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2. 9. 00:40


하...... 오랜만에 진짜 재밌게 놀다 왔더니 속이 다 시원하다.

  지금까지 갑갑했던 게, 제대로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노는 것도 아니면서 짜증만 나서 그랬던 것 같어. 정신줄 놓고 바보같이 떠들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막 놀았더니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 아니, 최근 들어 가장 기분이 좋은 상태다. 에너지가 돌아왔다. 무엇이든 다시 하고 싶다는, 할 수 있다는, 아무것도 무서울 것이 없다는. 그 태도, 젊음의 위풍당당함, 무모하지만 두려울 것 없는 자신감. 



  아-주 맛있는 리조또를 먹고 상쾌한 자몽주스와 오징어 먹물 소스를 발라 구운 마늘빵을 점심으로 푸지게 먹었어. 확실히, 번화가는 번화가더라. 내가 얼마나 오지에 사는지, 절실히 느꼈었는데 다시 한 번 느꼈어. 입맛이 하향평준화되어 살았지. 내가, 전에 먹었던 이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다시 찾아갈 정도인데, 친구는 음... 이보다 더한 음식들도 많이 먹어 본 모양이야 ㅎㅎ 행복이 상대적인 거란 걸 느끼면서, 나의 싱싱한 혀와 미신경이 전달하는 짜릿한 감각에 취해 한창 즐거웠다. 

  타로카드 점도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허허 아줌마, 진짜 거의, 너무 딱 맞추시길래 후덜덜이었다. 맞아요. 난 지금 내 맘을 모르겠어. 사랑하고 싶은 건지, (이따금씩 힘들고 외롭고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그리고 난, 스킨십 좋아해. 사랑하는 사람과 살이 닿을 적에 분비되는 호르몬이 얼마나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지는, 이미 학계에서 증명된 바 ..아니 경험상 지식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잖아 ㅠㅠ ) 아니면 아직은 때가 아니니, 이제 지쳤고 한참 지적 활동에 물이 올랐으니 일 년 쯤은 쉬어야 겠다는 생각이 더 확고한건지. 맞아, 또. 아줌마 말대로, 내 주변에 사람들은 좀 있지만 난 다 싫어. 다 모르겠고, 다 아닌 것 같아. 그쪽에서는 날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들어오고 있대. ;; 그것도 .. 냄새를 맡아보면 맞는 것 같아. 여럿 그런 이들이 있어도 그쪽에서 다들 먼저 포기하고 말아버린대. 근데 어쨌든, 내 쪽에선 다 아니야. 아닌데 어쩌라고. 2월에도 없고, 4월에도 좀 그렇대. 4월이.. 좀 나에게 힘들 수도 있겠다. 작년 4월도 그랬는데. ... 그러려니 하고, 잘 견뎌내야지. 3월엔 내가 맘을 좀 연다면 괜찮을거라는데, 어쨌든 이번에 나는, 열정으로 확 타오르고 싶지는 않아서. 사랑하더라도 내가 그쪽에 상처를 줄 것 같아서 확신이 안 선다. 뭐 -_- 그래, 올해 전반엔 다 필요없고 그냥 공부하는거다 -_- 딱 들어맞잖아, 내 맘대로 공부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서 이번에 18학점만 등록한거고, 그만큼 각오한건데.

  고양이 카페에 갔다. 서울에 있었던 지오캣에 가 본 경험은 있었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우리 나라에 변변한 고양이 카페라고는 거기 뿐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어머어머 여기도 생긴 것이다 +_+ 그것도, 지오캣보다 훨씬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거기서 사람들은 각자 평화로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조용히 앉아 공부하는 사람들, 음악을 들으며 인터넷을 하는 사람들, 노트북에 다운 받은 영화를 함께 보는 연인들, 소설을 읽는 외국인들, 고양이를 끌어안고 노는 아이들, 편안히 앉아 족욕을 즐기는 사람들... 카페에서는 노트북도 제공했고, 음식도 참 다양했다. 샌드위치같이 제법 밥이 되는 맛난 음식들도 있었고, 커피는 물론 음료수들도 다양하게 갖춰져 있었다. 지오캣에서처럼 먹을 음료도 변변찮은데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음, 훨씬 나았지 ㅎㅎ 고양이들이 훨씬 적어서 분위기도 좋았다. 불쾌한 냄새가 나지도 않았고, 정신없지도 않았고, 고양이 털에 당황하지 않아도 되었고, 발싸개-_-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무엇보다도, 음악도 좋았고, 작은 카페인데도 참 조용했고,  정말로 예뻤다. 참 행복하게, 즐겁게, 그야말로 'free-stress chatting'을 나눴다.

  다음에 간 곳이, 외국인 바. 오늘, 그리고 우리가 간 시각이 매우 이른 시각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처음 가는 나에게는 외려 더 좋기도 했지만! 이런 분위기의 술집, 구경도 못했었지. ;;... 있어야 가지 말이다.-_- ... 이런.. 난 정말 문명-_-의 뒤안길에서 자연과 함께 매우 조용한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3m 전방에 청설모가 뛰어다니고, 새소리에 잠을 깨는 웰빙라이프!! 이런 컴컴한 클럽+바를 상상할 수 있었겠냐고 흑흑 ㅠㅠ 친구하고 처음으로 다트게임을 했는데, 이것 참, 왜 이렇게 신이 나던지, 난 처음 하는데도 불구하고 센터에 팍 꽂아넣기까지 했고, 너무 깊이 꽂아 둘이서 용을 써야 뽑힐 정도로 박아버리는 기염도 토했다 -_-... (그동안 정말 갑갑했나봐... ;;) 신나게 박아넣다가 게임이 끝나고, 우린 포켓볼을 쳤다. 사실 쳤다기 보다는 우리 마음대로 프리볼을;; 당구 큐대도 처음 만져보는 나로서는 그저 신나기만 하더라 +_+ 끄덕끄덕 하면서 친구한테 여러가지 배우고, 친구가 가르쳐주는 대로 이렇게 저렇게 쳐봤다. 그게, 의외로 탁탁 맞으면서 잘 들어가는 것이, 그리고 통쾌하게 쏙 들어가서 우당탕탕 쿠르르륵 내려갈 적에는 진짜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_-... 허헝 아빠 나 아빠 딸래미 맞나봐 +_+ 막 혼자 좋아하면서 ... =_=... ㅋㅋㅋ 당구의 세계는 오묘하고도 복잡하겠지만, 공부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물큰물큰 .. ;ㅅ; 가장 쉬운 것 몇 번 넣어봤다고 -_- ;; 그러나 모든 것의 시작은 이런 법이니 ㅋ 쨌든 오랜만에 탄산 땜에 싫어했던 맥주도 잘 넘어가고, 얘기도 재밌었고, 정줄도 많이 느슨해졌었고, 좋았어. 보드게임이 2층에 있다는데 그것도 못해보고 일찍 돌아와야 했고, 왁자지껄 낯선 사람들 틈에서 먹고 마시고 춤추고 어울리며 놀아보지도 못했지만 어쨌든 지하의 컴컴한 바에서 조촐하게 맥주를 나눠 마시며 친구랑 둘이 새로운 게임을 하고 약간 모자란 사람처럼 떠들어대며 긴장을 확 풀었더니 정말로 지금, 기분이 좋다. 담에 이 녀석의 외국인 친구들하고도 만나게 될 텐데. 학기 중에 영어공부하는 맛이 훨씬 감칠맛이겠네. 호호.

  확실히, 내 두뇌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고 정신과 육체도 많이 굳어있었나보다. poor.... ㅠㅠ 새로운 자극과 완전한 탈긴장 상태에 대번에 충전되는 걸 보면. 개강 준비 잘 해 놓고, 합숙 가서 실-컷 즐기다 와야지. 아이 좋아라.

  아, 그리고, 탈긴장, 탈긴장, 탈긴장해야지. 타로 아줌마한테 '그런 소리' 들은 것도, 다 계기라 생각한다. 난 이목에서 벗어나 당당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할 수 있어. 그런 나를 내가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더 깊이있는 행복의 길에 발을 들일 수 있으리라 생각해. 그리고, 필요없는 긴장상태가 얼마나 바보같은 것인지는, 지난 학기의 경험을 통해 내가 더 잘 알지. 필요없는 것들에 집중력을 분배하면 본질을 놓치기 때문에 모든 게 훨씬 재미 없어져. 불필요한 상황에서 썼던 수많은 페르소나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한 해가 되기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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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2. 7. 21:22
+.
오늘도 역시나,
마지막 이야기는 the God almighty 로 끝났다.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들 앞에서,
무어라 더 할 말은 없어서 그냥 얌전히 듣다가 왔다.

+.
옆에 앉아 있던 남자는 무척이나 거슬리는 사람이었다.
착각이 아니라, 정말로 계속 몸을 밀착해서, 가만 있던 내가 민망할 지경이었다.
저기요, 옆에 자리도 많은데 왜 굳이 그래요. 팔은 왜 또 그러고 있어요? 내 어깨 눌리겠는데, 좀 치워주셨으면.
... 아는 사이도 아니었는데, 자꾸 말 걸고 사소한 물건들도 챙겨주는 등 매너가 과도해서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
시간이 어디론가 순간 증발한 듯 사라져버린 기분이다.
정신없이 시험을 치르다 보면 합숙이 시작될테고,
합숙이 끝나면 학기가 시작될테고,
.... 갑자기 모든 게 정신없이 바빠질테지.


+.
어젯밤엔, 가만히 앉아서 한시간 동안 생각에 잠겼었다.
대학 4년은 너무나 짧았다.
1학년 때 연애를 후회없이 한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공부할 것들, 알아가야 할 것들, 다듬어나가야 할 것들, 계발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10년, 아니, 정확히는 13년동안 내 마음대로 공부할 수 있었을 적이 없었는데,
그 격했던 시기 뒤에 주어지는 자유가 겨우 1년 반 정도라는 게, ...


+.
사랑하다 보면,
사랑 때문에 더 다치고, 그 불완전함에 더욱 힘겨워진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건,
그것이 어쩔 수 없는 내 본능이기 때문인가보다.
난 정이 많아 힘든 사람이니까.
... 그래서 유독 요즈음은 우리 강아지한테 그 정을 다 쏟고 있는 건지도 몰라. 
이것 저것 정 쏟을 대상이 다 사라지고 나면, 지적 활동에 열중하면서라도 다른 에너지로 전환해야만 하는 게 나다.
왠지, 이번 합숙에 가서는 내내 시크하게 별 말 없이 조용히 기타만 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줄 애정은 말라버렸을까,
이미 내 자존감이 애정으로 흠뻑 젖지 못한 상태에서,
날 사랑하기에도 에너지가 달린다.
남들에게 다소 상처받는 기분이 들더라도
애써 감추고 친절하게 대할 힘이, 없다, 많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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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2. 3. 22:49

과학철학과 과학사, 과학교육론을 청강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결론내렸다.
음, 이것까지 청강하면 27학점을 듣게 되는 것인데, 아무래도 내 원래 계획이랑 어긋난다.

그냥 원래 수강신청한 만큼만 듣되,
-글쎄, 생활지도는 청강할 수도 있고-
하려던 공부나 꾸준히 해야겠다.
공연 준비까지 같이 해내려면, 시간관리가 절대 만만하지 않을테니까.

이번 학기의 주제는 동, 서양 철학의 전반을 살펴보는 것이다.
기본적인 개념들을 공부하고, 철학적 사유의 기반을 닦으려 한다.
더불어 철학에서 파생된 자연과학과, 인문학, 사회과학의 관계를 살펴보고 싶다.
더불어, 종교 문제도 내게 매우 심각한 주제다.
철학적 기반을 바탕으로, 종교와, 과학의 문제를 사유하고자 한다.

일상 회화에 능하도록 영어 회화의 기반을 닦는 것도 이번 학기동안 꾸준히 지속할 것들 중 하나다.
이번 학기가 끝나면, 내가 좋아하는 미드들 정도는 자막 없이도 볼 수 있게 될 것이고,
영작도, 이팔 정도는 'big deal'이 아닌 수준이 되어 있을 것이다.

지난 학기에 교육이란 무엇인지, 목적과 난점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했었다.
철학적 이해를 기반으로, 지난 학기의 사유들을 재검토하고자 한다.
마침 이번 학기에 교육철학과 교육사를 수강하게 되었으니 더 깊이있게 공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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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2. 2. 19:49

수강신청 처음으로 튕겨봤다.
생활지도를 꼭 듣고 싶었는데...
상담심리 전공하신 교수님께 상담법을 구체적으로 배워보고 싶었단 말이야.
게다가, 내 전공이, 생활지도가 굉장히 중요한 영역이기도 해서, 더욱.
집 컴퓨터로 하는 게 아니었어.
두 개만 신청하면 된답시고 맘 편히 먹은 내가 잘못이지.

아무튼, 김희정 교수님 강의에 튕기고
서정훈 교수님의 인간과 환경에 일단 등록해 놓았다.
이거, 게시판을 검색해 봐도 아무도 이 교수님이 어떠신 지 언급하는 사람이 없다.
학교 홈페이지를 죄다 뒤져봐도 어느 과 교수님인지도 모르겠다.
..... 소속이 없는건가? 그렇다고 강사도 아닌 것 같은데.



그러나, 우연은 없다고 했던가!
한참 우울해 하다가 갑자기 머리에 번쩍 든 생각이,
'청강' 이었다!
튕기지 않았다면 여기까진 생각이 미치지 않았을 것 아닌가!

........ 갑자기 우리 학교에 대형 강의가 많지 않은 것이 무지막지하게 원망스러워졌다.
부담없이 청강할 수 있는 강의가 대형 강의인데,
많아봐야 100명, (이것도 드문데다, 대부분 시간표가 겹쳐서 들어가지도 못한다)
아니면 60, 50, 그리고 40명 단위가 가장 많다.
40명 정도면, 한 강의실에 학생들이 한 눈에 보이기 때문에 청강생은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다.
조마조마하지 않으려면 교수님께 미리 말씀드려야 하는데, 사실 부담스럽잖아.
말씀드리는 순간, 최소한의 예의를 다해야 된다는 생각에 몸가짐이 더욱 조심스러워 질 수밖에.
과제도 안 하고, 시험도 안 보면서 수업만 날로 듣고 가는데 기분 혹시 나쁘시지나 않을까 하고. ㅠ
특히, 매번 프랑스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써야 하는 강의 같은 경우,
이건 청강한다고 말씀드리기가 굉장히 난감하지 않은가.
감상문도 쓰지 않고, 영화만 공짜로 날름날름 보고 가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어차피 모든 강의의 수업료가 무료인데, 안 될 것도 없는데 괜히 눈치 봐야 하는 게 참 싫다.

생각같아선, 텅텅 비는 내 시간표, 청강을 끼워서 26학점 수준까지도 해보고 싶은데.
시험, 과제 부담 없이 자유롭게 해보고 싶은데,
사실 죄는 아닌데 뭔가 바르게만 살아와서 그런지 -_- 걱정되고 신경쓰인다.

타과 전공도, 정말 들어보고 싶은데 이건 더 엄두가 안 난다.
우리 학교, 각 과 학생들, 20명 정도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끼어서 ... =_=
자타공인 철면피지만 이건 정말 민망하다.
그들은 이미 닳고 닳아 서로 매우 친한 사람들이고,
난 복수전공생도 아닌 것이 그냥 와서 듣는 게다.
.... 물론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지만, 이런 분위기에선 포기하면 더 웃기는 거거든 -_-.
특히 전공이면 이들끼리 조를 짜서 조별과제나 발표, 토론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소형강의에서 그런 걸 하는 경우, 청강생은 민망해지기만 하거든.
특히, 그 소형강의의 구성원들끼리 매우 닳도록 친한 경우에.
..... 우리 학교의 타과 전공들은 다 이렇다. =_=........

타과 전공도 물 건너갔고, 교양들도 시간표가 겹치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들을 게 눈에 딱히 띄지도 않고,
있다 하더라도 뭔가........... 소형 강의라 다소 청강의 의미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ㅠㅠ
진짜 난감하다.
정말, 이럴 땐 우리 학교가 밉다.
다음 방학때 또 다른 학교로 날아가서 대형 강의 청강이나 할까. =_=...
밉다, 진짜, 미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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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istry
일기/everydaylife2009. 2. 2. 03:36



늦은 밤,
'내일'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로운 새벽,
아, 이 얼마만이냐,
어두운 동굴 같은 방 한 구석에 앉아 나와 대화할 제,
조용한 음악이 날 지키는- 이 평온함.

조지 윈스턴의 December 전 트랙.
정말 오랜만에 다시 듣는다.

엄마는 조지 윈스턴을 좋아하셨다.
그래서 나 어렸을 적엔 집 안에 조용히 그의 음악이 흐르곤 했다.
차분하고 사색적인, 아름다운 평화가 감돌던 공기가 있었다.
소파에 편하게 기대어 앉아,
다리를 까닥이며 책을 읽던 소녀가 있었다.

........ 그리고, 2년 전에도 이 음악들은 나와 함께였지.
고뇌도, 고독도, 고통도,
직면하고, 달래고, 감당하던 그 때,
내 어깨를 감싸던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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